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봉축

2010.05.16 22:25

현성 Views:7102

고타마 싯다르타를 부처님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는 법을 깨달으셨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이 세상에 태어나고, 병들고, 늙고, 죽음이 있기 때문에 불안, 근심, 슬픔, 괴로움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통의 궁극적인 원인은 어리석음에 있으니, 어리석음을 깨닫고 지혜를 얻으면 불안, 근심, 슬픔, 괴로움 등 일체 번뇌가 일시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부처님께서 경험하셨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고, 죽어서도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니 항상 불안함과 근심 그리고 슬픔이 따르게 된다. 그러나 깨달아 지혜를 얻은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를 알게 되니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편안함을 얻게 되며, 하고자 하는 일을 원만히 성취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 이러한 지혜를 얻은 사람은 인연법과 인과법에 순응하게 되고, 이 법에 순응하는 사람은 열반락(涅槃樂)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인연법은 공간상으로 이 우주법계 전체와 통하고, 시간적으로는 시작이 없는 예부터 다함이 없는 미래에도 인과법에 의한 인연이 일어날 수 있다. 나와 나아닌 것과의 인연, 사람과 사람아닌 것과의 인연, 유정물(有情物)과 무정물(無情物)과의 인연 등에 의해 묘하고 신비로운 새로운 일들이 이루어지는 법이 있어, 일체가 평등하고 원융(圓融)하게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차별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업이라고 하셨다.

차별이라는 것은 있고 없는 것, 아름답고 추한 것, 높고 낮은 것, 크고 작은 것과 같은 두 가지 행(行)이 있는데, 이 행에 대해 서로 차별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는 의미이다. 차별하는 마음은 불행(不幸)을 낳지만, 차별하는 마음이 철저하게 사라졌을 때 일체는 평등해져서 일어나고 사라짐이 걸림 없이 원융해 진다는 말씀이다.

 

항간에 미국에서 현존하는 이민법을 개정해서 불법체류자들을 구제하자는 측과 오히려 이민법을 강화해서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자는 측이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불교적인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부처님 당시 인도에는 사성계급 제도가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혈연에 의한 계급제도는 진리에 어긋난다고 하시며, 진리에 모순되는 이 제도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원인이라고 하시며, 이 제도를 부정하시고, 사민(四民)이 평등한 승가제도를 시작하셨다.

자연법에 의하면 사람이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고 사느냐하는 문제는 각자의 자유의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인권의 문제이다. 마치 언론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인권의 문제인 것과 같이 사람의 생존권도 인간의 기본권이다. 인간의 생존권이 당연한 인권임을 인식할 때, 민주주의 국가로서 또 인권을 존중하는 미국 정부와 국회에서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는 있어도 제한할 권리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행위는 반드시 원한을 남기게 된다. 우리는 모름지기 원한보다 서로 공존(共存)할 수 있는 평화를 원한다.

이와 같이 볼 때, 17세기부터 유럽 사람들이 미국 땅에서 살고자 자유로이 이 땅으로 이민 왔다. 그 때는 이민법이 없어 사람들은 자연법에 의해 자유롭게 이 땅에 온 것이지만 어느 때인가 이 사람들은 이민법을 제정해서 그 후부터 이민 오는 사람들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 땅에 1,200만이나 되는 불법체류자가 미국 땅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민법은 인간이 살 곳을 선택하는 자유를 박탈하는 처사이고, 자연법의 입장에서 보면 불법(不法)이다. 소위 불법체류자라는 사람들은 자연법에 위배(違背)되는 미국 이민법을 위반한 것이니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합법체류자들인 것이다.

불교 교리 상으로 볼 때, 전 우주공간이 하나의 법계(法界)이고, 이 법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 유정(有情)이든 무정(無情)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람이든 사람이 아니든, 나든 너든, 일체가 서로 긴밀한 인연으로 얽혀져 있어 서로 의지하며 생(生)과 사(死)를 함께하는 하나의 공동체(共同體)이다. 하나의 공동체이니 부처님의 제자들은 평등하게 일체 중생을 다 이롭게 하라 하셨다.

 

인간을 비롯하여 육지를 달리는 동물, 하늘을 나는 새, 바다에 사는 물고기, 곤충, 뿐만 아니라 바람, 별, 태양 빛, 열, 공기, 물, 흙까지도 모두 이 지구와 이 지구를 둘러싼 공간 속에 존재하는 공동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라는 국경은 인간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살 곳을 선택하는 자유를 제한하는 이민법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그러기에 미국 이민법은 불교 교리 상으로 볼 때에도 그 자체가 불법(不法)이다. 불법(不法)인 이민법이 철폐되는 날 전 미국에 불법체류자가 없는, 모두가 합법적인 시민으로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꿈의 나라, 기회의 나라, 자비의 나라, 평화의 나라로 발전시켜가는 일꾼이 될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것은 이와 같이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길을 밝혀주신 부처님께 예경하고 찬탄하며 육법공양과 수행공양 그리고 법공양 등을 지성으로 받들어 올리고 세간(世間)을 이와 같이 장엄하여 모두 함께 부처님 뵙고, 부처님을 닮아가고자 하는 정성을 표하는 의식이다.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오늘은 맑은 날 부처님 뵙는 날!
오늘은 향기로운 날 부처님 닮는 날!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0.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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