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숨을 쉰다

2010.12.26 16:18

현성 Views:7400

하루 24시간 중에서 “나는 숨을 쉰다.”고 인식하는 시간이 몇 분 몇 초나 될까?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이에 하루가 지나가곤 한다. 무엇인가에 쫓겨 가며 바쁘게 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무엇인가 주어진 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는 강박관념, 불안, 초조함, 그리고 그 때까지 맞추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몸과 마음이 받는 스트레스는 내 몸과 마음에 주는 질명의 원인이 되지는 않을까?

진정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나의 삶이란 무엇일까?

어디에서부터 풀어가야 할 일인가?

불교에서는 “내”안에 “나”가 둘(2)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참나’[진아(眞我)] 혹은 ‘참마음’[진심(眞心)]이라 하고, 다른 하나는 가짜 나[가아(假我)] 혹은 사심(邪心이)라 한다. 내가 숨을 쉬는 줄도 모르고 뛰고 있는 나는 ‘참나’가 아니라 ‘가짜 나’이다. 그러한 환경에까지 나를 몰고 간 나는 ‘참나’가 아니라 ‘가짜 나’가 한 짓이다. 다만 그것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하려고 할 때마다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거나, 졸리거나, 잡념이 일어나곤 한다. 이 때 공부를 하고자 하는 ‘나’는 ‘참나’이고 게임을 하고자 하는 마음, 졸리는 마음, 잡념을 일으키는 마음은 ‘가짜 나’의 사심(邪心)이다. 사람들이 불안과 괴로움을 받는 원인이 되는 모든 망념과 잡념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모두 ‘가짜 나의 삿된 마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정불화, 화, 폭력, 증오, 가난, 질병 등도 모두 ‘가짜 나의 삿된 마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나의 마음속에 있는 이 ‘간사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

내가 숨을 들이쉴 때, 숨을 들이쉬는 동작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이 일어나면, 바로 그 마음이 ‘나의 참마음’이다. 그 마음에는 아무런 가식(假飾)이 없다. 아주 있는 그대로 나타나는 순결(純潔)한 마음이다. 그리고 숨을 내쉴 때, 코로 내 쉬는 움직임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이때도, 내 쉬는 숨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마음이 바로 ‘참나의 참마음’이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참나의 참마음’이 인식하고, 깨닫고, 통찰하게 하는 것이다.

‘나의 삿된 마음’은 나의 몸을 최대한으로 부려먹으려고만 했지 ‘내 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몸과 마음의 부조화(不調和), 화, 질병(疾病), 투쟁(鬪爭) 등 고민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참마음’이 코를 통해 쉬는 들숨과 날숨을 인식한다는 것은 내 마음이 내 몸과 접촉하고 있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즉 몸과 마음이 접촉을 통해 하나가 된 순간이다. 이것은 너무나 경이로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 이 들숨과 날숨이 그의 자리를 지켜주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있게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갖고 싶은 보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으며, 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내가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있다.”는 보물보다 더 귀한 보물이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서 무엇을 얻겠다고 찾아 다녔던가? 내가 숨을 쉬는데 필요한 조건이 무엇일까?

내 참마음’이 내 몸의 동작과 접촉할 때마다 그 경이로움을 인식할 수만 있으면 ‘참 기쁨과 고마움’이 그 인식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밥을 먹을 때, 내가 나의 밥 먹는 동작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 몸이 내가 먹은 음식을 소화시켜, 내 몸이 필요로 하는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나의 흐트러진 마음의 자세를 바로잡게 해 줄 것이다.

‘내 참마음’이 내 발이 걷는 동작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내 몸이 지금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기쁨과 감사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걸을 수 없을 때, 내가 받는 고통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참마음’과 내 몸이 하나가 된다는 사실은 내 인생에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나의 참마음’이 내 몸의 움직임에 경이로움을 감지(感知)하고 기쁨과 감사함을 마음 깊이 느끼면서 선정(禪定)에 들 수 있다. 선정은 집중력(集中力)을 평상시보다 몇 배나 높이게 한다. 이 집중력은 통찰력(通察力)을 겸하여 내 마음 속에 있는 ‘삿된 마음’을 찾아 하나 하나 굴복 받아 ‘참마음’을 돕는 친구가 되게 한다. 이 작용을 ‘참마음’이 ‘나의 삿된 마음’을 치유(治癒)하는 작용이라 하는데, 이 치유가 끝나면 일체 번뇌, 망상, 잡념, 화, 두려움, 가정불화에서 자유로워진다. 이 때, ‘나의 참마음’이 비로소 ‘나의 주인’이 되어, ‘참마음’의 삶, 풍요로운 삶, 무한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 때 몸과 마음이 서로 걸림이 없게 작용한다고 하여 이사무애(理事無礙)한 삶이라 한다. “나는 숨을 쉰다.” 얼마나 경이로운 사실이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실이며,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사실인가.

새해를 맞으며 스님이 독자들에게 보내드리는 숨결의 선물 고요히 받아 주소서!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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