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대로 볼 수 있나?

2012.10.04 01:19

현성 Views:5545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한다. 이러함으로, 사람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는 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몹시 괴롭게 할 수 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이 한 사람, 두 사람 생기다보면 사정이 악화되어 사람으로 인한 재앙(災殃)을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불교에서는 평화롭고 행복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조건으로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바른 말, 바른 행동의 조건에는 바른 생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생각이 불순(不純)하면 말과 행동도 불순하게 나오기 마련이니, 불순한 생각을 우선 정리해야 한다. 불순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바른 뜻 의지(意志)작용이 있어야 하고, 바른 의지가 있기 위해서는 바르게 볼 줄 아는 견해(見解)가 있어야 한다. 바른 견해가 있을 때 있는 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 사리(事理)에 이와 같은 중요한 단계가 있으니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을 해야 있는 대로 볼 줄 아는 견해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첫째: 불이문(不二門) 체험해 알아야 한다. 불이문이란 나와 나 아닌 모든 것이 독립해 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둘이 아니고, 둘이 아닌 것도 아니라는 불교 사상이다. 쉽게 말하면 너와 나는 나눌 수 있는 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나도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너를 포함해 나 아닌 모든 것을 떠나 한 순간도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 너와 나 아닌 모든 것은 내 몸 밖의 이다. 그러하니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 그러나 너를 포함해 내 몸 밖의 모든 것은 각기 살아가는 방법과 취향이 독특하다는 점에서 보면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법이다. 상대를 이와 같은 견해로 볼 수 있을 때 있는 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게 된다. 연기법과 무아(無我)법문을 이해함으로서 불이문에 들어갈 수 있고, 이기심은 이타심으로 변하고, 자비와 용서 그리고 이해와 사랑으로 포용하는 덕()이 이 문에서 나온다. 그리고 분별심이나 차별심이 문화의 다양성을 인증하고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볼 수 있는 마음으로 바뀔 수 있다.

 

둘째: 죽어도 죽은 바가 없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설사 부모님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내 몸과 마음 안에 존재하고 있다. DNA 검사로 친자(親子)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부모 몸이 내 안에 있다는 증거이고, 부모의 영상을 내 눈앞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내 마음 안에 부모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부모의 육신은 죽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은 엄연히 내 안에 계셔 정을 나누는 대화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 몸은 매 순간 변해 가다가 어느 순간 죽는 때가 온다. 그러나 전생에서 이 세상에 온 내 마음은 이 세상을 살다가 연이 다하면 몸을 잃고, 다른 몸을 받아 다음 생으로 간다. 이 진리를 깨달아 믿으면 병들고 늙음을 고통으로 받아지지 않게 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여기에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와 무상(無常)법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항상 복과 지혜를 닦는 일을 해야 할 일로 알고, 열심히 하되, 일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물듦이 없이 편안하게 할 일을 일념으로 하는 마음이 될 것이다.

 

셋째 지혜: 죽음이 없는 이치를 깨달은 것은 지혜의 가피이다. 자비와 원력의 힘으로 불순한 업종(業種)의 걸림을 받지 않아 물같이 바람같이 자연스럽게 부름에 응할 수 있는 것은 지혜의 힘이다. 마치, 세상의 소리를 듣고 그에 응하시는 관세음보살님과 같이.

이렇게 위 3가지를 만족할 수 있을 때 바르게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견해가 열리게 된다.

 

어떻게 해야 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우리들 마음에는 수많은 불순(不純)한 업의 종자가 있어 순수한 마음을 가리고 있다. 그들이 사물이나 사실을 바르게 보지 못하게 하므로 바른 생각을 할 수 없고, 바른 말, 바른 행동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행을 통해 우리들의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는 불순한 업의 종자를 소멸하고 선량한 종자를 많이 심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내 안에 있는 불순한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많이 하게 한다. 수행에는 봉사, 보시, 염불, 간경, 사경, 독경 등이 있다. 이들을 통해 모든 물든 마음을 순화시키므로 써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선정에 들어 마음을 가볍고, 맑고 깨끗하게 해 밝아지게 하고자 한다.

 

맑고 깨끗해 밝은 마음은 사()와 리()를 바르게 볼 수 있는 견해를 가지고 어려움을 바르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지혜로운 생각이야 말로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스님

2012.9.27.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178 근하신년(謹賀新年) 갑오(甲午)년 현성스님 2013.12.30 4676
177 [선우청년회] 사랑과 행복 현성스님 2013.12.21 5028
176 [선우청년회] 무아(無我)와 행복 file 현성스님 2013.12.21 4930
175 [선우청년회] 리더십 훈련과정 소개 현성스님 2013.12.21 4820
174 불성(佛性) 현성 2013.07.01 5138
173 근하신년(謹賀新年) 계사(癸巳)년 file 현성 2013.01.12 5515
172 인생고뇌 현성 2012.12.05 5454
171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현성 2012.11.27 9115
170 원력(願力) 현성 2012.11.16 5461
169 존재의 확신 현성 2012.11.07 5614
168 불타가요제 현성 2012.10.31 5514
167 열린 마음(오픈 마인드, Open Mind) 현성 2012.10.16 5371
166 세상을 보는 눈 현성 2012.10.12 5491
» 있는 대로 볼 수 있나? 현성 2012.10.04 5545
164 “이뭣고” 현성 2012.10.04 6700
163 하심(下心) 현성 2012.09.20 5148
162 고통과 행복 현성 2012.09.14 5206
161 종소리와 성령(聖靈) 현성 2012.09.14 5163
160 승보(僧寶) 현성 2012.08.31 5278
159 내 마음에 계신 하나님 현성 2012.08.31 5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