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2012.10.12 19:30

현성 Views:5483

폭탄 테러, 총기 난사, 성폭행과 관련된 살인, 어린이 유괴와 살인, 그리고 자살 등 끔직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폭탄 테러의 경우 테러를 하는 사람의 믿음이 “신의 영광을 위해 적을 죽이고 신을 배신한 자를 죽임으로서 신의 구원을 받고 영원한 안식처에 갈 수 있다”고 믿는 일종의 신앙 행위인 것 같기도 하다. 그 외의 경우 테러응징, 욕구불만에서 오는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변질되면서 일어나는 행위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첩첩이 쌓인 사회적 경쟁을 이겨나가기 너무나 힘든 세상에서 출구가 막힌 긴장과 갈등이 빗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불교적 견해를 찾아보고자 한다.

 

자기가 믿는 신은 유일한 신이고 구원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신이나 다른 신은 모두 삿되다고 비하하는 종교가 2개 이상 이 지구상에 존재하면 그들은 그칠 줄 모르는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신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그들이 믿는 교리가 수정되지 않는 한 천년이 지나도 근절될 수 없는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것 같다.

이러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나 테러응징을 주도하는 사람, 욕구불만에 쌓여 긴장과 스트레스로 헤매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른 종교에 대해 분별하는 마음만 거두고 귀를 기울이면 새로운 빛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현대 서양종교와 철학은 인간의 이기심을 인정하고, 그 이기심을 근본으로 하는 종교이고 인간사회 생활과 그 구조가 이기심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다. 종교적 이기심은 종교 간의 긴장과 갈등, 전쟁을 그칠 줄 모르게 하였고, 사회적으로 통념이 되어버린 이기심은 빈부의 격차가 양극화하게 되고, 노사(勞使)간의 갈등도 극대화 되었고, 인권(人權)도 이기심을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다. 욕구불만에서 오는 정신질환의 뿌리는 사회적으로 통념이 된 이기심에 있다.

 

이기심이 바른 사회적 통념이 되려면, 이기심을 인정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기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에서 나온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찰나 찰나 변하고 있다. 찰나 전에 ‘나’가 ‘나’인지, 지금의 ‘나’가 ‘나’인지? 찰나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지 다른지? 같다고 해도 틀리고 다르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가? 내가 밟고 있는 땅도 찰나 전의 땅과 지금의 땅이 같은가 다른가? 같다고 해도 틀리고 다르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가? 그러면 과연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기심”이 붙을 ‘내’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나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에서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물질이 있는가? 몸 안에서 유통을 맡고 있는 물 기운을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밖에 있는 물이 계속 내 몸 안으로 들어가야 몸 안에 있는 물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내 몸 밖에 있는 물과 내 안에 있는 물 그리고 내 안에서 밖으로 나간 물이 같은 물인가 다른 물인가? 같다고도 할 수 없고 다르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공기도 태양열도 우리가 먹는 야채도 육류도 모두 나와 같다고 할 수도 없고 다르다고 할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과연 “이기심”이 뿌리내릴 수 있는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서양종교와 철학은 바로 이 문제를 해명(解明)해야 할 것이다.

 

불교는 어떠한 존재도 이 우주에 존재하는 일체와 주고받는 연관 관계를 맺으며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체와 연관 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 있음으로 나를 위해 남을 죽이는 것은 바로 나를 죽이는 것이 되며,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바로 나의 물건을 훔치게 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반대로 남을 용서하고 포용하면 내 잘못을 용서받고 남이 나를 포용해 주는 공덕을 쌓는 것이 된다고 한다. 복수는 더 크고 많은 원수와 불안을 낳을 뿐 복수로서 원수를 갚을 수 없고 오직 사랑과 자비로 원한을 풀어 줄 수 있다고 한다.

 

서로 간에 이렇게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우주관에 불교적 평등관이 있고 자비와 지혜관이 있다. 이기심과 같은 어리석은 관념을 가진 사람은 상대를 바르게 볼 수 있는 눈도 없고 지혜도 없으며 자비심도 없고 자유와 평화도 없다고 본다. 이 우주에 모든 존재가 서로 돕고 사는 긴밀한 유기적인 관계가 있다는 관념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은 사물이나 상대를 바르게 볼 수 있는 눈과 지혜가 있으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자비심이 흐르고 자유와 평화가 정착할 수 있는 세상을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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