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황금돼지 해를 보내고 무자년 쥐띠 해를 맞이하면서 시카고 동포사회를 위해 드릴 말씀은 무엇보다 우리 동포님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말씀, 그 이상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우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마음을 가져야지요. 그러나 그것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사랑도 해야지요. 사랑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만 사랑이 마음대로 되나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불교의 연기법(緣起法)을 이해하시고 그대로 행하시면 건강해지고 행복해집니다. 연기법이란 인(因)이 연(緣)을 따를 때 행복이라는 산물(産物)이 나온다는 법입니다. 부인이 인(因)이면 남편이 연(緣)이 되고, 남편이 인(因)이 되면 부인이 연(緣)이 됩니다. 능동적(能動的)으로 행하는 자를 인(因)이라 하고, 수동적으로 따르는 사람이나 물건을 연(緣)이라고 합니다. 부부사이에서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인과 연이 서로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상대가 싫어지고 미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대가 하는 일이나 말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나의 눈, 귀, 코, 혀, 몸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이 감정이 격해지면 이혼하자는 말이 자주 나오게 되고 불행이 겹치고 건강에 무리가 오게 마련입니다.
이 감정은 ‘내’가 느끼는 것인데, 나의 상대 때문에 내가 그렇게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대의 똑같은 행동이나 말을 듣고 어떤 때는 내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감정은 나의 성격이나 습관이 일으키는 충동이니, 찰나 찰나에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느껴지는 감정이 습관화되면 매사에 남을 탓하게 됩니다. 자기를 돕는 사람을 탓할 수도 있고, 자기가 쓰는 도구를 탓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를 돕는 사람이나 도구를 연(緣)이라고 합니다. 즉 연(緣)을 탓하고,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말입니다. 자기가 미워하고 싫어하는 연이 하나 둘 많아지면, 자기가 미워하는 연(緣)의 세력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여 자기를 압박하는 것같이 느껴지므로 주변사람들이나 물건들에 대한 두려움이 일어나고, 두려움에서 불안을 느끼면 자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남을 해치게 되는 일까지 생기게 됩니다. 이것은 서로 연하여 살아가야할 연기법의 연(緣)을 탓함으로서 일어나는 불행입니다.

연기법에 순응하는 사람은 자기의 성품만을 고집하지 아니하고 연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고집하지 아니하고 부인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따르며, 부인도 그와 같이 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지만 원래부터 좋고 싫은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기가 쌓아온 성격과 습관에서 일어나는 법이니, 마음만 먹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고집하지 아니하고 연이 좋아하는 것을 따를 수 있는 법입니다. 부부사이에 서로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고집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원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부부는 행복하지 않을 수 없기에 자연히 건강하게 됩니다.

여기에 또 하나 더 있습니다. 아내를 위해, 혹은 남편을 위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뒤로 접어두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만 따라 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간직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므로 또 다른 화(禍)의 근원이 됩니다. 참답게 연(緣)을 따르는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생각들을 마음에 두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고집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에 따르겠다는 결심이나, 자기가 베푼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마음의 집중력이 약한 탓입니다. 마음의 집중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불가(佛家)에서는 참선수행, 염불, 사경, 108참회 등의 수련을 권장합니다.

한 마디로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만사형통(萬事亨通)하게 되고, 아름답고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희망의 해 무자년을 맞이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우리 동포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삼배 드립니다.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스님 삼배   
2007.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