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불교

2008.10.21 08:00

현성 Views:8295

윤미! 전화 받고 몇 자 적어 보낸다. 내가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날 때, 그 나쁜 기분과 화냄은 그 형태가 없지만 제일 먼저 나의 신경세포에 정착해 블록(block)을 만들고 육체를 긴장하게 만든다.
 
그렇게 쌓이기 시작한 불만의 에너지(energy)가 강할 때 그것은 바로 내 얼굴과 모습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 화냄은 더 자주 반복되는 악습(惡習)이 되고, 신경세포에 정착된 블록을 악성(惡性)으로 점점 변질시켜 원인을 알기 어려운 병(病)들로 발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의 기분과 화는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기에게도 민감하게 영향을 미친다. 즉 아기는 엄마의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아 그의 신경세포에 블록을 형성할 수 있고 그것이 악성이 될 때 질병의 원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성격에 균형을 잃게 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하니 이미 생긴 화를 털어버리는 수련을 하고 화를 받지 않는 수련을 해야 한다.

시어머님이나 남편이 어떠한 말을 하고 행동을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듣고 보는 수련을 해야 한다. 공책을 옆에 놓고 시어머님이 계심으로서 좋은 점을 20가지 정도 적어본다. 그리고 시어머니 말만 듣는 미운 남편의 좋은 점도 20가지 정도 적어본다.
예를 들면, ‘장미에는 가시가 많아 싫어’ 이것은 장미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의 느낌이고, ‘장미는 가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운단 말이야’이것은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의 감정이다. 그러하니 장미에 좋고 나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장미를 보는 사람의 감정에 좋고 나쁜 것이 있는 것이다.
사물의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화낼 일이 없어지고, 화냄이 없는 마음에는 매사에 즐거움이 있게 된다. 항상 마음에 즐거움을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의 육체는 이완되어 있고, 이완된 신경 선에서 활력을 일으키는 호르몬의 생산 및 분비작용이 활발해져서 심적으로 편안하니 육체적으로도 밝은 빛이 드러나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아기의 정신적 육체적 발육도 이와 같이 될 뿐만이 아니라 시어머니와 남편도 윤미의 밝은 표정에 감응할 것이다.!

그리고 25년 30년이란 세월이 잠깐이라는 사실을 윤미 자신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인식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25년 30년 후가 되면 지금 갓난 아들이 장가가게 될 것이고, 그 때의 윤미가 바로 지금의 시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것이 일어난다고 이해하고 또 이해하고 그렇게 조건 없는 이해를 하다보면 그것이 여의주와 같은 보배 구슬이 되어 만사가 형통하게 되고 비로소 더 없는 아늑한 사랑을 체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법등(法燈)은 이러한 모든 일의 중심을 잡고 받쳐주는 신령(神靈)스러운 힘이 윤미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공양구(供養具)가 된다.
이 중심이 바로 잡혀 있는 사람은 매사에 자기가 주연(主演)이 되고 남편, 아들, 시어머니, 그 외 어떠한 것도 조연(助演)이 되어 아름다운 연극을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되고 거기에서 흐르는 행복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야.
자기중심이 바로 잡혀있지 않을 때는 시어머니와 남편이 주연이 되니 자기는 그에 불복(不服)하는 조연자 역할을 맡게 되니 불행한 감정을 피할 수 없고, 이 감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해.
불타사 홈페이지(www.bultasa.org)에 들어가 현성법문 게시판에 있는 ‘불교와 사랑’을 5번 정도 읽어봐. 주연이 연기를 잘하려면 조연의 도움이 꼭 필요한 것이니 조연의 뜻을 잘 이해해야지.
지금 조연으로서의 시어머니는 무엇보다 자기가 자기 남편의 가문에 들어와 배우고 경험한 법도를 자식을 위해 그의 며느리인 윤미에게 전해주고 싶은 거야. 그 법도가 가문의 상속일 수 있어.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해봐야 자기 신랑 위하는 것 아니야. 신랑에게 있는 것은 모두 자기 것이 자나. 아무리 시어머님이 시키시는 대로 한다고 해도 결국 주연(主演)은 윤미인 거야.
시어머님도 이 가문의 주연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계시잖아. 그 권위를 존중해 드리는 것은 며느리의 덕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한 가정의 법도를 무시하는 화가 되고. 그리고 지금 시어머님으로부터 배우는 법도는 다음에 윤미의 아들이 장가가게 되면 아들을 위해 또 이 집 가문을 위해 윤미의 며느리에게 전수해 주게 될 것이잖아.
일체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 버리고 기왕이면 재미있게 살아봐.

어떤 생각이나 평가나 토를 달거나 ‘왜’자를 붙이려 하지 말고 상대방의 심정을 이해하고 이해하고 또 이해하는 착한 며느리가 되어봐.
이렇게 하는 자기의 모든 것은 크나큰 덕이 되고 복이 되어 자신과 자신의 가정에 다시 돌아오게 되고, 내 심적 육체적 건강과 아기와 남편을 위하는 길이고, 시어머님을 잘 모시는 길이며, 내 마음을 잘 다스리고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얻는 길이야. 이를 인과응보라 했잖아.
그리고 그동안 학위 받고 연구하느라 고생 많았는데 가정이 편안해야 사회를 위해 그리고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잖아.

꽃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 가시가 보이지 않듯이, 긍정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는 부정이 보이지 않으며, 가시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꽃이 보이지 않듯이 부정을 보는 사람은 긍정이 보이지 않는 법이야. 긍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부정을 긍정으로 전환시키는 에너지가 있어 항상 행복할 수 있지만, 부정을 보는 사람은 긍정을 부정으로 취급하는 에너지가 많아 늘 불만만 털어놓게 되는 것이야.

태어날 손자를 받으러 오신 시어머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고 듣고 말하고 행하기를 기원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200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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