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는 것인가?

2007.02.25 18:50

bultasa Views:6941

나는 있는 것인가?


요즈음 참선수행이 많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참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가 존재하지 않은 무아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무아의 이치를 깨닫게 되면 내가 없으니 남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내가 없고 남이 없으니 내 것이 있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내 것이 있을 필요가 없으므로 인색한 마음이 모두 사라지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가지고 남을 위하여 희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있는 한 반드시 남이라는 상대가 생기게 되고, 그 상대가 있는 한 나라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물건들이 실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이것이 과열 경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이 과열 경쟁은 우리들로 하여금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남여 애인 사이나 부부사이에 누구나 하나가 되기를 원합니다. 하나가 되었을 때 최상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상대방에서 내 말을 들어 주기를 원하고 내 입장을 이해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내 말을 상대방이 들어 주기를 바라고 내 입장을 상대방이 이해하여 주기를 바랄 때, 나는 이미 스스로 나를 만들어 냈습니다. 나를 만들어 내는 순간 나는 상대방도 동시에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하나가 되기를 원하던 부부는 상대방의 의사를 듣기도 전에 이미 둘로 갈라지고 만 것입니다. 내가 있고 상대가 있는 부부사이에서는 지나치게 상대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려는 생각이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게 됩니다. 이것이 실제 필요한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싸이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부나 애인은 하나가 될 수가 없습니다.

남여 애인 사이나 부부사이에 상대방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필요한 것을 해결하려고 정성을 다합니다. 부부나 애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찾는 다든지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고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든지, 사회나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찾아 그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나는 없다고 하는 무아의 경지를 체험하고 그 경지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희락을 체험하신 분들입니다. 내가 없는 이치를 깨달은 분들이기 때문에 상대와 경쟁할 이유도 없고 상대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거나 상대에게 인색할 이유가 없습니다. 때문에 실제 필요한 것 이상의 스트레스가 있을 리도 없고 쌓일 것도 없는 것입니다.

이 우주의 허공은 한없이 넓어 이 우주를 싸고 있고 삼라만상에 스며들어 가 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우리 인간의 몸안에도 허공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허공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이 하나에 의하여 모든 만상이 만들어졌습니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반드시 무너지고 사라져 다시 허공으로 돌아갑니다. 허공과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 인간도 이 하나에서 나왔기 때문에 항상 하나가 되고자 하는 충동이 우리에게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가 되기를 원하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하는 원인이 나를 버리지 못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허공과 하나인 이치를 깨달으면 소아는 스스로 사라지고 대아는 허공과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무아의 법입니다.

너와 내가 하나인 이치를 깨닫게 되면 너와 내가 나뉘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극락의 세계이지요. 이것이 바로 천지가 나뉘기 이전의 일의 세계로 모든 만상의 근원의 세계로 돌아간 것입니다.


2002. 11. 25.
시카코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18 죽음으로 가는 길 bultasa 2007.02.25 7780
17 죽음 bultasa 2007.02.25 6980
16 자비(慈悲)와 Give & Take bultasa 2007.02.25 7348
15 사유(私有)와 공유(共有) bultasa 2007.02.25 7329
14 아상즉시비상(我相卽是非相) bultasa 2007.02.25 7358
13 테러 bultasa 2007.02.25 6949
12 주인공(主人公) bultasa 2007.02.25 7324
11 나누는 기쁨 bultasa 2007.02.25 6935
10 행복? bultasa 2007.02.25 6755
» 나는 있는 것인가? bultasa 2007.02.25 6941
8 위빠사나 호흡 bultasa 2007.02.25 7375
7 겨울이 오는데 bultasa 2007.02.25 7044
6 신앙의 실천 bultasa 2007.02.25 7513
5 잘 사는 길 bultasa 2007.02.25 7082
4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 bultasa 2007.02.25 7298
3 불교의 물질관 bultasa 2007.02.25 8403
2 대승(大乘) bultasa 2007.02.25 7355
1 불.법.승 삼보 bultasa 2007.02.25 7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