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懺悔)

2011.05.17 21:37

현성 Views:7145

한자의 의미로 보면 참(懺)은 뉘우칠 참이고 회(悔)도 뉘우칠 회이다. 불교에서 쓰는 참(懺)의 뜻은 과거 다급 생에서부터 현재 이 시점까지 지은 잘못을 뉘우친다는 뜻을 가진 참이고, 회(悔)는 현재 이 시점 이후에 지을 수 있는 잘못을 미리 뉘우쳐 잘못이 현실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한다는 뜻을 가진 회(悔)이다. 그러므로 참회(懺悔)라는 용어는 과거 현재 미래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술에 취해 저질은 잘못을 뉘우치는 것은 참(懺)이고, 매 순간마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회(悔)이니, 어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저질은 잘못을 참회하고 며칠 후 또 술을 마신다면 불교적인 의미에서 참회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잘못에 대해 참(懺)은 하기 쉽지만 회(悔)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부부(夫婦)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렇다. 불행은 참회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참회가 제대로 될 수만 있다면 불행은 사라지고 사랑과 행복을 즐길 수 있는 다정한 부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참회하는 것인가

 

불교에서는 말로 지은 잘못을 참회하는 것을 으뜸으로 꼽는다. 말이란 상대방의 가슴을 찢어지게 아프게 할 수도 있지만, 오랜 세월 맺혀 있던 한을 풀어 줄 수도 있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말로서 가슴 아프게 한 잘못을 뉘우치고 매 순간 즐겁고 사랑스런 말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그렇게 하는 사람은 참회를 바르게 한 사람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천수경은 입으로 지은 업(業)을 깨끗이 하는 정구업(淨口業)진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즐겁고 사랑스런 말을 하고자 해도 주변사정이 어려운 환경일 때는 뜻과 같이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은 물론이지만 볼 수 없는 세계 그리고 귀로도 들을 수 없는 세계에 대해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의 안위(安慰)를 위해 항상 기도해 드리는 것이 좋다. 흔히 무시하기 쉽지만 가정을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세계도 기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교적이다.

 

두 번째 참회의 대상은 몸으로 짓는 업이다. 환경을 파괴해 남의 생명이나 인격을 위협한다거나, 남의 재산을 유린하거나, 이성(異性)간에 불합리한 짓을 하는 것 등이 몸으로 짓는 업이다. 심성(心性)으로 보면, 모두 탐욕(貪慾)으로 말미암아 몸이 짓는 업이다. 이들은 모두 피해를 입은 측에서 원한(怨恨)을 품고 복수심(復讐心)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행위이므로 이들을 참회함으로서 분쟁(分爭)이나 전쟁으로 확대되는 불행을 사전에 다스려 공생(共生)의 원리로 평화를 실현하고자 함에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미국을 포함해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부조리는 모두 이기심을 바탕으로 하는 탐욕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현상이다.

불자(佛子)님들의 깊은 참회와 개력이 필요한 영역이라 하겠다.

 

세 번째 참회의 대상은 어두운 마음으로 짓는 업이다. 당사자는 자기의 마음이 어둡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하는 행위이므로 자기 스스로 마음이 어두웠다고 인식할 때까지는 가정의 평화, 행복 그리고 번영을 원하는 그의 반려자에게 가장 힘들게 하는 참회의 대상이다.

생각해 보면 첫 번째 참회인 말로 짓는 업이나, 두 번째 몸으로 짓는 업도 모두 어두운 마음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어두운 마음이란 무슨 뜻일까?

불교에서는 “자기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둡다고 한다. 자기를 알지 못하는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이 바를 수 있기는 소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하다고 본다.

여기에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매사에 겸손해야 할 이유, 자중(自重)해야 할 원리가 있는 것이다. 남을 돕는다고 한 일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고, 사랑한다고 해 놓고, 오히려 미움을 살 수 있는 짓을 하는 것 등은 모두 자기도 보지 못하는 눈으로 상대를 보기 때문에 바로 봤다고 할 수 없는 것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것은 마치 자기의 위치도 잘 알 지 못하는 사람이 ‘이것이 동서남북이라’고 외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을까?”

내가 행복하기 위해, 가정이 애정(愛情)으로 충만하기 위해, 사회가 살기 좋은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이 그 구성원 각자가 “나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불교에서는 “나의 존재”를 스스로 인식하고 깨닫게 하기 위해 참회, 기도, 참선, 선행(善行)을 닦을 것을 권한다. 진실한 참회를 위한 기도, 참선, 선행만이 나를 ‘나의 참모습’으로 돌아오게 하는 길이고, 나의 참모습을 인식케 하는 성스러운 길이다.

나의 잘못된 말과 행위는 마음의 어두움에서 나온 결과이므로 그 잘못을 참회하여 뿌리를 찾아가면 그 어리석었던 어두움과 만나게 되고, 그것이 어두움임을 깨닫게 되면 나의 참모습이 거기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내가 본 나의 참모습은 나를 편안하게 하고, 가정이 원만하게 하며, 사회적 화합과 번영을 함께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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