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본성(本性)

2011.03.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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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반대말은 태어남이고, 태어남이란 어떤 모습의 나타남이고, 모습이 있는 것을 유상(有相)이라 한다. 죽음이란 그 모습의 사라짐이니, 사라지면 모습이 아니라고 하여 비상(非相), 혹은 모습이 없다고 하여 무상(無相)이라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무병(無病) 장수(長壽)하고, 돈도 많고,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가 우리를 괴롭힌다. 어떻게 하면, 무병장수하며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무병장수하며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의 첫 째는 ‘죽음’의 본성, 즉 진리를 바르게 아는 것이다. 불교는 윤회(輪回)를 믿는 종교이다. 윤회란 나의 혼(魂)이 전생에서 부모에 의탁해 몸을 받아 금생에 왔고, 이생을 살다가 명(命)이 다하여 죽었다고 하는 것은 몸의 지수화풍(地水火風) 네 가지 요소가 원래의 자연으로 돌아가고, 혼은 그가 지은 업(業)에 따라 새로운 부모를 만나게 되는 것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말한다.

몸의 입장에서 보면 태어남이란 새로운 모습의 시작이요, 죽음이란 그 모습의 사라짐이지만, 혼(魂)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를 의탁해 몸을 받았다는 것이 새로운 혼의 탄생이 아니라, 전생의 혼이 금생의 이 몸으로 나타났을 뿐이고, 혼인 마음이 이 몸을 관리한다. 그리고 죽었다고 하는 것은 병들었거나 쇠약해 진 몸에서 혼이 자유로워진 것이니, 혼이 죽었거나 소멸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혼의 본성(本性)은 어떠한 절대적인 힘의 도움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영생(永生)하는 존재이다.


불교에서는 몸의 태어남은 한조각의 구름이 나타남과 같고 죽었다는 것은 그 구름이 사라짐과 같다고 비유한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혼이 몸을 받아 태어났다는 것은 물이 증기가 되어 모여서 구름으로 나타남과 같고, 몸에서 혼이 떠나 죽었다는 것은 구름이 물방울 되어 사라진 것과 같다는 뜻이다.

몸은 죽어 수많은 형태로 태어날 수 있지만 혼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아닌 것은 마치 구름이 없어지고, 안개, 이슬, 눈, 비, 얼음, 바다 등 수없이 많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그들의 본성인 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아닌 점에 비유된다.

몸이 죽게 되어 혼이 다음 생의 부모를 만나고 좋은 환경을 택하는 능력은 혼에 저장된 이생에서 지은 업(業)이 좌우하는 것이니 모름지기 이생을 사는 동안 좋은 업을 많이 지어 복과 덕을 닦으라고 하는 가르침이 윤회설의 핵(核)이다.

이와 같이 사람의 몸과 마음의 본성을 이해하고 믿는다면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자유로워지고 오로지 복과 덕을 쌓는 선업을 많이 짓게 될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육체적으로 무병장수하고 마음으로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


풍요와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은 금강경(金剛經) 제5품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품에서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라 했다. 모습이 있는 모든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다. 만일 네가 모든 모습 있는 것에서 모습 없는 것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고 했다.

여래(如來)는 곧 무병장수하고 풍요로운 가운데 가장 행복하신 분이라 모든 불자(佛子)들이 그와 같이 되기를 염원하여 기도하고 수행하는 대상이다. 즉 상(相)이 있는 것에서 상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무병장수하고 풍요로운 가운데 가장 행복한 주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허망(虛妄)하다고 하는 허(虛)는 실(實)다움이 비어있다는 뜻으로 진실 됨이 없고, 이익 됨이 없다는 뜻이고, 망(妄)자는 참 묘한 한자인데 망할 망(亡)자를 계집녀(女) 자가 바치고 있는 글자인데 가짜이고, 속는다(deception) 라는 의미가 있다.

사람이나 사물, 말과 행동의 모습이란 허망한 것인데 허망한 줄 모르고 그를 취하려고 집착하면 속아서 망하거나 불행해 진다는 의미이다. 이생을 살면서 불행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물이나 사람의 모습이나 말이나 행동은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허망한 것에서 허망하지 않은 것, 모습에서 모습 아닌 것을 볼 수 있으면 지극히 행복해 진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모습이 아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을 모습에서 모습 아닌 것을 본다고 한 것이다. 허망한 모습에서 실(實)한 것을 볼 수 있고, 옥석(玉石)을 가려 옥(玉)은 옥으로 석(石)은 석으로 보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모습에서 모습 아닌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들 가운데는 자기의 모습에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쓰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기 자신의 마음에 깃든 옥(玉)과 석(石)을 볼 수 있는 수행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겉모습이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겉모습은 마음을 반조(返照)하는 그림자와 같음을 인식하고, 마음에 깃든 옥과 석을 볼 수 있는 수행을 열심히 그리고 부단히 하면 어느 날 그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게 된다. 그들을 볼 수 있게 되면, 옥은 옥으로 석은 석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나타난다. 이 능력의 나타남을 곧 여래를 본다고 한 것이고, 그의 그 마음은 그의 모습에 나타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모습 아닌 모습인 진실한 마음은 새로 태어나는 존재도 아니요, 죽거나 없어지는 존재도 아닌 것을 스스로 알게 되고, 무병장수할 수 있게 되며, 바로 그 진실한 마음은 옥석을 가려, 있는 그대로 응용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다. 이로써 수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구원하고 극락세계인 열반으로 인도하는 선업(善業)을 많이 짓게 되며, 풍요 속에서 가장 행복 할 수 있는 여래가 바로 자기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말씀이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의 즉견여래(卽見如來)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합장

2011.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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