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쉬는 공부

2010.02.0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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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불타사에 독특한 가풍(家風)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신도님들이 절에 와서 봉사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일에 많은 신도님들이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이 불타사의 가풍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각자 봉사하는 분야에서 보면 다양하지만 모두에게 한결같이 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불타사에 오시는 대중들을 위해 하는 봉사이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것도 대중을 위해 하는 것이요, 법당과 도량을 청소하는 것도, 만두를 만드는 것도 모두 대중을 위해 하는 보살행이다. 오랜만에 절에 나오시는 것도 보살행이요, 신도들 서로간에 주고받는 대화도 보살행이다. 왜냐하면 어느 것 하나도 대중을 위하지 않는 행위는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보살 정신이다. 어느 때 어느 자리에서도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딱 맞게 봉사하겠다는 정신이다. 그 많은 대중을 위해 밥을 짓지만 어느 누가 먹어도 밥맛이 그들의 입맛에 딱 맞게 지어서 점심시간에 딱 맞추어 먹을 수 있게 하고자 하는 보살정신이다. 반찬을 만들 때도, 국을 끓일 때도, 청소를 할 때도, 합창을 할 때도, 신도들 사이에 대화를 나눌 때도 모두 깊은 보살정신을 살려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든 신도님들이 대중을 바르게 위하고자 하는 깊은 보살정신이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신도는 절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바로 봉사활동에 참여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은 봉사에 참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신도도 있다. 전자는 알게 모르게 대중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이고, 후자는 아직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을 위한다는 생각은 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분들은 매사에 행동보다 생각을 먼저 앞세우게 된다. 그 생각들은 다 필요한 것이지만 너무 많이 하면 스스로 자기 생각에 구속되어버린다. 자기 생각에 구속되는 것이 번뇌이고, 번뇌는 결국 자기를 괴롭히는 요인이 되고, 생산성을 둔하게 만들어 다른 분들에게 호평을 받기 어렵고, 두통, 소화불량, 우울증 등 신경성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중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신도들은 ‘마음 쉬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다. 대중을 위해 노동봉사를 하는 것은 ‘생각을 쉬게 하는 공부’이다. 생각은 ‘나’라는 존재의식에서 솟아나는 것이니, 노동봉사를 통해 생각을 쉬게 하면 ‘대중’과 ‘나’는 결코 둘이 아닌 사실을 몸소 깨치게 된다. 이 깨침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높은 깨침이다.

누가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욕을 하더라도 일어나는 감정을 누르고, 오히려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바라보게 되는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나를 보는 눈’이 열리는 것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관리하는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깨침이고, 그로 인해 앞으로 얻어지는 소득 면에서 보면 가장 높은 깨침이다.

그 소득 중 가장 큰 소득은 자기를 관조(觀照)하는 마음에서 관조할 대상(근심 걱정)이 원래 없음을 보는 것이다. 이 때 마음은 저 푸른 하늘처럼 항상 맑고 깨끗해서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되고 순간순간이 깨끗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 가짐으로 대중의 취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대중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고, 봉사를 통해 그것들을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맡은 바 일을 잘하려고 정성을 다하고 정해진 시간에 마쳐 대중을 편안하게 하고자 끝없이 노력하게 된다. 자기 노력에서 자기만족과 편안을 얻는 것이니, 결코 남의 호평을 듣고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남의 말과 행동으로 속상했던 자기 마음, 항상 급하다고 뛰어다녔던 마음, 미움도 원망도 우울증 등도 모두 점점 쉬게 되는 자기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대중을 위하는 보살행은 ‘마음을 쉬게 하는 가장 묘한 공부이다.’

 

요즈음, 불타사에는 이렇게 봉사하는 대중의 선근기(善根氣)가 점점 충만해짐에 수복(壽福)을 증장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져 가고 있다. 자신보다 대중을 위하고자 하는 보살심이 일어나는 그 자체에서 끝없이 연속되어 가던 자기 생각이 어느 순간에 끊어져, ‘마음 쉬는 공부’가 잘되어 가는 것이다. ‘마음을 쉬니’ 자연스럽게 편안해져 병이 적어지고 수명이 길어지며, 복과 덕을 쌓게 되는 인과가 현세에서 작용하고 내세에는 극락왕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들은 불법(佛法)만난 인연을 행운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며, 배우고 실천해 익혀서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법을 깨쳐 지혜를 얻게 된다.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기 마음을 보는 것이 견성(見性)이요, 그로 인해 얻어지는 지혜가 성불(成佛)이다. 즉 견성으로써 부처의 지혜를 이루는 것이다. 곧 견성(見性)을 하면, 지혜의 눈인 혜안(慧眼)이 열리는 것이다.

 

불타사는 어려운 중생들을 구원하여 저 극락의 해안으로 인도하고자 하는 혜안을 가진 대중들이 모인 곳이니, 중생구제를 본분으로 하는 부처이고, 이러한 대중들이 선근기(善根氣)를 서로 보태고 나누어 가지는 분위기에서, 불타사는 근심 걱정과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쉬어가는 안식처가 되어 가는 것이다.

요즈음 간혹, 불교 공부를 혼자 집에서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기도도 혼자 집에서 한다고 한다. 이 말은 ‘나는 오만한 사람입니다.’ 라고 웅변하는 소리로 들린다. 이들은 자기들이 생각하는 불교가 불교라고 착각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점검해 줄 선생이 없고, 그들의 착각을 깨뜨려 줄 사람도 없다.

자기 인생 자기가 관리할 책임이 있는 것이니, 절에 나와 ‘마음 쉬는 공부’를 대중과 함께 함으로서 스스로 자기를 바라볼 줄 아는 기회와 인연을 맺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순서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0.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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