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은 미묘한 법

2007.06.19 21:46

bultasa Views:6668 Recommend:2

잘 나간다 싶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함정에 빠져 있고, 어렵다! 어려워서 못살겠다! 하면서도 5년 10년 지나 놓고 보면 그 때가 좋았다. 이러하니 세상사란 미묘하지 않는가.
어릴 때 예쁘다고 세상 사람들의 온갖 사랑을 다 받으면서 컸는데 결혼하고 보니 남편이 바람둥이 이니 이 어찌하면 좋을까. 세상사 미묘하니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워라.

가난을 유산으로 받은 어떤 사람이 돈을 아주 많이 벌었다. 사람들이 이 사람은 돈 버는 데는 귀재라 하여 부러워하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기를 좋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흡족하여 어느 날 이 사람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뜻밖에 곳곳에서 이 사람에게 부동산 투기자 등등의 모자를 씌워 흠집을 내기 시작하니 난감해졌다. 좋은 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 의심스러워졌다. 세상사 정말 묘한 법이구나.

미국 시카고라는 땅에 와서 어린 학창시절 둘도 없었던 친구를 만났다. 얼마나 기쁜 만남인가.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그 친구는 기독교신자가 되고 이 친구는 전과 같이 불교신자이다. 작년 예수님 탄신일을 맞아 그 기독교 친구의 청을 받아 친구 교회에 가서 찬송가도 같이 부르며  성탄절 예배 의식을 친구 따라 같이 했다.

시간이 바뀌어 금년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불타사에서 있게 되었다. 기독교 친구에게 이 행사에 참여하여 줄 것을 청하였다. 기독교 친구가 대답하기를, “내가 미쳤냐? 내가 사탄의 굴에 왜 가냐?”라는 아주 아주 냉담한 말투였다. 비수가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 펑펑 솟아났다. 몇날 며칠 이 아픔을 안고 뒹굴다가 스님을 찾았다. 옛 친구를 만난 기쁨이 찰나지간에 무서운 지옥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이 지옥이 지옥일까. 정말 세상사 묘한 일이다.

기독교를 믿으면 천당에 가고 불교를 믿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절에 가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기독교를 믿으면 천당에 간다고 하지만 기독교 신자에게 재앙이 없는 것이 아니요, 불교를 믿으면 지옥에 간다고 하지만 불교 신자들에게 재앙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옥에 가보면 스님은 물론이요 목사와 신부들이 일반 신자들보다 훨씬 더 많다는 말이 얼마나 그럴듯하기에 돌고 돌아 절에 있는 내게까지 들려왔을까? 이들은 거짓말을 직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보다 더 성공한 성직자들이 거짓말한 죄로 지옥에 더 떨어진다고 하는 풍자이다. 물론 당신은 빼놓고요.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니요, 진실이 진실 아닌 것으로 통하는 세상이니 세상사 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불교의 명구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 산도 공(空)하고 물도 공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명구를 바꾸어 보면, ‘천당은 천당이요, 지옥은 지옥이다. 천당은 천당이 아니요, 지옥은 지옥이 아니다. 천당도 공하고 지옥도 공했다.’가 된다. 이 말을 또 한 번 바꾸어보면, ‘있는 것은 있는 것이요,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있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없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니다. 있는 것도 공(空)하고 없는 것도 공했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할까? 진리를 묘사한 묘한 말이지.

흑백(黑白) 논리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불교의 미묘(微妙)한 법이다. 크다고 하고 보면 작고, 작다고 하고보면 큰 맛이 있는가 하면, 크다고 하고 보면 더 클 수 있는 것 같고, 작다고 하고보면 더 작을 수 있는 것 같으니, 크다고 할 수도 없고 작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며,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 도 없는 것이 이 세상사(世上事)이다. 이러한 심법(心法)을 다루는 불법(佛法)이니 미묘한 법이 아닐 수 없다.

몸은 움직이기를 싫어하고 머리는 움직이기를 좋아하여 잠시도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있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몸은 움직일수록 육체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뇌 활동과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생각은 많이 할수록 머리가 흐려져 판단이 정확하지 못하고, 적게 할수록 머리가 명석하여 판단력이 길러진다.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뜨거운 기운이 머리 위로 올라가 열과 혈압이 높아지게 되는 경향이 있고, 생각을 적게 하고 운동을 많이 하면 몸의 나쁜 기운을 발산하고 찬 기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와 열과 혈압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원리로 절에서는 절을 많이 하게하고 생각을 끊게 하기 위해 사경(寫經)이나 참선을 권장한다.

이와 같이 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은 서로를 해치면서 한 몸이라는 집에서 살수도 있고,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 수도 있다. 몸이 움직이기 싫어한다고 움직이지 않고, 머리가 생각하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놓아두는 것은 몸과 마음을 해치는 관계에 두는 것이니 병약(病弱)하게 되어 단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이 서로 의지하며 화합할 수 있는 신앙생활로 자기 스스로 자기를 인도할 수 있을 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세상사가 보다 묘하게 풀려나가는 이치를 터득하게 되고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세상사 미묘한 법을 자기 근기에 맞게 자기 스스로 체득할 수 있는 이치이다.




2007. 6. 17.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