안녕과 사랑

2008.12.01 21:41

현성 Views:8612

한국의 전통적인 인사법은 “안녕하십니까?”이다. 생각해 보면 참 좋은 인사법이다.
‘안녕하십니까.’ 라는 인사가 보편적으로 좋게 받아 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안녕(安寧)의 안(安)자는 편안할 안(安)이고 령(寧)자도 편안할 령(寧)이니, ‘편안하고 편안하십니까.’가 ‘안녕하십니까.’에 함축되어 있다.
 
얼마나 편안하지 못할 사유가 우리 인생에 있는 것일까?
내 몸의 병고가 고통이 될 수도 있고, 몸이 불편하지 않으면, 돈이나 경제문제로 시달릴 수도 있다. 그리고 돈 걱정이 없으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어 괴로움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건강이나 돈 그리고 사람들로 인한 두려움 중 한 가지나 혹은 두,세가지가 함께 음습해와 공포에 시달려 죽고 싶은 심정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근심 걱정이 조금도 없는 것이 ‘편안하고 편안한 것이니’ ‘안녕하십니까.’가 존귀한 인사법이라 여겨진다.

건강, 돈, 명예의 문제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람들은 흔히 건강은 건강의 문제로, 돈은 돈의 문제로, 명예는 명예의 문제로 포커스(focus)를 맞추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때 문제를 의식하는 나의 마음이 문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게 되니 두려움과 공포가 함께 몰려 올 수밖에 없다.
즉 내 마음이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나는 그 문제의 노예가 될 수도 있고,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할 때 사랑하는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의 사랑스런 말 한마디가 모든 문제의식을 녹여버려 해결될 수도 있고, 문제해결의 의지와 방법이 모색될 수도 있다.
사랑은 신비한 능력을 배우자에게서 일어나게 할 수 있는 어머니 역할을 할 수도 있게 하지만 잘못된 사랑은 그 반대도 될 수 있게 한다. 진심(眞心)에서 일어나는 사랑이 있는 곳에서는 어떠한 건강, 돈, 명예의 문제도 극복될 수 있는 신비한 영감(靈鑑)이 통한다. 그러나 삿된 마음에서 일으키는 사랑 앞에서는 건강, 돈, 명예가 오히려 좌절(挫折)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하니 어떠한 사랑을 만나느냐가 지극히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에서는 복(福)과 덕(德)을 귀중하게 생각한다. 이는 전생에서부터 닦고 쌓아 온 복과 덕을 금생에 그 과보로 받게 되는 것이고, 금생에 닦고 쌓은 복과 덕은 다음 생에서 열매를 맺게 된다고 한다. 복(福) 중에는 내 몸의 건강과 외모 그리고 재복(財福)을 으뜸으로 친다.
건강과 용모는 나의 마음 씀이 씨가 되어 일어나는 모습이고, 재복(財福)은 보시바라밀을 닦은 과보라고 한다. 행복과 불행은 내 건강과 용모의 복, 재복 그리고 어떠한 사람을 만나느냐에 달려있는데 사람을 만나는 복을 인덕(人德)이라고 한다. 부모를 만나는 복에서 시작해 부부(夫婦)의 복, 자녀 복, 스승 복, 제자 복, 친구 복, 의사 복, 관복(官福) 등 사람을 만나는 인덕(人德)은 지극히 다양하다.
인덕이 높은 사람들은 한 없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 편안하게 잘 살아가지만 인덕이 낮은 사람들은 어려운 부모에 남편 처자식을 만나 곤액을 치르게 되고 만나는 사람마다 문제를 일으켜 불편함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사람들에게 시달려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들이 그 극단적인 예이다.

마음 씀은 소리를 듣고 화를 내기보다 항상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부드러운 말과 음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며, 깨끗해 티가 없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자람도 없고 넘치지도 않게 자신을 바치는 마음이 씨가 될 때 깨끗한 건강과 용모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재복(財福)은 자신을 다 바치는 사랑을 위해 일하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싸여지는 복(福)이다.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깨끗한 마음으로 돈을 벌려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가운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일어나게 된다. 이 때 사랑하는 가정을 위해 이들에게도 보시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싸여 재복이 늘어나게 된다. 가정과 사회는 불이(不二)관계에 있기 때문에 건전한 사회에 건전한 가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덕(人德)은 만나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아니하고 항상 부처님께 하듯 공경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덕으로 화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자 하면 복덕(福德) 구족(具足)하고 지혜가 밝아야 한다고 했다. 지혜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를 비우는 공부를 열심히 해 나가, 필경에 사랑하는 사람과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는 진심(眞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심(眞心)은 영적(靈的)인 성품을 가진 마음이라, 다가오는 사람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감지(鑑知)하고 해결할 수 있는 영성(靈性)이 있기에 안녕할 수 있는 불가사의한 힘이 진심의 사랑에서 나온다.
자기의 욕구를 비운 자리에서 사랑과 지혜가 자라고, 사랑과 지혜가 자라는 곳에 복(福)과 덕(德)이 자란다. 복과 덕이 자라는 곳에서 안녕이 자리를 잡게 되는 법이니 모름지기 마음을 비워 지혜 있는 사람이 되고자 정진(精進)해야 할 것이다.
“쥐가 고양이 밥을 먹었다고 한다.” 어떻게?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08.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