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손길

2007.10.22 03:03

bultasa Views:7198

구원을 하는 자와 구원을 받는 자의 문제는 지나간 인류 역사 3,000여년간에 사람들의 깊은 마음속에서 전전(轉傳)하여왔고 또 현재도 그러하다.

2천 6백년전, 인도사회에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백성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를 개탄하신 부처님께서는 그 고통의 원인을 찾고자 6년간 고행(苦行)하셨다. 그 수행의 결과 중생이 받는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은 우주가 창조된 진리를 왜곡하여 구원을 하는 자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잘못된 관습 때문임을 깨달으셨다. 깨달음을 얻으신 후부터 열반에 드실 때까지, 부처님께서는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 그 당시 종교, 사회, 경제 정의(正義)를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 각자의 마음에서부터 개혁을  일으킬 수 있는 설교를 하셨다.

그 설교의 핵심 사상은 구원의 문제에 있어 ‘구원을 해 주는 자도 없고 구원을 받는 자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 설법 중의 하나인『금강경』에서 말씀하시기를, ‘부처님은 한 사람도 제도(구원)한 바가 없다고 하시고, 만약 중생을 제도(구원)했다고 하면 보살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첫째, 구원을 하는 자가 누구를 구원했다고 생각하거나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구원자의 이름으로 상(相)을 세우는 것이니 구원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구원자의 이름으로 구원자를 따르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거나 지옥에 떨어진다고 상대를 위협하는 설교는 중생을 오히려 고통에 빠지게 하는 것이니 구원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말씀이다.
부처님께서는 세속적인 입장에서는 물론이고 출세간적인 의미에서도 자신을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놓지 않으셨다. 철저하게 버리고, 비우고, 지우고 낮추는 모습에서, 다 놓아버린 자리에서만이 중생으로 하여금 자유와 평화를 찾을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셨다.       

둘째, 중생을 교화하고 구원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따라오라고 이정표를 주고 안내판을 주는 것인데, 그 이정표나 안내판이 도시의 길이나 산정에 올라가는 산길과 같은 길이 아니라, 마음 씀에 관한 길이므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알 수 있는 표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안내판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마음자리 깊은 곳에 본래부터 ‘구원’은 이미 있는 것이므로 구원을 청할 것도 없고 받으려고 할 것도 없다는 이치를 깨달으면 그 ‘구원’이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밖으로 현현(顯現)하여 자유와 평화 그리고 극락을 누릴 수 있다고 하시고, 그 능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구원’을 자기 마음 밖에서 찾으려고 하면 환상(幻像)속에서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자기 정신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수많은 번뇌와 고통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부처님의 이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부처님의 설법이 아무 소용없는 것이 됨으로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하신 일이 없다. 그러나 혹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깨달음을 얻어 구원을 받아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되었다면 이는 그 사람이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따를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니, 부처님이 그에게 깨달음의 지혜를 특별히 따로 덧붙여 주었기 때문에 그가 깨달은 것은 아니다. 그러하니 부처님께서는 그로부터 받을 수 있는 공덕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셨다.

깨달음 혹은 ‘구원’의 공이 스승인 부처님께 있지 않고, 교화를 받은 사람 혹은 그의 제자에게 있다는 것이니, 부처님의 눈치 볼 것 없이 각자의 마음속 깊이 잠재해 있는 행복의 샘물을 마음껏 솟아오르게 하여 쓰기만 하면 자유와 행복을 누릴 있다는 말씀이다. 이것이 곧 ‘구원’의 의미이다.

이 본래의 마음자리는 일체 중생이 하나가 되는 자리이니, 자기가 남보다 잘생겼다든가 돈이나 명예가 높다는 아상(我相)을 세우는 사람에게는 본래의 마음자리인 구원의 문이 열리지 않는 법이다. 철저하게 상(相)을 버리고 하심(下心)하는 마음자리에서만이 너와 내가 하나가 되고,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곳에서 사람의 정(情)이 통하는 아름다운 세계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누구의 도움이 없이도 모두 함께 구원을 즐기는 천국이나 극락을 현세(現世)에서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금강경』에서 부처님께서 사람은 이미 구원되어 있으니 구원을 밖에서 찾지 말라고 하시고, 혹 밖으로 구원을 찾아다니면 오히려 고통이 따를 뿐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누구도 사람을 구원한 바가 없다고 하시고, 만약 누가 사람을 구원했다고 말한다면 그는 이미 구원자가 아니라고 하셨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2007.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