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천국, 불신 지옥

2008.11.16 16:09

현성 Views:8600

11월 1일 토요일 밤 10시에 불타사 참선모임이 끝나 해산하고 정문을 닫았다. 다음 날 새벽 4시 30분에 정문을 열려고 하니 정문에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이라는 글이 편지지 크기의 용지에 적혀 1인치 반 짜리 테입으로 사방으로 붙여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무슨 뜻일까 하고 자세히 보니 예수를 바로 믿는 사람은 천국에 가고 부처를 바로 믿지 못하는 사람은 지옥에 간다는 뜻으로 해석되니 예수를 바로 믿지 못하는 사람은 지옥에 가고, 부처를 바로 믿는 사람은 천국에 간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천국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왜냐하면 천국에 가려면 바른말하고, 남을 속이거나 도둑질 하지 않아야 하고, 남과 다투거나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는데 요즈음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에는 개의 혼들이 모이는 천국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개는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바른 말하고, 남을 속일 줄 모르고, 도둑질 하지 않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도둑 지키는 소임을 충실히 이행할 뿐만 아니라 남의 일에 시비를 걸지 않으니까 이들의 천국을 만들어 줄만하기 때문이다.

또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지옥에 가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천국에는 죄인은 없고 모두 성인(聖人)들만 사는 곳이니, 목사, 장로, 권사, 집사, 승려들도 안 계셔서 심심하고, 또 아픈 사람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의사선생님들도 안계시거든요. 혹시라도 이 세상에서 아팠던 병이 재발하면 어떻게 하지요? 하나님께서 모두 치료해 주신다고요. 네 그래요. 그러면 아픈데도 없고, 하는 일도 없고, 애인도 없고 오직 하나님만 계시니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그리고 지옥에 가면 첫째 지옥중생을 보살피시는 지장보살이 계시고, 죽은 영혼을 안위해 주시는 아미타부처님, 대세지보살님 그리고 관세음보살님이 계신다. 스님들도 할 일 없는 천국보다 할 일 많은 지옥에 오시기를 선호하시니 우리들의 영혼을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실 많은 보살님들과 스님들이 계신다. 뿐만 아니라, 남을 험담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속이기, 시기, 질투에 명수들이 다 모인 곳이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스릴도 있고, 애인을 가장해서 재물을 가로 채는 사람도 있고 별난 사람들이 다 모인 곳이다.
이러한 지옥을 지옥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지독한 지옥이 되겠지만 이러한 지옥을 연민의 정으로 보는 사람에게는 그들에게 할 일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마치 아픈 사람이 많으면 의사가 할 일이 많듯이. 지장보살은 한 스님이 지옥중생들을 연민의 정으로 보시고 그들을 모두 구원할 때까지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발심하신 스님이다.
이러한 스님들이 지옥에 계시는 한, 지옥을 두려워 할 것 없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지옥에는 의사도 변호사도 많아 필요한 것이 없는 것이 없다. 정말 재미있고 살맛나는 곳이 지옥이다.

지옥이 어떤지를 알고 지옥을 싫어해야 할 것이다. 지옥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지옥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나, 천국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천국에 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믿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무엇을 믿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믿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알기만 하고 믿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알기만 하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행동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그 무엇도 해낼 수 있는 힘이 없다.
마치 미국이 좋다고 무조건 오는 사람들 중에 미국에 와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지만, 미국을 바로 알고 그에 대비하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미국이 살만한 곳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과 같다. 지옥이든 천국이든 우선 그 곳의 사정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음식도 남이 좋다고 한다고 나도 좋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각자의 내생(來生)을 좌우하는 긴요한 문제를 심야(深夜)에 미행(尾行)하는 식이 아니라 밝은 날에 서로 만나 대화로서 예수님의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 불교인들에게 보여 줄 수 없을까?

우리 불교인들이 지옥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옥과 열반(극락)이 함께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지옥은 땅속에 있고 천국은 하늘에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지옥과 천국은 내 마음속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한 생각 돌리면 지옥이 천국이 되고, 천국이 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간사(人間事)가 다 지옥과 같은 것이지만, 그러한 가운데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고, 스트레스만 느끼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하니 지옥에서도 내가 할 탓이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다. 이러한 불교인들에게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논하는 것은 유아(幼兒)들의 장난같이 여겨진다.

그런 일이 있었던 11월 2일 일요일 오후에 우리 절에서는 12월 예수님 성탄일을 맞아 어떻게 축하해 드려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등에 대해 논의 하고 쿡 카운티 트레저 오피스(Cook County Treasure Office)에서 주최하는 성탄 축하 크리스마스 트리장식(Christmas Tree decoration)에 참여하기로 하고 성탄 축하 현수막을 우리 절 앞에 11월 중에 설치하기로 했다.
우리는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한다. 축하드리는 것이 우리가 천국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종교간에 대립적이거나 배타적인 관계보다 우호적이고 화합적인 모습이 양쪽 신도님들에게 신선한 아름다움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20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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