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우주관과 보시

2007.02.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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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우주관과 보시


불교에서는 우주의 생성 원리로 창조주에 의한 창조설을 부인한다. 어떠한 존재도 홀로 생(生)할 수도, 홀로 존재할 수도, 홀로 무엇을 만들어 낼 수도 없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독생자(獨生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독생자로부터의 구원(救援)도 믿지 않는 종교이다.

이 우주의 성주괴공(成住壞空)은 어떤 원인이 조건과 만나는 인연(因緣)으로 이루어진다. 원인과 조건의 결합은 이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당기는 인력(引力)과 업력(業力)에 의하여 서로 연기하여 이루어진다. 이 우주는 마치 한 송이 꽃이 태양, 공기, 흙, 물, 그리고 다른 많은 식물, 미생물, 동물 등이 서로 연하여 영향을 주고받으며 피고 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 사람의 잘되고 잘못된 행동의 파장은 전 우주에 미치고 이 우주의 파장은 다시 우주의 모든 존재들에게 미친다. 이와 같이 이 우주 전체와 개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의존하는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잘하고, 잘못함의 파장은 전체에 미치고, 전체에서 다시 그 파장이 그 사람에게 돌아옴으로 좋은 과보이든 나쁜 과보이든 그 과보를 피할 수 없다. 그 과보는 그 사람에게 새로운 인이 되어 여러 가지 조건과 결합하여 또 새로운 결과를 맺고, 그 결과는 또 새로운 인이 되어 연기하는 것이 진리이자 윤회의 원리이다.

이렇게 자기 과보를 자기가 받으므로 선업(善業)을 많이 쌓아 남에게 구원을 청하기보다 나와 남을 서로 돕는 보시를 하여 좋은 과보를 스스로 지어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불교의 우주관이다. 이것을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이라고 한다. 자기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여 선업(善業)을 짓고 보시를 행함으로서 현세에서도 천상(天上)에 살며 내세에서도 천상에 태어날 것이니 남을 의지하여 구원을 청하지 말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 하여 모든 존재가 화목하게 생명을 유지하게 할 것이며 진리가 아닌 것을 의지하여 모든 존재가 연기하는 법의 질서를 어지럽게 하여 모든 중생이 서로 불목(不睦)하고 불평(不平)하며 불안(不安)하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우주의 모든 존재가 서로 의지하여 연기함으로서 새로운 존재가 형성됨으로 연기하는 모든 존재들 사이에는 평등성(平等性)이 있다. 한 송이 꽃이 피기 위하여 태양, 공기, 흙, 물이 꽃과 같이 연기함으로 어느 것 한 가지를 지적하여 유일하게 다른 것보다 더 귀하다고 더 취할 수도 없고 열등하다고 덜 취할 수도 없다. 꽃씨가 없어도, 물이나 태양, 흙이나 공기 어느 것 하나 없어도, 그리고 어느 것 한 가지라도 부족하거나 너무 많으면 꽃은 필 수 없고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꽃이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하여는 물, 태양, 흙, 공기, 그 외 여러 가지 조건들이 그 꽃씨에 알맞게 연기하여야 한다. 이 꽃씨에 알맞은 조건에서 연기하는 현상을 중도(中道)라고 하고, 중도(中道)는 그 요소들 간에 평등성(平等性)을 유지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인간은 우주를 인간의 욕망 추구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우주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서로 연기할 수 있도록 균형을 파괴하지 않게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균형을 파괴하지 않고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는 인간과 자연, 식물과 동물, 산과 물, 흙과 공기간에 존재하는 평등성을 존중하는데 있다. 사람이 타 존재와의 평등성을 무시하고 균형을 파괴할 때 자연의 오염(汚染)을 유발하고, 오염된 자연은 다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서운 세력을 형성하여 그 과보를 묻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우주가 연기하는 균형을 손상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와 행을 부단히 하여 우주가 연기하는 진리에 순응하여야한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민족과 타 민족, 자기 국가와 타 국가, 자기와 남, 자기와 사회, 자기와 이성(異姓), 부부(夫婦),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에서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연기하는 중도를 위하여 평등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고, 이들을 존중하여야 서로 의지하며 연기하여 순리로 자타가 서로 좋은 이익을 생산하여 나누는 보시를 하며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우주의 모든 존재가 서로 의지하여 연기함으로서 이익을 생하게 하고 그 이익을 서로 나누기 위하여 많은 중생에게 보시하는 마음을 자비심(慈悲心)이라고 한다. 그 이익은 물질적인 이익일 수도 있고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는 양식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연기법(緣起法)은 우주를 생성하고 유지시키고 멸하는 진리이며 중도(中道)이고 평등성(平等性)이며 보시(布施)를 근본으로 하는 자비심(慈悲心)이다.


2004. 7. 17.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