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主人公)

2007.02.2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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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主人公)


조개 배속에 명주(明珠)가 숨어 있고 돌 가운데 벽옥(碧玉)이 숨어 있는 도리를 어찌 알겠는가? 배속에 명주 시작됨이 언제이고, 벽옥 역시 언제일까? 조개 배속 명주 끝나는 날 언제이고, 돌 가운데 벽옥 없어지는 날 언제일까? 명주가 조개 배속에 숨어 있는 것이 문제이고, 벽옥이 돌 가운데 숨어 있는 것이 오히려 큰 문제인 것을 어찌하랴? 활! 다람쥐가 록키산을 업고 달아납니다.

나에게 숨어 있는 주인공, 조개 배속에 숨어 있는 명주와 돌 가운데 숨어 있는 벽옥과 어떻게 다를까? 새가 하늘을 나는데 자취를 남기지 않듯이 주인공이 마음의 허공을 꽉 채우고 있지만 자취를 남기지 않으니 이를 알 수 없는 안타까움 어찌하랴? 활! 바위가 하늘을 나니 새가 보고 춤을 춥니다.  

은은하고 고요함 속에서 사향(麝香)의 향내 맡으니 사향 있음을 알듯이, 잡으려는 생각 놓아 버리려는 생각 모두 씻어 삼천리 밖으로 몰아내니 고요함 속에 명(明)과 암(暗)이 명암(明暗)이 아니요 산과 물이 산수(山水)가 아닐세. 명암(明暗)을 흡수하고 산수(山水)가 흡수되니, 해와 달이 심안(心眼)을 밝혀 주인공의 향 널리 퍼지게 하는 구나.

심안(心眼)이 주인공을 밝히니 배고프면 배고픈 것을 알려주고 목마르면 목마른 것을 알려주는 바로 그 놈이 주인공인 것을! 숨을 들이쉬고 내쉴 줄 아는 바로 그 놈! 몸과 마음의 모든 상호작용을 다 알아 알려주는 바로 그 놈! 이 몸의 안과 밖을 다 알아 알려주는 바로 그 놈! 이 몸이 죽으면 내세로 가듯이 전생에서 이 몸을 받아 나온 바로 그 놈! 그러나 명주(明珠)가 조개 배속에 숨어 있는 것이 문제이듯이 주인공이 이 몸에 숨어 있는 것이 범부(凡夫)의 문제이다. 명(明: 주인공)과 암(暗: 몸)이, 이 몸 안에 같이 있건만 이를 알지 못하는 범부는 암(暗: 몸)의 세계만 알고 명(明: 주인공)의 세계를 알지 못하니 말이다. 그러나 범부가 같은 몸속에 명(明)의 세계를 밝힐 수 있을 때 어두움은 사라지고 밝음만 있으니 심안(心眼)의 눈이 밝아지는 것이요 대지(大智)의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대지자(大智者)는 싸울 줄 모르는 것이 어리석고 우치(愚癡) 하게 보이지 만 명(名)과 실(實)이 있는 곳에는 싸울 줄 아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법, 그리고 득세자(得勢者)는 영웅스럽게 보이지 만 다음 싸움을 또 기다려야 하니 한 번은 패자(敗者)가 되게 마련이다. 그러니 영웅은 대지자(大智者)가 될 수는 없다. 대지(大智)는 명(名)과 실(實)이 까마득히 잊어버린 곳에서 비로소 얻어지는 법이니 싸움과는 팔만천리 떨어져 있는 것. 지자(智者)에게서는 도(道)의 향기가 저절로 나타나니 누구의 명(名)과 실(實)을 거슬러야 할 것이 있겠는가? 아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구족(具足)하고, 두두물물(頭頭物物) 응용함이 부족함이 없으니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대지자(大智者)를 초월하는 초인(超人)의 초물(超物)이다.

저 자연의 동물도 명(名)과 실(實)을 위하여 떼를 지어  싸우는 법이 있을까? 개가 개를 죽이기 위하여 화력(火力)을 개발한다는 소리 못 들었고, 돼지가 돼지를 죽이기 위하여 생화력(生化力)을 개발한다는 말도 못 들었다. 오직 사람만이 테러를 일으켜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일 삼고, 전쟁이란 지옥을 스스로 만든다. 과연 사람이란 저 자연의 동물이나 개와 돼지만 못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면 무엇일까? 주인공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중생들인가?


2003.03.26.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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