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방편

2009.12.20 22:29

현성 Views:7318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음(陰)과 양(陽)이 있다. 사람에게는 여자와 남자가 있고, 동물이나 식물에는 암컷과 수컷이 있으며, 돌이나 흙 같은 무생물에도 전자(電子)와 양자(陽子)가 있고, 전기(電氣)에도 음전기와 양전기가 있다.

음은 그늘지고 촉촉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양은 밝고 정열적(情熱的)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 서로 대조적이면서도 합쳐서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강열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남녀(男女)가 만나 하나가 되면 신비한 세계의 문이 열리고, 아름답고 황홀한 세계를 경험하기도 하고, 천지(天地)를 다 자기 손에 쥔 것 같은 성취감과 만족함을 맛보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남녀 사이가 원수가 만난 듯이, 빚쟁이와 만난 듯이 고달픈 사이가 되기도 하고 결국 서로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피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남녀를 하나로 묶어주는 끈은 사랑이다. 그 끈이 튼튼하면 튼튼할수록 세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절묘한 재미를 느끼며 오래오래 편안히 살아갈 수 있지만, 하나로 묶어 놓는 끈이 사랑이 아니라 자녀(子女)를 위한 책임감일 때는 삶이 지루하고 스트레스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사랑을 어떻게 보는가?

사랑의 요건은 진실과 방편이라고 본다. 방편(方便)이란 내 상대를 편안하게 해 주는데 딱 맞는 방법이라는 뜻인데 불교 경전에 자주 나오는 단어이다. 방편은 내가 상대방에 딱 맞게 해 주는 방법이라는 뜻이니, ‘나’ 자신과 상대 즉 애인(愛人)을 잘 알아서 그에게 맞는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그를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다. ‘내’ 생각대로 ‘애인’이 나를 위해 무엇인가 해 주기를 바라거나 기대하는 것은 방법일 수는 있어도 ‘방편’일 수는 없다. ‘방편’은 내 생각이 ‘애인’ 혹은 상대방에게 딱 맞는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녀 애인 사이에 ‘방편’이 서로 되기만 하면 사랑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진미(珍味)를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남자나 여자에게 방편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랑이 없는 방편은 오히려 유해(有害)하다. 사랑은 진실(眞實)을 근본으로 하는데 가면을 쓴 사랑은 방편이 아니라 사기성(詐欺性)이 되어 상대방에게 심하게 뼈아픈 고통을 안겨 주게 마련이다.

 

진실은 인간이 가지는 가장 순박한 것이고, 있는 그대로의 것이라 인간에게 가장 진귀(珍貴)한 보배이나 사람들이 이를 보배로 알지 못하고, 돈이나 학벌 명예 등 가식적(假飾的)인 것으로 사랑을 장식하려하는 예가 허다하다보니 사랑을 둘러싼 희귀한 일들이 요즈음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타이거 우즈가 이혼으로 인해 입는 피해는 우즈만이 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당하고 있는 유행병과 같은 것이라 크나 큰 사회적인 문제이다.

진실한 사람이 진실한 사랑의 대상을 만나 애인의 마음에 딱 맞는 방편으로 사랑을 하면 천지(天地)를 얻은 기분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진실하고 방편이 있는 사람은 돈이 있거나 없거나 학벌이나 명예가 높거나 낮거나 상관없이 하는 일마다 성공적으로 잘 할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왜냐하면 항상 진실하게 상대방에 딱 맞게 생각할 줄 알고 말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함에 가장 귀중한 것은 자신이 진실하고 상대방을 잘 알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방편을 얻는 것이다.

진실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진실함이야말로 가장 값진 보배이고 어떠한 가식(假飾)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인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즉 진실을 잃으면 사랑도 재산도 명예도 모든 것을 동시에 잃는다는 사실이다.

진실은 자신에게 진실한 것을 말한다.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끝없이 성찰(省察)함에서 얻어지는 진실이다. 진실 아닌 허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꾸준히 이들을 씻어내는 수행이다. 진실 아닌 허물이란 사랑에 의지해서 돈이나 명예를 구하려는 마음이나, 남편이 부인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우월감이나 자만심을 갖거나, 부인이 힘든 일은 자기 혼자 다 한다거나 남편에게 불만 하는 것 등이 모두 진실 아닌 허물이다.

우선 이러한 허물이 다 씻어져 진실한 마음이 현전(現前)할 때 방편(方便)이 나타나게 된다.

 

방편은 사랑하는 남편을 어떻게 도와야할까, 사랑하는 부인을 어떻게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돕는 방법이 나타나게 되는데 대개 역효과가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남편은 부인이 생각했던 남편이 아니고, 부인은 남편이 생각했던 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돕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서 부부지간에 생각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고, 돕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인은 남편의 마음에, 남편도 부인의 마음에 딱 맞는 방편이 얻어지게 된다. 방편은 애인을 위해 진실하게 그리고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원하는 기도와 보살행을 통해서야만 얻어지는 법이다.

부부사이에 진실과 방편이 얻어 졌을 때 비로소 새들이 하늘을 거침없이 나르듯, 사랑의 행복이 걸림 없는 자유를 얻게 된다. 사랑의 행복이 자유를 얻을 때 진실로 부부(夫婦)가 하나가 되는 줄 모르게 하나가 되어 있는 것이요, 부부(夫婦)가 하나가 되는 바로 그 자리가 극락세계인 열반이니 살아생전에 얻을 수 있는 극락이요 열반(涅槃)이다.

   

2009년 12월 21일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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