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2007.02.25 19:01

bultasa Views:7568

천국과 지옥


어느 목사님이 목사님들의 설교 테이프 8개와 성경 한권을 저희 절에 우편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저는 그 8개의 테이프를 다 들어 보았습니다.

저는 대한불교 조계종 스님으로서 부처님의 경전만에 접하여 왔지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어 볼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천국과 지옥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완전히 다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 북쪽 어느 곳에 천국을, 그리고 지구 땅 속 깊은 곳에 지옥을 만들어 놓으시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천국으로 가게하고,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 특히 불교와 같은 우상을 숭배하는 사람은 모두 지옥에 떨어지게 하여 불구덩이 속에서 타고 있는 괴로움을 당하면서 죽지도 않고 영원히 그 괴로움을 받는 지옥에 떨어지게 하니, 불교와 같은 우상을 숭배하는 사교(邪敎)에 빠져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기독교를 믿으면 천국에 가서 영원한 구원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무조건 믿고 따라야 구원을 받는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불교 신도들은 천상에 태어나는 것을 원하지도 않고 지옥에 태어나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불교에서는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그러한 천국과 지옥은 이 우주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고, 지옥, 천국, 천당, 천상도 모두가 나의 마음 밖에 있을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이 도리를 깨달은 사람이 만나게 되는 세계를 열반이라고 하는데 그 열반도 나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모두 지옥에 가고 불교를 믿는 사람만이 천상에 태어난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불교만을 믿으라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위의 도리를 깨달으면 열반에 가고, 깨닫지 못하여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빠지거나, 나를 안 믿는 자는 지옥에 가고 나를 믿는 자는 천국에 간다는 식으로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사람은 자기 생각의 틀에 구속되어 항상 복잡한 생각을 면하지 못하고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상에 태어난 사람도 자기가 잘못하면 보통사람과 같이 되고 지옥에 빠진 사람도 위의 도리를 깨닫게 되면 찰나지간에 천상에 태어나기 때문에 영원히 천상에 있는 중생도 없고 영원히 지옥에 있는 중생도 없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가르침을 먹어보고 싶지 않으면 먹지 말고, 먹어보고 싶으면 먹고, 씹어보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도 괜찮다고 가르칩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모두 천상에 태어나고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모두 지구 속 지옥에 빠진다는 가르침이 진리라면 그 동안 2000여년의 기독교 역사 속에서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다 천국에 갔고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모두 지옥에 갔으니 이 지구상에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야 하는데 현재 지구상에는 인구도 사회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였다는 설도 믿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형상을 만드신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마음을 창조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인류 역사를 통하여 증명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을 창조한 신이란 이 우주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고, 인간 각자가 자기 스스로 자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잘 사는 것도 내가 만든 것이요 못사는 것도 내가 만든 것이니 누구 탓도 아닌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합니다. 전생에서 금생에 이렇게 온 것도, 금생에서 내생에 가는 것도, 모두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이지 하느님, 예수님, 알라신이나 부처님도 여기에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존재라고 가르칩니다.

앞의 테이프에서 부처님을 우상이라고 특히 강조 했지만 우상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상이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저 하늘 어느 곳에 천국이 있고 지구 속 어느 곳에 지옥이 있다는 설은 우상이 아니고, 천국과 지옥은 모두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있다고 가르치신 부처님이 어떻게 우상이 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2004. 3. 22.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