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가는 길

2007.02.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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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가는 길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관문으로 가는 길위에서 줄을 지어 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어린 나이에, 어떤 사람은 중년에, 어떤 사람은 노년에, 이 죽음의 관문을 통과한다. 어떤 사람은 이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 죽음의 관문을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듯이 살아간다. 사실 이 두 유형의 사람들은 똑 같이 저승의 관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혀 볼 수없고, 들을 수없고, 느낄 수 없는 어두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불안하고 두렵고 끔직하여 생각하기 조차 싫어한다. 잠시 이 어두운 저승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 마음의 세계에 비유하여 생각해 보자.

우리가 세수하고 거울을 보고 내 모양을 보듯이 내 마음을 볼 수 있을까. 사실 내 마음은 어두운 방 안에 있는 물건을 보듯이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것이다. 어두운 방에 등불을 켜고 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확인할 수 있듯이 내 마음의 방에 등불을 켜고 그 마음의 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내 마음의 거울에 모두 비추어 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우리들의 모든 괴로움과 번뇌의 원인을 쉽게 찾아내 소멸하고, 모든 괴로움과 번뇌로부터 해탈하여 대자유와 평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자신의 마음의 방에 등불의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어두운 밤길을 헤매는 나그네와 같이 인생의 길에서 저승의 관문을 향하여 헤매며 앞으로 앞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저승의 관문 안을 드려다 볼 수 없는 것이나 우리들 자신의 마음속을 드려다 볼 수 없는 이치는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대하여 무지(無知)한 것에 두렵게 생각하거나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걱정할 것도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지(無知)가 만사태평하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지나 여름, 여름이 지나 가을, 가을이 지나 또 다른 겨울이 오듯이 우리들도 무식하거나 유식하거나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유년기를 지나 청년기, 청년기를 지나 장년기,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 노년기를 지나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나, 준비된 사람이나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나 상관없이 누구나 한번은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우리 인간이 저승의 관문 속을 바라보고, 듣고, 냄새 맞고, 맛보고, 피부로 느끼는 것은 내가  마음속을 보고 듣고 냄새 맞고 맛보고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연고로 부처님을 비롯하여 수많은 보살님들과 선지식들이 자기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기르기 위하여 가장 귀한 자기의 명을 받쳐가며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다.

마음공부를 하여 내 마음의 천안(天眼)이 열리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보이고 귀로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뿐만 아니라 남의 마음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 마음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비워 버렸기 때문에 마음의 방 속에는 더 이상 볼 것도 없고 들을 것도 없고 오직 맑고 밝아진 마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위험한 곳에 가면 몸을 낮추고 더욱 조심하듯이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더욱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기 전에 마음이 어두운 사람은 저승에 가서도 어두움을 면할 수 없고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기 전에 마음이 맑고 밝은 사람은 저승에 가서도 마음이 맑고 밝게 되는 것이다. 죽음의 관문을 향해가는 사람들이 이와 같이 알고 생각하고 행하기 시작하면 금생을 편안하고 이롭게 즐길 수 있고 저승의 관문을 통과한 후에도 편안하고 이롭게 살아가는 영원한 삶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2003. 11. 19.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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