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버린 사랑

2011.02.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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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결혼하고, 결혼해 황홀하고 신비로운 생활 중 귀여운 아기를 얻게 된다. 애기는 생활에 낙을 더해 주고 사랑의 즐거움을 만끽(滿喫)하게 한다. 부부는 아기를 잘 기르기 위해 모든 정성을 다 바친다.

그러나 아기가 중고등학생, 대학생, 사회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가정에서는 사랑의 중심이 흐려지게 되거나, 부부사이에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잃어버린 사랑이 되곤 한다. 이런 부부 생활에서는 곤욕(困辱)스런 갈등이 흔히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도 사랑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서로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불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이런 경우 괴로움을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내가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 그 괴로움이 무엇인가. 어떻게 느끼는 괴로움인지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첫 단계이다. 상대가 이런 말, 저런 행동을 할 때 내가 어떻게 괴로워지더라. 라고 사실대로 진단하는 것이다. 이 진단을 하는 동안 내가 착각해서 혹은 잘못 인식해서 일어난 오해 혹은 괴로움이 풀어져 시원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다음 단계는 상대가 그런 말,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보는 것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우선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누가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내 몸과 마음이 그의 몸과 마음과 온전히 같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정의를 내려 보면, 부부 사이의 괴로움의 원인은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이 온전히 같이 있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된다. 자녀를 위해 몸이 같이 있지 못할 경우도 있고, 몸은 같이 있지만 마음이 같이 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몸도 마음도 같이 있지 못하는 경우가 곤욕스런 갈등기이다.

 

마음이 온전히 같이 있지 못하는 것은 서로 구(求)하는 바 혹은 원(願)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구하는 바 혹은 원하는 바가 다른 것은 누군가가 상대방의 뜻을 경청(傾聽)하지 않은 데서 오는 결과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것은 진실한 사랑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흐려진 결과이다. 이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 사랑이 탄생하고, 급기야 곤욕스런 갈등기에 진입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곤욕스런 갈등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까?

 

불교에서 일차적으로 주문하는 것은 ‘내가 상대방을 바르게 보고, 상대방의 말을 바르게 듣고 있는가.’ 라고 끝임 없이 자기 성찰을 하는 습(習)을 드리게 한다. ‘상대방을 바르게 본다.’는 것은 ‘상대방이 거기에 있다는 존재가 나에게 주는 의미,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보는 것을 바르게 본다.’고 한다.

많은 괴로움의 갈등이 이 성찰에서 해소될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바르게 듣는 다’는 말은 사랑스런 마음, 자비로운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는가. 라고 자성(自省)하는 것이다. 사랑스런 마음, 자비로운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면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는 자세가 스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대방과 몸과 마음이 같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식하고 긍정적인 면을 다시 보고 그의 말을 경청하였으면 바르게 생각하는, 사유(思惟)하는 습(習)을 드려야 한다. 바른 생각 혹은 바른 사유라는 것은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을 길러주기 위해 내가 거기 있음을 인식하는 사유이다.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을 길러주기 위해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은 내 주장, 내 집착을 사랑하는 그를 위해 접는다는 생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주장, 내 집착을 놓아버리면 자연스럽게 나의 화, 긴장, 스트레스가 해소되게 된다. 이와 같이 상대방의 존재의 가치와 나의 존재의 가치를 사유한 다음 세 번째 단계는 바른 말이다.

 

바른 말이라는 것은 화, 긴장, 스트레스가 섞여 있는 말이 아니다. 특히 부부사이에 자존심이 섞여 있는 말은 더욱 아니다. 자존심이 섞여 있는 말에는 사랑이 머물 수 없고, 사랑이 머물 수 없기에, 서로의 몸과 마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 ‘바른 말’이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주고받는 사랑스런 말, 자비로운 말이다.

같은 말이라도 정(情)이 담긴 말은 그 느낌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정이 담긴 말이란 다정한 말, 진실한 말, 긍정적인 말, 너와 내가 하나임을 인식하는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말,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말이다. 깊이 자기 마음을 성찰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바른 말이다.

 

다음 네 번째 단계는 바른 행동이다. 바른 행동이란 깊이 성찰한 마음이 행동으로 나타남인데, 잃어버린 사랑을 확실하게 회복하려는 행동이다. 누가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몸과 마음이 그의 몸과 마음과 온전히 같이 있는 것이다.’ 라는 사랑을 행동으로 온전히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항상 같이 있게 하는 수행을 지극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이 수행은 내가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는 것, 내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는 수행에서 시작한다.

이 수행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부인이나 남편의 몸과 마음과 온전히 같이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거나 내 마음을 내 맘대로 하기 어려운 사람은 상대적으로 부인이나 남편과도 몸과 마음을 온전히 같이 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항상 같이 있게 하는 수행을 지극한 마음으로 꾸준히 닦는 것이 ‘바른 행동’이다.

 

일체는 자기가 지은대로 받는 법이며, 사랑은 일체를 화합한 가운데 생장(生長)시키는 힘이고, 화합은 행복을 가져온다. 사랑은 맹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치(理致)에서 일어난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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