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2011.09.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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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삶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간다. 높은 이상, 꿈, 희망을 가지고 자기의 삶을 만들어 간다. 이상이 없고 꿈이 없으며 희망마저 보이지 않으면 절망하거나 삶에 의미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

가장 이상적인 삶을 만들어 갈 수도 있고, 가장 세속적인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를 찾는 수행”의 삶을 만들어 갈 수만 있으면 다행스런 일이다.

 

가장 이상적인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선인(善因)은 선과(善果)요, 악인(惡因)은 악과(惡果)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이러한 신념으로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행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게 우리는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리고 채식에서 육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섭취해 건강을 유지한다. 그리고 혼기(婚期)가 되면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면 자녀가 있게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가정을 유지하고 부양해야 할 책임이 생긴다.

이러한 인연으로 사람에 따라 돈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최고라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는데,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때가 되면 돈도 잃고 병(病)도 생겨 고통 받는 사람이 된다. 악(惡)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반드시 악한 과보를 받는다는 인과(因果)의 진리 앞에 무릎 꿇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담배, 술, 노름, 게임, 외도, 도둑질, 권위의식, 우월감 등 자기에게 해로운 것이 좋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운동하고, 밥 먹고, 약속 잘 지키고, 좋은 말하는 것 등을 대단히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마다 느낌이 천차만별인데, 사람들은 느낀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이렇게 하는 말과 행동은 삶을 만들어가고 과보(果報)를 만든다. 이 과보를 선인(善因) 선과(善果)하고, 악인(惡因) 악과(惡果)한다고 한다.

 

스스로 좋은 느낌, 나쁜 느낌을 받는 바탕에는 물질이나 애정(愛情)에 대한 심성(心性)이 있어, 그 심성이 지배하는 대로 느낌은 일어난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사람의 심성은 물욕(物慾)과 애욕(愛慾)이 강하여, 욕심이 일어나게 하는 것에는 좋은 느낌을 받고, 욕심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에는 나쁜 느낌이 일어난다. 이러한 경우 욕심에 따라 희비(喜悲)가 심하게 교차되고, 성품이 과격해 지고, 남을 해치는 것을 두렵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그러나 물질에 대한 욕심이나 애정에 대한 욕심을 벗어 버리고 물같이 바람같이 사는 사람은 자기 욕심이 없음으로 그에 대한 희비(喜悲)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연(緣)이 만족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일어난다. 수행을 통해 부족한 자기를 끝없이 견책하고 지혜와 덕(德)을 쌓는 일을 하게 된다.

자기의 연(緣)을 위해 자기의 잘못을 견책하고 지혜와 덕을 쌓는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기에게 놓여 있는 현실(자신과 환경)을 볼 줄 알고,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과 환경의 현실이 바로 ‘현재 나의 모습’인 것을 인식한다. 즉 ‘현재 나의 모습’은 내 몸과 마음 그리고 환경의 현실을 의미한다. 이렇게 구성된 ‘현재 나의 모습’이 매 순간 어떻게 변해 가는가를 관찰하고 그 변함을 체험을 통해 인식한다.

내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인식할 수만 있다면, 그 변화 속에서 보이는 어느 몸, 어느 마음이 나의 진짜 몸이고 마음이냐는 질문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재가자들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환경 조성의 주체와 객체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도 자연스레 일어난다.

 

이러한 질문을 하면서, 이러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내 마음’이 있음을, 또 ‘내 몸’이 건강함을, 결코 ‘내 몸’과‘ 내 마음’을 떼워놓을 수 없음을, 내 몸과 마음도 내 환경과 절대로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지금 이 자리에 주어진 환경에 대해 절대적으로 그리고 무한한 감사를 보내게 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내 몸’이 이렇게 건강하게 있을 수 있는 조건들을 생각하게 된다.

오늘도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아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리고 이 음식이 내 밥상에 오기까지의 인연, 환경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은 모두 내 몸 안에서 나와 같이 호흡하고 있음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나와 하나’이고 이들은 모두 나를 위해 존재하고 나는 오직 이들을 위해 삶을 만들어갈 뿐이다.

스스로 지혜와 덕, 자비와 사랑이 부족함을 견책하고 자기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나”를 깨닫게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그 삶속에 행복이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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