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와 조사를 뛰어넘다

2009.01.18 02:40

현성 Views:10919

물이 다하고 구름이 다한 곳이며,

연기는 소멸되고 불은 꺼진 때에

문득 본지풍광을 밟으니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것을

마음대로 하겠더라.


水窮雲盡處  烟消火滅時

수궁운진처  연소화멸시


驀然踏着本地風光  管取超佛越祖

맥연답착본지풍광  관취초불월조


- 선요, 고봉 원묘화상


고봉(高峰) 원묘(原妙) 선사(禪師)는 서기 1238-1295년 중국 남송(南宋) 말기에 선풍을 드날리고 선요(禪要)라는 법문 집을 남기었다. 선사는 임제종(臨濟宗)의 18대 적손으로 육조 혜능 선사의 23대손이다.

선요에 나오는 법문은 주로 고봉선사 만년에 이루어진 것으로 선(禪)에 대한 입장이 체계화되고 깨달음을 완전히 성취하신 후에 나왔기 때문에 조사선의 핵심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저서로 평가되어왔다.


“물이 다하고 구름이 다한 곳이며 연기는 소멸되고 불은 꺼진 때에”란 13세기 이전에 중국에서 서천(西天)으로 구법승들이 겪었던 정황에 비유한 말이다. 물도 없고 구름 한점 없는 고비사막을 건너는 고통, 사람이 살지 않아 먹을 것도 없고 불도 꺼져 연기마저 사라졌으니 배고파 헤매는 절망 속에서 문득 본래 마음자리에서 바람과 광명의 빛이 비치니 뜻대로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게 되더라는 자신의 처절한 수행과 깨달음의 체험담이다.


수행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말씀하셨다. 옛 구법승들이 한국에서 중국, 중국에서 인도로 그 어려운 길, 물도 없고 구름도 없는 땡볕의 더위와, 사람이 살지 않아 불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상황을 견뎌가며 법을 구하기 위한 그들의 처절한 구법정신을 이어받아 수행했다는 것이다. 즉 세속적인 삶을 완전히 소멸해 버리니, 어느 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바람과 함께 광명이 비춰 큰 깨달음을 얻게 되고, 깨달음을 얻고 보니 부처님보다 선배 조사들보다 더 높은 법을 깨치게 되더라는 말씀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수행을 하는 승려들의 구법정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신라시대에 많은 젊은이들이 법을 구하기 위해 도보로 먼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승가에서는 흔히 춥고 배고파야 수행이 잘 된다는 말이 회자되는데 출가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리게 되니 굳이 출가해 법을 구할 필요성이 미약해 지는 것 같이 보인다. 세상이 어렵고 어지러운 때는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을 수 있으니 춥고 배고파야 수행이 잘 된다는 말도 일이는 있는 것 같다.

요즈음 세상의 흐름을 보면 근본적으로 난해(難解)한 문제들이 깔려있다. 사회는 지금 법과 돈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데 법과 돈으로 구제하려는 것은 마치 불을 기름으로 꺼려는 어리석은 짓으로 보인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연구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물이 다하고 구름이 다한 곳이며,

연기는 소멸되고 불은 꺼진 때에

문득 본지풍광을 밟으니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것을

마음대로 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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