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님께

2009.11.03 02:24

현성 Views:8236

10월 28일 우리 절에 나오시던 한 거사님이 돌아가셨다. 우리는 그 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거사님이라고 불렀으나 가신 후에는 영가님이라고 부른다.

‘거사’란 남자의 몸을 가진 사람으로서 불교에 귀의하여 재가자(在家者)로서 불법(佛法)에 따라 덕행(德行)을 닦는 사람을 의미한다.

영가(靈駕)란 중생(衆生)의 정신적 활동의 본원(本源)이 되는 실체(實體)를 의미한다. 이 실체에도 마음의 작용이 있는데 한 생각 속에 무량한 세월 동안에 있었던 일을 불러 올 수도 있고, 끝없는 우주 속에 어디에서나 나툴 수 있는 기능과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불가(佛家)에서 옛부터 사용해 오고 있는 이 말은 요즈음 세상에서 쓰고 있는 전파(電波)의 능력이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마치 전파가 어디에나 통하듯, 영가는 자기가 선택하고 싶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원하는 대로 다음 생의 몸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영가는 무한한 창조력을 가진 실체이기에 모든 동물과 식물들의 근본이 되어 자체의 생명을 재생(再生)하고 유지해 간다. 우리가 호흡하고 심장이 뛰고, 밥 먹고 소화시켜 운동을 할 수 있게 하여 건강을 유지시키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영가의 실체가 현세의 우리 몸에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가의 실체가 현세에 우리 몸에서 작용할 때 이를 여여하게 참된 것이라 하여 진여(眞如)라고 부른다.

영가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것은 영가가 가지고 있는 업(業)에 따른다. 마치 현세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자기의 업에 따라 하게 되는데 이 업에는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업도 있고 해가 되는 업도 있다. 해가되는 업은 해로운 일을 하게 되는 것인데, 자기 자신은 해로운 일인 줄 모르고 해로운 일을 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에 의해 영가가 다음 생의 몸을 받아 살아가는 동안에 지을 수 있는 잘못된 업(業)이 무엇인가를 알려주어 사리(事理)를 바르게 인식하고 바르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해, 부모 선택에서부터 착오가 없도록 도와주기 위해 후손들이 49일간 제사를 모신다.

영가들 각자가 가진 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49일 전후에 이 세상에서 가지고 있던 몸을 잃은 영가들이 마음을 정리하고 준비해, 다음 생의 몸을 선택한다고 하여 불가(佛家)에서는 후손들이 돌아가신 분을 위해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천도제를 모신다.

이 천도제에서 스님들이 영가의 마음을 다스려 극락왕생하게 하기 위해 하는 법문의 내용은 주로 이러한 것이다.

 

다음 생에 어떠한 몸으로 태어나기를 원하는 가는 영가가 선택할 탓이다. 자기가 원하는 몸이 가장 좋은 몸이지만, 좋고 건강한 몸을 타고 나기 위해서는 좋은 업을 지어야 하고, 좋은 업을 짓기 위해서는 세상의 이치를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세상의 이치는 인연 따라 이루어지는 법이나, 어떤 사람들은 어리석게 자기 홀로 살 수 있는 냥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치는 사람도 있다. 결코 이렇게 해서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은 아니다.

이 세상에는 모두가 서로 서로 인연을 맺으며 사는 법이니 이기적인 욕심이나 화내는 마음을 갖지 않도록 자기의 마음을 잘 다스려 인(因)을 바르게 하기 위해 조심하고, 연(緣)을 부유(富有)하게 하는 일을 끝없이 해야 한다. 자기가 지은 업은 자기가 받는 법이니 이를 부처님께서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하셨다. 이렇게 보살행(菩薩行)을 하는 것을 복(福)을 짓는 행(行)이라 하여 복행(福行)이라 한다. 남을 돕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몸과 마음이 늘 편안하고 가벼워진다. 가벼워진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니 몸은 건강해 지고 마음은 안락(安樂)해 지는 법이다.

복을 짓는 보살행을 꾸준히 하다보면 과거에 지은 잘못된 업(業)이 점점 소멸되고 새로운 선업(善業), 즉 복업(福業)이 쌓이게 된다. 이렇게 복업(福業)을 짓는 행(行)은 악업(惡業)을 정화(淨化)하는 정행(淨行)이 된다. 불교 경전을 읽는 독경(讀經), 다라니와 주문을 외우는 주력(呪力),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염불(念佛), 참선수행 등은 모두 잘못된 업을 정화(淨化)하여 마음을 가장 청정(淸淨)하고 편안하게 하고자 하는 정행(淨行)이다.

정행(淨行)의 궁극적인 목적은 구(求)하는 마음이 전혀 없어도, 모든 것을 다 구족(具足)하고 있는 본래의 실체(實體)로 돌아감에 있다. 이 본래의 실체를 반야바라밀이라고 하기도 하고, 진여(眞如) 혹은 진성(眞性)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인 영가(靈駕)는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을 함께 가지고 있음으로 악업으로 인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하니 돌아가신 후 49일간 천도(遷度)의식을 통해 영가로 하여금 악업을 인식하게 하고 악업을 소멸하겠다는 마음을 굳게 가지게 함으로서 복업(福業)이 충만한 부모를 만나 내생을 맞이하게 하고자 49재를 모시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것을 극락왕생이라고 한다.

천도(遷度)의식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높여 영가로 하여금 큰 원(願)을 세울 것을 권한다. 복 짓는 법과 심신(心身)을 청정하게 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 고통 받는 중생을 결정코 구원하겠다는 대원(大願)을 세워 이를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굳세게 하는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현성 합장

2009년 11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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