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을 꿰뚫다

2009.01.18 02:35

현성 Views:11463

여기에 한 물건이 있다.

이름과 형상이 없으나 고금을 꿰뚫고 있으며

하나의 먼지 속에 

동서남북 상하가 원만히 합해 있다.


唯一物於此  絶名相貫古今  處一塵圓六合

유일물어차  절명상관고금  처일진원육합


- 금강경 오가해, 함허


이글은 함허 기화(涵虛己和, 1376~1433) 스님의 명저인 금강경 오가해의 서문 첫 구절이다.


한 물건이란 우리의 마음을 뜻하는데 마음 중에서도 전생의 업이든 금생의 업이든 업이 생기기 이전의 마음을 우리들의 본래의 마음이라 하여 본심(本心)이라고 하는데 이 본심은 나와 남이 분리되지 않은 즉 능(能)과 소(所)가 일치한 마음이라

시간적으로 고금(古今)이 현재에 꿰뚫어져 있어 일체를 현재를 보듯이 본다는 말씀이고, 공간적으로도 일체가 하나가 되어 있어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은 단계이니 동서남북 상하 육방(六方)이 원만하게 일합(一合)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만공스님께서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가 한 송이 꽃이라고 하신 말씀과 같은 뜻이다. 즉 한 송이 꽃 안에 세계가 합일되어 있다는 말씀이었다.


이름도 모양도 없다는 말씀은 나와 남이 없는 한 물건에서는 일체가 끊어져 경험한 사람만 느낄 수 있을 뿐 무엇이라 이름을 붙일 수도 모양을 그릴 수도 없다는 말이다. 수박이나 과일을 먹어본 사람이라도 그 맛을 말이나 글로 묘사하기 어려운 것에 비유될 수도 있다.

이 뜻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보면 이름과 모양에 구애받음이 없어야 한다는 뜻도 된다. 왜냐하면 이름과 모양은 행하는 사람의 업(業)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어서 중생마다 이름과 모양을 다르게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본성이 다른 것은 아니다. 본성은 이름과 모양이 끊어졌고 예와 지금을 꿰뚫고 있다. 즉 지금의 본성도 예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말씀이 된다. 그러하므로 고금(古今)을 꿰뚫었다고 하는 것이다. 요즈음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피부색에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고 하는 근본에는 누구나 그 본성은 같다는 원리가 있는 것이다.


“하나의 먼지 속에 동서남북 상하가 원만히 합해 있다.”고 한 것은 한 티끌의 성분은 동서남북 상하가 가지고 있는 성분과 같다는 말씀이다. 내 몸이 가지고 있는 성분은 이 우주의 성분과 동일하므로 내 몸의 원리를 알면 우주의 원리를 알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내 몸 중에 한 부분의 원리를 알게 되면 내 몸 전체의 원리를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내 피 한 방울의 성분에서 내 몸 전체의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원리가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우리들의 선조님들은 15세기 이전에 이미 이 귀중한 원리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를 알면 10을, 100을, 천(千)을 알 수 있다는 말과 통하는 말이다.


이러한 말씀들은 모두 지혜라는 말로 통하는 말이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현재를 보고 과거사를, 또는 미래사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한 티끌 가운데 동서남북 상하가 원만하게 합일되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해가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수행을 통해서 고금을 관통하고 한 가지 일에서 전부를 알 수 있는 지혜를 구비해야 하는 것이 우리 승가의 본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시 한 번 읊어보면,

여기에 한 물건이 있다.

이름과 형상이 없으나 고금을 꿰뚫고 있으며

하나의 먼지 속에 

동서남북 상하가 원만히 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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