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스위스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고


2006년 6월 23일 금요일 오후 2시, 대한민국과 스위스 전에서 국내외 모든 국민의 열띤 응원의 함성 속에는 16강에 진출하려는 우리들의 소망이 흠뿍 담겨있었다. 그러나 전 국민의 간절하였던 열망은 끝내 좌절되고 말았다.


우리 팀이 몇 번의 찬스가 있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걷잡을 수 없었다. 왜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까? 스위스 전에 이겨 16강에 진출하였더라면 모든 국민이 오만하게 세계를 보고 우월감을 가질까 두려워 사전에 오만을 차단하여 주신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왜? 오만은 망(亡)자로 가는 길이기에 패자(敗者)로서 자성(自省)함 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기에 승자(勝者)가 되려면 모든 국민이 각자 자기 인격관리를 그 위상에 어울리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격관리를 할 수 있는 국민은 매사에 하나 속에 모두 있고 모두 속에 하나있는 이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국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함성이 전 국민의 함성으로 돌아옴은 하나 속에 모두가 있는 이치이고, 경기의 승패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모두 속에 하나가 있는 이치이다. 이 때 모두를 대한민국만 보는 시야에서 세계적인 안목으로 바꾸어 놓을 때 세계적인 위상에 어울리는 인격관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국민 개개의 인격은 패쇄적인 민족주의에서 개방적인 민족주의로, 다양한 국가와 민족의 기술과 예의 속에서 통일된 기술과 예지(叡智)와 예의를 우리는 갖출 수 있게 된다.


기술이란 공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실력이고, 예지란 공을 차는 것을 보고 공을 받으려고 하니 한발 늦는 법이니 공을 누가 잡고 몰고 가는 것을 보고 자기를 꼭 필요한 때 필요한 위치, 바로 그 자리에 있게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모든 수비를 제치고 공을 차 골인시키는 것은 예지의 작용이다. 예의란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반칙을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는 마음이다. 이러한 기술, 예지, 예의는 폭 넓은 마음에서 끝없는 수련을 통해 이룰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나라 선수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그 이상 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 차기 월드컵에는 좌절 없는 승리의 운이 우리를 따르도록 우리 모두 세계를 하나로 대하는 겸허(謙虛)한 마음으로 끝없는 자기 성찰과 수련을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2006. 6. 24.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