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이 없이는 평화가 없다 (닮음과 다름)

2007.02.25 19:46

bultasa Views:6552

정(情)이 없이는 평화가 없다 (닮음과 다름)


우리는 비슷한 외모를 지닌 사람과는 쉽게 친해지고 정(情)이 빨리 들지만 나와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게 되지 않는다.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과는 쉽게 정이 들어 친해지지만 나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는 왠지 거리감이 있게 된다. 어떤 종교에는 많은 종파가 있고 같은 종파끼리는 쉽게 정이 통하지만 다른 종파를 믿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사례가 많다.

타종교(他宗敎)나 타종파(他宗派)에 대하여 무관심한 것까지는 좋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싫어하게 되고, 싫어함이 지나치면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다. 이러한 등등의 이유로 종교 간에 혹은 종파 간에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는 벽이 쌓이게 된다.

유태교인과 이슬람교도간의 전쟁으로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것과 같이 종교 간의 마찰은 간혹 전쟁도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또 이라크에서는 같은 이슬람교도이면서도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유혈(流血) 투쟁은 종파 간의 벽이 극에 달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지구상에 전쟁이 어느 곳에서 일어나든지 간에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생활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행기를 타기위해 공항에 가면 까다로운 검색절차를 통과해야하는 것도 모두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전쟁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다행히 우리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에 살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주류종교는 기독교이고 천주교세도 지역적으로 확고하다. 이 두 종교를 위주로 하는 미국에 1930년대부터 일본불교와 티벳불교가, 1970년대부터 한국불교가 미국사회에 정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슬람교도들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다국적(多國籍), 다민족(多民族), 다종교(多宗敎)가 서로 어우러져 한 국가를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이다.      

이와 같이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사회에서 한민족(韓民族) 문화와 정체성을 바르게 심고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범종파적(凡宗派的)이고 범종교적(凡宗敎的)인 종교지도자 모임이 결성되어 자주 만나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러한 종교지도자 모임에서 시카고 한인 동포들이 직면한 문제점들에 대한 의견 나눔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종교지도자들이 자주 만나는 것이 각 성직자들의 교회, 성당, 사찰의 정체성에 이완이 일어나거나 번영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른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음으로서 오히려 더욱 굳건히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종파 간에 혹은 종교 간에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교회 단위로 치러지는 행사들은 종파 간의 다름이나 종교 간의 다름으로 인하여 생기는 벽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 종교가 민족의 힘을 사분오열(四分五裂)시키는 부작용을 면키 어렵다.  

시카고에서 범종파적(凡宗派的)이고 범종교적(凡宗敎的)인 한인 종교지도자 모임이 왜 불가능하다고 할까? 불가능하다면 종교지도자 급에 계시는 분들의 성격 탓이라고 할까? ‘나’아니면 안 되고 내 것이어야 한다는 상(相), ‘남’을 의식하는 상, 재물과 명예에 대한 상, 남보다 내가 우월해야 한다는 우월상 등이 강한 성격은 내 것과 남의 것을 분별하는 의식이 강하여 남과 합류하여 더불어 하는 일에 약하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일을 분열(分裂)시킬 줄은 알아도 통합(統合)하기는 어렵다. 사람이 능(能)하려면 분열과 통합에 걸림이 없어야 한다. 하나하나가 모이는 것이 통합이고 하나하나 흩어지는 것이 분열이다. 돈을 버는 것은 일종의 통합작용이고, 쓰는 것은 분열작용이다. 닮음을 세우는 것은 통합이고 다름을 세우는 것은 분열이다. 독재(獨裁)는 통합작용이고 민주(民主)는 분열작용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분열이 필요하고 때로는 통합이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 분열과 통합을 자재(自在)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다. 분열과 통합 중 어느 쪽이든 한 쪽에 치우치는 사람은 한 쪽밖에 보이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람은 몸과 마음에 근심걱정이 많아 장수(長壽)할 타입은 아니다. 때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 분열과 통합을 적기에 적절히 운용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어느 쪽이든 치우치지 않는 원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몸과 마음에 근심걱정이 없어 건강하게 장수할 타입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원만한 성격을 가지려면 위 네 가지 상(相)을 비워야 한다. 이 상을 비움으로서만이 종교 간의 벽과 종파 간의 벽이 무너져 내리고 한민족으로서의 정(情)이 흐르게 되어 한류(韓流)의 대도(大道)를 걷게 될 것이다.

우리 시카고 한인 종교단체 지도자님들께서 한국사람이라는 닮음의 정서(情緖)를 갖고 한 자리에 함께 모여 시카고 한인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일들을 같이 나누고 협력해서 평화롭게 번영하는 한인사회를 이룩하는데 받침돌이 되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06. 11. 19.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