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모든 존재는 비어있는 상태]

그 놈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하여 체상용(體相用)에 관한 개념이 필요하다. 체(體)는 근본, 실체, 진여, 공(空)등으로 다르게 표현 될 수 있고, 상(相)은 그 성질 모습 혹은 상태이고, 용(用)은 그 활용 또는 작용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한 단체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하여 형성되어 회장단이 구성되어 어떤 색깔(모습과 품성)을 취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이때 친목이 체(體)이고, 회장단과 회원에 여러 가지 색깔(성격과 모양)이 상(相)이며 그 활동이 용(用)이다.

여러분을 이 자리에 앉혀놓고 있는 그놈은 체(體)이고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이 모습과 이 모습을 짓게하는 성품은 상(相)이고 강의를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메모하고 여러 가지 마음속 활동이 용(用)이다. 그러므로 체(體)는 그 자체가 주는 모양도 없고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고 맛도 없고 느낌도 없다. 이들이 없다고하여 체라는 것(침목, 마음의 체)은 없다고 단정하면 그 단체는 응집력이 없어지고 사람은 정신나간 사람이 되어 버리므로 자연히 그 상(相)과 용(用)이 해체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체(體)란 볼 수 없다고하여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없다고 하면 있고 있다고 하면 없는 묘한 것이 체(體)다. 이 존재를 우리들에게 확인 시켜주기 위하여 지난 시간에는 체성(體性: 공성)을 이번 시간에는 체상(體相: 공상)을 공부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확실히 인식하여야 할 것은 체(體)에서 상(相)과 용(用)이 나오므로 상(相)과 용(用)에서 체(體)를 알 수 있고 체에서 상과 용을 알 수 있다. 즉, 친목단체라는 체(體)를 알면 그 단체의 성격과 구성인 상(相)과 활동인 용(用)을 추리해 알 수 있고, 어떠한 단체의 구성(相)과 활동(用)을 알면 그 활동의 근본(體)을 추리하여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관에 있어서나 우주관에 있어 우리는 우주의 상(相)과 용(用)은 보고 느낄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의 체나 우주의 체는 너무나 섬세하면서도 광대하고, 깊으면서도 넓어 그 체(體)를 추리하여 알기 어려운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인생관에 있어서는 흔히 마음이라고 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마음 중 어느 마음이 체(體)인지 알기 어렵고, 우주관에 있어 공(空)을 그 체(體)로 하지만 공(空)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 어느 공(空)이 체(體)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체(體)의 바른 인식을 도와주기 위하여 체의 모습, 공상(空相)을 반야심경에서 열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체와 마음의 체는 같은 것이기 때문에 따로 취급하고 있지 않다.

  왜 우리가 우주의 체(體)이든 마음의 체(體)를 알아야만 하는가?

체상용(體相用)은 각각 개별적인 의미를 가지면서도 체는 상과용에 스며들어 있어 체(體)와 상∙용(相∙用)은 둘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개별성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하나도 아닌 관계에 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이 관계가 항상 성립되어야만 원만하게 주체성이 있으면서 창조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창조적인 생활: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모든 문화생활에 만족하고 머물면 상(相)과 용(用)에 집착하는 것이 되니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상(相)과 용(用)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그 개발을 위하여는 우선 관념상 모든 집착을 버리고 원점(空)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색성시공(色性是空) 공성시색(空性是色)」이라고 할 수 있으나 우리들의 『반야심경』에는 이 부분이 생략되어 있으므로 「색불이공(色不異空)」을 여기에 배대할 수 있다.

이 원점(空 또는 無)에 머물거나 안주하면 허무주의나 염세주의가 되므로 이 공(空)과 무(無)를 부정(否定)하고 보면 우리들의 생각 속에서  어떤 상(相)과 용(用)을 가립(假立)할 수 있다. 이 생각 속에서 가립한  공성(空性)에 연(緣)을 모아 구체화하여 색(色)이 되는 것이「공불이색(空不異色), 색불이공(色不異空)」이다. 이러한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체상용을 자유자재로 응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반야 지혜가 있어야한다.

반야 지혜가 있기 위하여는 모든 것이 공하였다는 체의 도리를 철저하게 인식하고 사용자의 필요에 대한 바른 이해를 얻을 뿐만 아니라 그 방편을 개발하는 지혜가 있으야 한다. 이것이 실용의 세계를 의미하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고 표현한 반야지혜이다.

그러므로 우주의 체나 마음의 체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이 우주와 마음의 체의 모습을 「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이라고 표현한다.

  구체화된 물건이 사회적으로 환영을 받아 많이 활용될 때 자리 이타가 공히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것이 중도가 실천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과정을 끊임 없이 반복하여 이상의 세계인 실용의 세계를 건설하여야 한다. 이 실용의 세계가 불국정토(佛國淨土)라고 하겠다.

현대사회에서 이와 같은 공(空)의 사상을 실현하고 있지 못하고 오히려 유(有)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유(有)의 세계에는 나와 남이 대립하여 벽을 쌓고 경쟁과 시기 질투로 생기는 문제가 많다. 그리고, 구세대와 신세대의 차이가 격심하다든가, 세대교체의 필요성에서 야기하는 문제들도 극심하다. 구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이 「색불이공 공불이색」의 이치을 바르게 배워 이 심오한 진리를 생활화한다면 오히려 신세대보다 탁월할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색불이공 공불이색」 이란 고정관념, 선입견, 습관 등을 철두철미하게 완전히 파하여 공에 즉하여야 한다는 이치이다. 공(空)에 즉하면 반야지(般若智)에 의하여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러므로, 구세대라고 칭할 수 있는 고정관념이 성립 될 수 없음을 가르치는 것이 「색성시공 공성시색」 혹은「색불이공 공불이색」에서 보이는 반야사상의 한 측면이다.

현대사회에서 이와 같은 공(空)의 사상을 실천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 생활의 전반에 걸쳐있다. 화력발전에서, 수력발전, 원자력발전, 태양열이나 풍차를 이용한 발전, 무공해 에너지 발전을 위한 연구, 농산물의 종자 개량, 농업법 개량, 자동차 개량, 전차 기차의 개량, 의복 섬유, 토목 공법, 컴퓨터의 발명과 그 개량, 인공위성의 발명, 개량과 그 용도의 개발, 생리학, 의학 등 그 어느 것이나 창조적 개발이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원리밖에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색불이공」의 원리는 항상 고정관념, 정체(停滯)된 지식, 선입견 등을 파하고 아무 것도 없는 공에 들어가 반야지로 새로운 것을 가립하여 그 가립된 것의 상과용을 면밀히 연구하고, 반야지로서 중도에 진입하여 필요한 연을 모아 구체화하고 현실화하여 활용에 들어가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주면 자리와 이타의 중도가 스스로 증명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반야지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생활화하는 불자(佛子)는 창조적 주체로 크게 성공할 수 있고, 소원 성취를 할 수 있다. 반야심경의 위대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관념적 사상이나 종교, 정치 경제 사회 교육제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절대적인 권위를 가졌던 군주제도도 유교사상도 무너져 버리고, 절대 신을 믿던 천주교회의 교권도 많은 변화 과정을 밟아왔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도 많은 변화의 과정을 밟아 오고 있다. 공산주의는 일어났다 사라졌다. 사상이나 제도 면에 있어서도 참다운 공의 원리를 위와 같이 적용하여, 이 시대의 조류에 맞는 불교의 사상과 제도를 개발하여야한다.  

지금의 과학과 서양의 철학세계는 유(有)가 사유(思惟생각)의 기초가 되어 있어나 불교에서는 그 유(有)는 인간의 아집과 법집에 의한 유(有)이므로 참된 유(有)가 아니라고 한다. 그리하여, 무(無) 혹은 공(空)이 사유의 원점이라고 본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2,500년 전 불교의 공(空)의 개념이 우주 창조의 모체요 원점이라고 하는 것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하고 있다.


「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에 관한 논리적인 전개는 앞의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과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 항목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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