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가득분(無法可得分) 第二十二  (가이 얻을 법은 없다)

須菩提 白佛言 世尊 佛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爲無所得耶 佛言 如是如是 須菩提 我於阿耨多羅三藐三菩提 乃至無有小法可得 是名阿耨多羅三藐三菩提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얻은 바가 없음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렇다 그렇다 수보리야.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접함에  조그마한 법이라도 가히 얻은 것이 없으므로 이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하느니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다는 것은 밖에서 무엇인가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소득심(所得心)이 없는 마음을 증득한 보리심이다. 이 법계의 이치를 깨닫고자하면 밖에서 구하고자 하지 말고 자신을 깨달으면 그 안에 법계의 이치는 모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하는 것은 자기가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지 새롭게 무엇인가 얻은 것은 조금도 없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얻은 것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실은 새롭게 얻은 것이 없다.

가령 어떤 사람이 은행에 저금한 돈을 잊어먹고 있다가 10년 후에 우연히 그 저금통장을 발견하여 은행에 가보니 그 돈이 아직도 자기 이름으로 저금되어 있는 것을 알고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그 돈을 찾아 가지고 왔다. 없었던 돈이 생겨 기쁘지만 그 돈이 원래 자기 것이기 때문에 새로 얻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면, 강을 건너가던 배에 물이 세여 들어오고 있다. 배가 가라앉지 않게 하기 위하여 물을 계속 퍼내어 더디어 물을 완전히 퍼내고 물이 세던 구멍도 막았다. 이 때 사공은 무엇인가 얻은 것이 있는가? 사공은 얻은 것이 없다. 배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이 우주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면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안에서 구하여야 한다고 하여 밖에서 구하던 것을 멈추는 것을 우리는 밖에 것을 모두 비웠다고 한다. 마음 안에서도 구하는 마음 머무는 마음을 모두 비우기 위하여 우리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모두 비우는 수행을 한다. 모든 집착을 놓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아공(我空) 법공(法空)을 수행하여 아무 것도 구할 것도 머물 곳도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적막한 자리에 이르게 된다. 이 적막한 자리가 원래 우리들의 자리이기 때문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 온 것이지 얻은 것이 아니다.

이 적막한 원래의 자리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고 이 자리에 돌아 온 부처를 법신불이라고 부른다.

이 법신불은 모든 법의 성품을 가지고 있어 하지 못할 바가 없는 불가사의한 법력을 가지고 있는 부처이다. 이 부처의 성질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부처님은 설하고 계신다.  

우리들의 마음의 내외에 있는 모든 집착을 놓아 버렸을 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므로 가히 얻을 만한 법이 없다고 제명(題名)을 붙인 것이다. 얻을 만한 법이 있다면 그 법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아공(我空) 법공(法空)이 되지 않으면 모든 집착을 놓아 버릴 수 없다.

우리들의 생활상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너무나 정반대의 일이다. 무엇이고 구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의 21장과 이 22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우리들이 이를 명심하도록 되풀이하여 말씀하고 계신다.  

우리들이 전혀 구하는 마음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하는 마음이 심하면 모든 마음의 갈등이 심하게 일어나게 되고 남과 충돌하여 불쾌한 일도 많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여 살아가는 일을 경계하여야 한다. 남이 무엇을 가졌으니까 나도 가져야 한다는 마음은 갈등의 요인이 된다. 나는 나의 수준에 맞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 술 노름 등으로 가정의 화목을 깨고 가정의 순조로운 발전에 장애를 가져오게 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것이 바로 집착이다. 담배를 구하고 술을 구하고 노름을 구하다가 담배 술 노름에 자기 마음을 빼앗기고 담배 술 노름에 노예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뿐만 아리라 담배 술 노름으로 자기의 건강을 해치고 가정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경우들이 생기게 된다.

이 때 어떤 사람이 담배 술 노름을 끊는 법을 밖에서 구한다면 담배 나무를 생산하는 농장에서 담배 제조업, 담배를 판매하는 상점 등을 모두 폐쇄시켜야 할 것이다. 술도 술을 만드는 곡식을 제배하는 농장, 술 제조업, 술을 판매하는 상점 등을 패쇠하여야 할 것이다. 노름도 모든 노름 장을 없애야 한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대단히 어렵고 복합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것을 밖에서 구하는 것은 허망한 것이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담배나 술 노름을 하고자 하는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담배 술 노름에 노예가 된 것을 깨닫고, 내 마음의 통제력을 회복하여 내 마음이 본래의 모습대로 나의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새롭게 얻은 것은 없다. 다만 나의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담배에 집착할 때는 담배라는 경계 밖의 것을 볼 수 없게 하고, 술에 집착할 때는 술이라는 경계 밖의 것을 보지 못하며, 노름에 집착할 때는 노름이라는 경계 밖의 것을 보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나의 한계점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담배 술 노름을 끊게 되면 나의 경계는 텅 빈 허공과 같이 넓어지는 것이다. 혹 뚱뚱한 여인을 싫어하는 총각은 뚱뚱한 것이 그 총각이 보는 여인의 경계가 되는 것이다. 일단 여인이 뚱뚱하지 않아야 하니까. 날씬한 여인을 좋아하는 총각에게는 날씬하다는 것이 그 총각의 경계가 되는 것이다. 일단 여인이 날씬해야 하니까. 그러나 어떤 총각이 생각하기를 여자는 뚱뚱해도 좋고 날씬해도 좋다면 이 총각이 보는 여자의 경계는 없는 것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여인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계를 두는 모든 분별심을 놓아 버리게 되면 우리들의 마음은 훨씬 가벼워지고 편안해지고 넓어져, 하고자 하는 일이 순조롭게 풀일 수 있다.        

이러한 경계로부터 해탈하여 자유롭게 되었다고 하여 그가 새롭게 무엇을 얻은 것은 아니다. 원래 담배 술 노름을 하지 않았던 자기로 돌아왔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집안 식구들에게 기쁨을 주고 가정의 화목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아뇩다라삼먁보리가 갖는 성품이다.

만일 조그마한 법이라도 얻은 것이 있다면 곧 구하는 마음이 있게 되는 것이다. 가령 그 법이 돈이라고 하면 적은 돈이라도 얻은 것이 되는 것이고, 그 법이 명예라고 하면 조그마한 명예라도 얻은 것이 되는 것이며, 그 법이 날씬한 여인의 모습이라면 조그마한 여인의 모습을 얻은 것이 되는 것이고, 그 법이 우주를 형성하는 이치라면 조그마한 우주를 형성하는 이치를 얻은 것이 되는 것이다.

법이라고 표현한 어떠한 것이라도 얻은 것이 있을 때는 바로 그것은 그 사람이 그것을 구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고, 구하는 마음이 있을 때는 바로 그것이 그 사람의 한계를 짓게 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 설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마음에 한계를 짓지 말고 텅 빈 마음을 가지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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