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하신년(謹賀新年) 계사(癸巳)년

2013.01.12 00:14

현성 Views:5516

앞선 물이 거센 뒷물에 밀려 쉬어갈 줄 모르듯이 현세(現世)는 여지없이 밀고 오는 미래세(未來歲)에 밀려 쉬어갈 줄 모른다. 그러나 손발의 활동반경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하니 추억이 그립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 살고 갔다는 자취 남기기를 바라지만 다 무상(無常)한 일이다. 새가 수없이 하늘을 나르면서도 지나간 자리 자취 남김 없음이 오히려 더 아름답지 않는가.

 

남이 나를 볼 때,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큰 사람일 일수도, 작은 사람일 수도, 관대한 사람, 편협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남을 볼 때도, 그 사람이 잘난 사람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돈이 많은 사람으로 보이일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친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고, 멀리 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남이 나를 볼 때나, 내가 남을 볼 때는 분별적이고 차별적이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이와 같이 분별하는 마음은 실속 없는 갈등과 불안, 시기 질투 쟁의(爭議)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나를 바라볼 줄 알게 되면 세상은 달라진다. 내가 나를 바라보면, 작은 나도 없고, 큰 나도 없으며, 잘난 나도, 못난 나도 없는 “나 그대로의 나”를 본다.

“나 그대로의 나”는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신령하시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게 해 주시는 내 안의 관세음보살님이시니, 부러워할 것도, 두려워할 일도 없는 세계를 열어갈 수 있게 된다.

 

이 세계에 있는 숲은 믿음직한 안식처이다. 사람을 가리지도 않고, 동물, 새, 벌레 어느 것도 분별하거나 차별함이 없다. 그들이 모두 자기 마음 따라 와, 편안히 쉬어가게 그냥 그대로 둔다.

더운 바람 찬 바람 막이가 되어 주고,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온화하게 해 주며, 생명력을 공급해 주는 맑고 정기 넘치는 시원한 공기를 공급해, 모두가 피로를 풀고 편안히 건강을 회복하게 해 준다.

새해 계사년에는 모두가 자기 안에 있는 관세음보살님을 뵙고 그 안에 있는 숲에 의지해 무병장수 부귀영화하시기를 기원드린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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