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下心)

2012.09.20 16:00

현성 Views:5155

 사람들에게 재욕(財慾), 명예욕(名譽慾) 애욕(愛慾)이 있는 것은 세상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어 사랑과 자비가 더불어 있을 때,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게 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을 추구함에 이기심(利己心)이 작용하는 곳에는 반드시 많은 중생들에게 피해(被害)를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왜냐하면 이기심은 우주의 진리가 가려져 있는 마음에서 솟아나는 악덕배(惡德輩)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진리는 무엇일까? 사람을 비롯해 모든 존재의 몸은 흙 기운, 물 기운, 열 기운, 바람 기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어떤 요소도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렇게 우주의 진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겸허히 자연에 감사하고 자기의 몸이 이들을 합성하는 운동을 통해 자기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것에 머리 숙여 예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첫째, 이 몸이 항상 청춘이기를 바라지만 순간마다 변하고 있다. 많은 나라와 사업체가 일어났다 사라지듯이 이 몸도 영원한 것 아니니 좀 더 건강을 지속해 가기 위해서는 하심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이 몸이 단순하고 순박한 줄 알지만 오장육부와 뇌를 비롯해 수많은 장기들이 마음에 의지해 운영되며 그 존재를 유지해 간다. 이기심이 부리는 욕심, 집착, 화는 상상하지 못한 몸의 어떤 부분에 순식간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기심이 작용하는 욕심을 내려놓고 조심해야 할 이유이다.

셋째, 이 몸이 홀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엇과 연(緣)해야만 그 존재가 가능하다.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남편, 부인, 자녀, 부모, 이웃, 친구, 직장, 절, 자연 등을 이해하고 사랑을 나누고 자비심으로 행복한 길로 함께 가야한다. 자비와 행복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가정과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가 아니라 하심이 위없이 높은 양약이 될 것이다.

넷째, 내 몸이라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아는 것은 착각이다. 몸은 내가 지배할 수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몸이 피곤을 느끼는데 “피곤 느끼지 마”한다고 피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몸이 긴장하고 있는데 “긴장하지 마”라고 한다고 긴장이 없어지는 것 아니다. 감기, 알러지, 병, 노환, 특히 죽음 등 어느 것 하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잘 되는 것 같이 보여도 모두 일시적인 환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몸은 처음부터 부모로부터 받아 흙 기운, 물 기운, 열 기운, 바람기운 등 ‘나’아닌 요소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으니 자기를 위해 남을 이용하는 이기심은 자연의 법칙과 정반대되는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이기심으로 욕심낸다고 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이기심은 몸에 의지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다. 수많은 생(生)을 살아온 경험의 세계에서 형성된 향락(享樂)에 대한 욕심, 자기 존재를 과시하고 유지하기 위한 권력과 재력에 대한 욕심 등으로 이기심이 발전한다. 이렇게 나타난 이기심은 자기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남을 해치는 것도 당연시 하며, 욕망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 불만이 일으키는 증오심(憎惡心)은 과감한 폭행으로 상대를 굴복시키기도 하고, 살상(殺傷)하기도 한다.

작은 이기심이 발전하여 도덕과 율법을 무시하고, 강자(强者)가 약자(弱子)를 도식(都食)하기도 하고, 자연을 훼손하기도 하며 지역전쟁이나 세계대전으로 발전될 수도 있는 무서운 마음이다. 이기심은 자기에게도 해(害)로우며, 가정과 사회 국가와 자연, 어느 곳에서도 도덕을 파(破)하고 악을 불어오는 사탄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하니 자기를 위하고 남을 위해 이기심은 내려놓아야 한다.

 

불교의 모든 교리와 수행론은 모두 병(病)을 인지(認知)하고 그 원인을 찾아서 치유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모두 함께 극락을 이루고자 함에 있다. 그 병의 원인은 한결같이 개인과 집단의 이기심에 있음을 인식하게 하고, 그를 내려놓게 하는 것을 방편으로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불타사 주지 현성

201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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