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행복

2012.09.1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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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사실적으로 몸에 있는 병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늙어감에 따라 육신의 활동 범위가 점점 좁아짐에 따라 오는 고통 그리고 죽고 싶지는 않는데 죽음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고통이 있다. 이러한 사실적인 고통 외에 사실적이 아닌 고통도 많이 있다. 경제적으로 살기 어려운 것에서 오는 고통, 가까운 사람이 의리를 배반함에서 받는 고통, 이해와 사랑이 없는 관계에서 오는 고통, 사회적으로 도덕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이 저질은 사건들에 의해 입는 피해와 고통 등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사실적이 아닌 것에서 오는 고통의 원인을 찾아 하나로 집약하면 불만(不滿)이다. 불만은 고통을 낳고 만족은 행복을 낳는다. 그러나 불만이 있기에 만족이 있을 수 있고, 만족이 있기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만족과 불만은 깊은 상관관계에 있음을 우리는 직관(直觀)할 수 있다. 불만이 깊을수록 만족도는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만족도가 높을수록 불만의 골은 깊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만족 속에 불만이 숨어 있고, 불만 속에 만족이 숨어 있지만 우리들의 의식이 이를 감지하지 못할 뿐이다. 이러한 관계를 불가(佛家)에서는 불이문(不二門) 혹은 불이문(不異門)이라 한다. 불만과 만족은 다른 것도 아니요 같은 것도 아니라는 법문이다.

 

라고 생각하는 내 몸을 깊이 살펴보면 부모로부터 받은 몸이고, 숨을 쉬고, 배고플 때 밥 먹고 물 마셔주면 이 몸은 나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작용하면서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그 생명을 유지시켜 가다가 쇠퇴되어 결국에는 죽어 지수화풍으로 분해되어 흩어져 간다. 내 의사대로 내 몸이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니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고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받는 사실적인 고통이다. 그러나 몸이 건강할 때 병의 씨앗이 몸 안에 있기에 병이 나는 것이고, 병난 몸 안에 병으로부터 회복될 수 있는 씨앗이 있기에 회복되는 것이다. 나의 생명 속에 죽음의 씨앗이 있기에 때가 되면 죽는 것이고, 죽음 속에 새 생명의 씨앗이 있기에 다음 생의 몸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과 죽음에 연연하지 말고 살아생전에 자기의 본업에 충실하면 편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는 사실적이 아닌 고통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부자 집에 태어나 자라고,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며, 가난을 모르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불만도 많고 불행할 수도 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어렵게 고학하면서 학교 다니고 취직해 일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이러한 젊은이들은 가난에 대한 불만도 많았겠지만 끝내 가난을 극복하는 길을 열어갈 수 있었기에 가난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고, 그를 극복해 갈 수 있는 지혜를 닦은 사람이니, 다른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가난을 해결 할 수 있는 지혜의 문을 열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고 이들의 행복의 뿌리는 가난에 있었던 것이다. 불교적으로 설명하면 그가 겪어가고 있던 가난의 고통 속에 행복의 씨앗이 이미 싹이 트고 있었던 것이다.

 

애정(愛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아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대가족제도가 붕괴되고 핵가족제도가 보편화 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애정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고통이니 불교신자이면 당연이 자신의 고통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세밀히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그 고통은 나의 불만에서 나오고, 불만은 내가 대화를 나누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의지처가 그 때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일어나고, 이러한 불만이 오해와 겹쳐 쌓이다보면 다시는 치유하기 어려운 상황에 까지 이를 수도 있다.

이 때 상대방에게 나의 불편한 심기를 말해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자신이 당하는 고통이 상대방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고통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관찰이다. 이러한 관법에 의해 우울함, 괴로움, 절망을 행복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역시, 절망 속에 희망과 행복의 씨앗도 함께 있는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불타사 현성 합장

20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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