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뭣고”

2012.10.04 01:09

현성 Views:6702

 많은 한국 사람들은 주로 간화선(看話禪)수행을 한다. 간화선이란 화두를 일념으로 참구함으로서 그 화두를 타파하고 선정(禪定)에 들고자 하는 수행이다. 화두(話頭)말 머리인데 말의 제목이란 뜻이다. 참선을 지도하시는 선생으로부터 받는 제목이니 선생의 수만큼 말의 제목도 다양하다. 어떠한 화두를 받아 이용하더라도 전통적인 이뭣고화두방법과 다르지 않다.

 

초보자들은 이뭣고화두를 받아 참선자세로 앉아, “이뭣고” “이뭣고하며 이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흔히 수행자는 무엇을 가지고 이뭣고라고 하는지 잘 몰라 고행(苦行)을 하면서도 시간을 많이 낭비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 수행하는 방법을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불교인은 사람의 본래마음이 상식적으로 통하는 세계를 건설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는 어느 행동이 도덕적으로 참 나의 행위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게 되어 뒤바뀐 도덕 감에 시달려 괴로움에 잠기게 된다. “이뭣고라는 말 머리를 이용해 참 나의 도덕성을 찾아 가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1. 수행자는 먼저 코끝에 마음의 중심을 두고 그 곳에만 집중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내 쉰다. 코끝에 온 마음을 집중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이렇게 반복하는 마음이 습관화되어 안정된 후 다음 단계로 간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자가 뭣고라고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일념으로 이뭣고를 반복하는 시간이 지나는 가운데 의심이 점점 깊어지면서 의심 풍선이 파하여 사라지고 하늘 같이 텅 빈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2. 또 다른 방법은 코끝에 집중 점을 그대로 두고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관찰하면서 이 관찰하는 자가 뭣고라고 한다. 코끝에 마음의 중심을 두고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면서 이 숨을 관찰하는 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무엇인가?” 깊이 관찰하면서 의심을 하다보면 불현듯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3. 그리고 더 확대해 보면,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 자가 이뭣고할 수도 있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이 자가 도대체 무엇일까?” 깊이깊이 탐구해 들어가 보면 답을 얻게 된다. 시간적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사람의 근기에 따라 다르다. 근기에 따라서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10년이 걸려도 답을 얻지 못하는 수행자도 많다. 그러나 논리적인 이치를 알면 탐구에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이를 알려 드리고자 한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자를 관찰하며, “관찰하는 자가 무엇인지혹은 누구인지알고자 하면, 캄캄하게 앞이 막혀 답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관찰하는 자 자신의 성품을 관해보면 알 수 있다. 관찰하는 자의 성품이 관찰하는 행동에 반응하여 일어나기 때문이다.

관찰하는 행동이 산만하면, 산만한 자기 성품이 나타난 것이요, 관찰하는 자세가 어지러우면, 어지러운 자기 성품이 나타난 것이다. 인내력이 없는 성품이면 지루한 반응을 보일 것이요, 비판적인 성품을 가진 마음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 때, 수행자가 그들이 모두 자기의 성품이 나타난 허물이었음을 인식할 수 있을 때, 그 허물을 하나하나 자기의 성품에서 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자기 성품의 허물을 벗어 버리는 작업이 참 나를 향해 찾아 들어가는 길이다. 참 나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가벼워지고 맑아지며 밝아진다.

 

처음 2가지 수행 방법은 모험이 따르는 방법이라 상근기 수행자들에게 권한다. 세 번째 방법은 정진(精進)하는 성품을 길러가면서 꾸준하게만 하면 반듯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 중근기나 하근기 수행자들에게 권한다.

 

이뭣고참선수행을 통해 자기 내면에 도덕적으로 부정(不淨)한 업()이 있음을 알아차리면 알아차린 대로 멀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뭣고화두가 힘을 받아 집중이 잘 되어 선정에 들게 된다. 선정에 들 때 맑고 밝은 자기의 본래성품을 체험할 수 있고, 텅 빈 자기와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체험을 견성(見性)이라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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