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安逸)한 마음

2010.05.0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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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安逸)하다는 것은 좋게 표현하면 ‘편안하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다르게 표현 하면 ‘할 일이 있어도 할 일이 없다는 듯이 자기를 속이며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다.’ 할 일을 하지 않았음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편안이 불안(不安)으로 화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안일한 마음’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1, 2개월만 지나가도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는데, 이러한 어려운 일을 자기는 모른다는 듯이 할 일을 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부모를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자학(自虐)하기도 하고, 난폭(亂暴)해지기도 하는 경향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에 자기가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놀고 있는 젊은이들을 흔히 보게 되는데, 이러한 젊은이들은 어린 나이 때 가졌던 안일한 마음이 그 원인이 된 것이다. 젊은 나이에 성품이 난폭해 지는 경우들도 보면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나 게으름이 탈이고, 그 게으름은 안일함이 쌓인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안일한 마음’은 남을 해치는 범죄형이 아니라 부모님들이 가볍게 보고 넘기기 쉬운 일이지만 일반적인 한국 부모님들은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 관습이 유전적으로 내려오고 있다. 아이들이 해야 할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을 알면 결코 용서하지 않는 어머니의 준엄한 모습이 그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이 부모 말을 우습게 받아 넘기니, 자녀들을 이기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부모로서 자녀를 위해 결코 부드러울 수 없는 한계선이 있다. 이 선에서 물러서는 부모를 아이들이 감지하기만 하면 그 자녀들은 부모를 이기기 위해 더 깊은 안일한 마음으로 빠져들기 쉽다. 그러다 보면 졸업기에 졸업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설사 졸업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기초가 약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안일한 마음’을 가지는 자녀는 당연히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다. 그로서는 공부가 쉽다고 생각해, 공부를 안 해도 100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안일한 마음의 시발점이다. 공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학업(學業)은 방심할 대상이 아님을 철저하게 인식시키고, 20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자립할 준비를 해야 함을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이 점에 철저했던 부모님들은 후에 자녀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것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좋겠지,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을 무리하게 할 필요가 있겠나 하고 지낸 부모님들은 후에 다 큰 자녀들로부터 원망을 들을 때, “네가 하기 싫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궁지에 몰린 답변을 한 다해도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불교는 생명체의 근원은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니요 멸하는 것도 아니므로 ‘나’라는 생명체의 근원은 전생에서 연을 만나 이 몸을 받아 금생에 왔고, 그 연이 다하면 이 몸을 버리고 내생으로 간다고 하는 윤회(輪回) 설을 믿는 종교이다.

그리고 윤회를 하는 세간(世間)은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아수라, 천상이다. 이를 여섯 갈레의 길로 간다고 해서 육도(六道) 윤회라고 하는데, 한 생명체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어떠한 말과 행동을 어떠한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마치 컴퓨터에 메모리 되듯이 그 생명체내에 저장되었다가, 그 저장된 업[업력(業力)]이 그에 상응하는 연을 만나 지옥으로 갈 수도 있고, 아귀나 축생으로 가게 될 수도 있으며, 사람이나 아수라 혹은 천상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가르침이다.

금생에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음 생애도 사람으로 태어나는 보장도 없고, 전생에 천상에 태어났다고 해서 금생에도 천복(天福)을 누린다는 보장은 없으며, 오직 사람이 어떠한 말과 행동을 어떠한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이 세상을 마감하고 다음 생에 태어날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살아 있는 금생에서 천상(天上)에서 누릴 천복을 누릴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안일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결국 자기 할 일을 남이 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므로 첫째는 자기 개발을 하는데 장애요인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요, 둘째는 안일한 사람의 기대가 만족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본인에게 주는 스트레스 원인을 자생(自生)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질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자학(自虐)이나 횡포(橫暴)한 성품으로 변질 될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데, 어느 단계까지 변질되느냐에 따라, 살아생전에 지옥생활을 할 수도 있고 다음 생에 지옥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안일한 마음’은 결코 안일하게 볼 수 있는 마음이 아니므로, 자기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감지하는 수행을 쉬지 않고 해, 안일한 마음의 움직임이나 잘못된 마음의 움직임을 그 때 바로 알아 차려 바로잡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 수행이 습관화 되면 본인이 생각하지 못한 큰 소득을 얻게 되어 항상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부지런해지고 어떠한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하여, 살아 있는 이 생을 낙원(樂園)으로 장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0.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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