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忍辱)

2007.02.25 18:57

bultasa Views:7554

인욕(忍辱)


우리는 흔히 돈이나 명예나 사랑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고 돈을 많이 벌려고 하루 생활을 다 바치고 돈 외에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명예를 얻기 위한 마음에 끌려 주변사항을 잘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삿된 사랑에 빠져 마음을 흐리게 만들어 놓고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착각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기들의 생각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돈이 많을수록 화낼 일이 많이 생기고 또 그 화를 다스리기 어렵다. 명예가 높아도 불만이 쌓이고 불만이 쌓이면 화가 나게 마련이다. 삿된 사랑에 빠진 사람은 머리가 복잡하고 복잡한 머리를 가진 사람은 화를 다스리기 어려워진다.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불만이 많아지고, 불만이 많아짐에 따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게 되고, 남을 원망하는 기질이 강하여 지고, 남과 다투기를 좋아하는 기질로 변한다. 이러한 기질을 가진 사람은 화를 참고 불만을 참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담배 술 여자 등을 즐기는 쾌락을 행복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참고 쾌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속병에 걸리기가 쉽다. 소화가 잘 안 된다든가, 가슴이 답답하다든가, 골치가 아프다든가 하는 등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신경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되는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화나 불만이 일어나는 것을 참는 것은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더 많은 돈을 쫓아가거나 더 높은 명예를 좇아가거나 삿된 사랑을 좇아가는 것은 허망한 짓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돈이나 명예는 있다가도 없는 것이요 없다가도 있는 것이라는 이치를 알아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사랑도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순리에 따를 줄 아는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화낼 일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화낼 일이 생기지 않으니 화를 참을 내야 참을 화가 없는 것이니, 다스릴 것도 없는 것이다. 이미 화를 다 다스렸기 때문이다.

남과 부딪쳐서 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때도 화를 참고 또 참으면 시한폭탄을 짊어지고 있는 것과 같다. 남과 부딪치는 이유는 주로 두 가지에 속한다. 하나는 나와 남을 비교하여 봄으로서 생기는 수치심이나 열등의식이나 자만심이나 우월감에서 부딪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상관없는 일에 남을 평하는 마음에서 부딪치는 것이다. 나는 백만 불짜리 집에 사는데 다른 사람이 이백만 불짜리 집에 산다면 나는 열등의식을 갖기 쉽고, 또 다른 사람이 오십만 불짜리 집에 산다면 나는 자만심을 갖기 쉽다. 그러나 비록 내가 이십만 불짜리 집에 산다고 하더라도 남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이 없고 남을 평하는 마음이 없어진다면 내 마음은 항상 편안한 것이다. 왜냐하면 남과 부딪칠 일이 없고 간섭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남이 잘 사는 것도 못사는 것도 있는 데로 보아주고, 나는 내할 일에 열중할 뿐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화와 안정과 행복은 이와 같이 자기가 하는 일에 열중할 뿐이라 참을 레야 참을 것이 없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다.


2003. 12. 21.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