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私有)와 공유(共有)

2007.02.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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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私有)와 공유(共有)


6.25 동란이 일어나기 전 우리나라의 전통은 공유(共有)의 개념으로 모든 것을 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여 왔습니다. 〮이 공유의 개념이 “우리”라는 말로 표현되어 왔었지요. “우리 집” “우리 마을” “우리 학교” 등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나의 집” “나의 마을” “나의 학교”라고는 하지 않았지요. 그 당시 나라는 가난하였지만 모든 사람들의 인심이 좋아 울타리 없이도 안심하고 잘 살았던 시절입니다. 그것은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공유의 개념으로 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었습니다.

6.25 동란 후 나라는 갑자기 서구화 풍조에 휩싸여 자기 것에 대한 가치를 상실하고 종교 사상 정치 경제 등 서구식 사고방식으로 일대 전환을 맞이하였지만 사람들은 전환기를 맞이한 줄도 모르고 잃어버린 자기 것에 대한 가치도 모르고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매일 매일 바쁘게 뛰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공유(共有)의 개념이 사유(私有)로 변하였다는 것입니다.

사유(私有)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나”와 “내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나”와 “내 것”이 중요한 것은 잘 사는 사람에게 뿐만이 아니라 못 사는 사람들에게도 역시 중요합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내 것”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자연히 빈부의 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강탈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가하면 도적도 많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집 안을 둘러싸는 담도 높아지는 것이지요. 제도적으로 잘 사는 사람은 점점 더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점점 더 못살게 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 자본가가 소 자본가를 합법적으로 묵살시킬 수 있는 사회, 변호사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은 돈 많은 상대에게 옳은 것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사회 등입니다. 사유(私有)의 개념에서는 자기에게 이로울 때 남을 해치고 모함하는 일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하게 됩니다. 사유(私有)의 개념에 배타적인 사유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유(私有)의 개념에서 일어나는 모순과 타락 현상이 정치와 경제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 종교 활동에 있어서도 “내 종교” “내 교회”라고 하며 배타적인 의미를 갖는 사유(私有)의 개념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특히 복지 부분에서도 이러한 경우들이 보입니다.

자기 교회에서 성금으로 모은 돈을 가지고 노인 복지 및 기타 복지 활동을 하면서 “내 종교” “내 교회”라고 챙긴다면 누구나 좋은 일 하시는데 찬사를 보낼 일입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GRANT를 받아 노인 복지관을 운영하면서 “내 종교” “내 교회”를 찾는 경우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GRANT FUND는 공유(共有)의 개념으로 형성된 연고로 공유(共有)의 개념으로 사용되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유(共有)의 개념으로 형성된 자금을 지원 받아 사유(私有)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법적으로도 합법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무차별하게 받아들인 이 사유(私有)의 개념은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점에서 어려움과 불이익을 당하게 합니다. 공유(共有)의 개념에서 당연히 힘을 모아 합쳐진 힘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사유(私有)의 이기심 때문에 힘을 분산 시키고 분해하게 하여 갈등과 대립과 배타적인 사고방식으로 아무 것도 중요하고 힘든 일은 누구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민족이 외국 어느 땅에서 살더라도 사유(私有)이면서 공유(共有)처럼 보고 생각할 줄 알고 공유(共有)하면서 사유(私有)에 이로운 일을 행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사유의 이익이 클수록 공유의 이익은 적어지고 힘의 분산을 가져오는 법이며, 공유의 이익은 클수록 사유의 이익도 커지고 힘의 단합을 가져오는 법임을 우리는 배워 알고 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 7월 24일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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