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돈수(頓悟頓修)

2007.09.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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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조계종은 임제의 선맥을 이어 온 정통 간화선종이다. 간화선종의 제1 지침서는 대혜스님의 서장인데 대혜(大慧) 종고(宗杲)선사 (1089~1163)는 중국 송(宋)나라 때 그의 저서 서장(書狀)에서 간화선의 지침을 세우셨는데 능엄경의 경구를 이용하셨다.

그 경구는 : 이즉돈오(理則頓悟)하고 승오병소(乘悟竝消)하나 사비돈제(事非頓除)하니 인차제진(因次第盡)하라. 이다. 즉,

      이(理)의 면에서는 몰록 깨닫고 그 깨달음에 편승하여 일체 장애가 사라진다.
      그러나 사(事)의 면에서는 몰록 제거되는 것이 아니니 차례를 밟아 점차 없애어라.

이렇게 능엄경의 경구에 의하면 이치의 면에서는 돈오돈수가 가능하지만 사물의 상, 사상(事相)의 입장에서는 돈오점수(頓悟漸修)라고 했다.
이 말씀이 무슨 말씀인가 하면, 이 방향이 동쪽인 것을 알았을 때 금방 자기가 가야할 방향을 아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고 하여 돈오라고 하고, 돈오와 함께 새 방향으로 금방 갈수 있는 것을 금방 갈수 있다고 하여 돈수(頓修)라고 했다. 즉, 어느 쪽이 북쪽인 것을 알았을 때, 금방 자기 방향을 알아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을 돈오돈수라고 했다. 능엄경에서 이치의 면에서 깨달으면 깨달은 대로 곧 행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지구가 둥글다고 깨달았으면 곧 둥근 것을 진리로 이용할 수 있는 것에 비유된다. 
그러나 방향은 깨달았지만 그 방향으로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장애가 있어 그 장애물을 거두어내고 가는 것을 깨달은 대로 점차 닦아서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의미로 돈오점수라고 한다. 이 때 장애물은 사실상의 장애물이니 능엄경에서 사물의 입장에서는 장애가 몰록 제거되지는 않으니 차례로 제거하여 완전히 제거하게 된다고 했다. 담배를 피우면 몸에 나쁘다는 이치를 깨달았지만 실제 담배를 끊는 대는 시간이 걸리는 사람의 경우는 돈오점수이고, 나쁘다는 이치를 알자마자 바로 담배를 끊은 사람은 돈오돈수에 비유될 수 있다.
어느 쪽이 동쪽인지, 혹은 북쪽인지 몰라 사방을 헤매다가 간신히 북쪽을 알아 자기 방향을 깨달았을 때, 이것을 점차 깨달았다고 하여 점오(漸悟)에 비유할 수 있고, 깨달은 대로 바로 갈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닦았다고 하여 돈수라고 한다.  그러나 장애가 있어 그들을 거두어내고 가는 사람은 점차 닦아 간다고 하여 점수라고 하고, 점차로 알아서 바로 행하는 것을 점오돈수(漸悟頓修), 점차로 알아서 점차 행하는 것을 점오점수(漸悟漸修)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수행하신 행적으로 보면, 수행과정에서 모든 장애를 소멸하시고 몰록 깨달음을 얻으신 후 바로 법륜을 굴리셨다. 이로 보면 부처님은 점차 수행하여 몰록 깨달으셨으니 점수돈오(漸修頓悟)를 하셨다고 할 수 있다. 달마대사의 경우 9년간 면벽수행을 하신 행적은 돈오점수, 6조 혜능조사의 행적도 역시 돈오점수로 보인다. 그리고 능엄경에서 이치적으로만 보면 돈오돈수라고 하면서 사상(事相)으로 보면 돈오점수라고 했다. 사상은 업장(業障)으로 인한 상이니 일반적인 경우 돈오점수를 세우고 있다고 봐진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감안하면 수행자의 근기에 따라 돈오돈수(頓悟頓修), 돈오점수(頓悟漸修), 점오점수(漸悟漸修)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수행자의 경우 부처님의 행적에서 보인 점수돈오(漸修頓悟)의 가능성이 더 많을 것 같이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수행해서 생명의 실상을 깨달아, 고통 받는 중생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시기를 기원한다. 

점수 돈오라는 제목으로 시 한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내 맘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것, 깨달았어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구나, 이것이 돈오 점수인가?
부귀영화 누려 봐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는 것,
가진 것 다 비우니 시원하구나.
이것이 점수돈오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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