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다

2007.02.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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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오른 손가락은 하늘을, 왼 손가락은 땅을 가리키는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의식’이 있습니다. 이 관욕의식은 부처님의 탄생 설화에서 마야부인이 해산하기 위하여 친정으로 가는 도중 화창한 봄날에 아름다운 룸비니 동산에서 아기를 낳으시니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 아기를 목욕시키자 서른두 가지 거룩한 특징을 가진 아기의 몸에서 금색 찬란한 빛이 솟아나면서 아기는 일곱 발자국을 걷고 서서 오른 손가락은 하늘을 가리키고 왼 손가락은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삼계개고(三界皆苦) 아당안지(我當安之)”라고 외치니 아기 몸에서 나오는 금색 광명이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기 위하여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는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의식이 빠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인연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설화입니다. 목욕을 시킨다는 것은 ‘때’를 씻는다는 뜻입니다. 불교에서 ‘때’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때’를 의미하는데 지나친 욕심이나, 삿된 애정을 갈망하거나, 시기, 질투, 아만, 아상, 게으름, 삿된 의심 등 잘못된 습관이나 견해에서 나오는 ‘가짜 나’ 즉 가아(假我)의 마음입니다. 이 가아(假我)의 때를 완전히 씻어버리면 가아(假我)가 소멸되고 진아(眞我)만 남습니다. 이 진아(眞我)를 금색 찬란한 빛이 솟아나는 것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진아(眞我)가 가진 무궁한 복과 덕이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찬란히 빛난다는 뜻입니다. 이를 우리는 성불(成佛)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든 때를 씻고 완전한 청정함을 이룰 때 성불이 되는 것입니다. 성불이야 말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이루게 하는 일대사(一大事)입니다.

성불을 하시고 일곱 걸음을 걸으시니 연꽃이 그 발자국을 받쳤다고 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아수라 하늘 그리고 열반에 가시니 육도윤회의 사설이 무너지고 하나의 아름다운 연꽃세계로 화하였다는 의미입니다.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천상천하(天上天下)를 의미하고 천상천하는 육도윤회 하는 세계를 의미합니다. 유아독존(唯我獨尊)은 천상천하에서 육도윤회 하는 모든 존재는 각자가 독자성을 가지고 있으니 그 독자성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실제는 그러하지 못하기에 인간이 가진 아상과 아만 지배욕은 지배자와 피지배 계급을 형성하게 하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원한관계는 점점 심화되는 관계로 그로 인한 인과응보로 모든 중생의 고통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심화됩니다. 이것이 삼계개고(三界皆苦)입니다. 인류 사회의 모든 고통은 경쟁 투쟁 전쟁의 패자가 경험하는 것이고 그 고통은 사무치는 원한을 낳습니다. 원한은 또 다른 형태의 경쟁 투쟁 전쟁을 일으키고 패자는 더욱 극심한 고통에 침몰합니다. 이와 같은 고통의 회전은 인류사회와 모든 중생세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원한으로 푸는 원한은 또 하나의 원한을 낳아 원한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널리는 인류사회 전체로 확산될 뿐입니다. 원한 속에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경쟁 투쟁 전쟁에 호소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은 원융무애(圓融無礙)하여야 합니다. 모든 원한과 고통의 원인을 지혜롭게 풀어 가면 원한의 고통은 평화로 화할 수 있습니다. 원한 속에서 전쟁보다 평화를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는 것이 아당안지(我當安之)입니다. 이것이 바로 ‘나는 응당 일체중생을 편안하게 하리라’라고 선언하신 뜻입니다. 지배 계급의 속박에서 자유를, 경쟁에서 화목을, 투쟁에서 화합을, 원한에서 자비를, 전쟁에서 평화를 지혜롭게 성숙시켜 가자고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이것이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일대사 인연입니다. 부처님 탄생 설화와 관불의식(灌佛儀式)은 이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04. 5. 26.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