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방편(方便)

2008.12.02 01:38

현성 Views:10795

 방편이 없는 가운데 참다운 방편이 있고,

닦아 증득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가운데 참되게 닦아 증득함이 있다.


無方便中眞方便  無修證中眞修證

무방편중진방편  무수증중진수증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대혜(大慧) 종고(宗杲) 선사는 1089-1163년 당송대의 선사로 공안 참구법인 간화선의 시조이신데, 이 선사의 글을 모은 서장에서 선사께서 그의 제자들에게 방편(方便)과 수행(修行)에 대해 말씀하신 게송이다.


방편(方便)이란 근기가 얕은 사람을 상근기로 끌어올리기 위해 편의(便宜)로 쓰는 수단이다. 사람마다 근기가 다르고 가르침을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방편이 있을 수 없고, 수행하는 사람들마다 인연이 다르고 또 그 인연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감으로 어제 좋았던 방편이 오늘도 조어라는 법도 없으니, 어떠한 방편에도 집착하지 않고 매 순간 열심히 수행해 가는 가운데 저절로 얻어지는 방편이 목적한 바에 도달하는 참된 방편이 된다는 말씀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돈이 가장 훌륭한 방편이 되기도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 돈이 없어 사업을 못하겠다는 것은 돈이라는 방편에 집착하는 것이니, 이러한 사람은 좋은 사업가가 될 수 없다. 돈이 없으면 없는 데로 사정에 맞는 수단을 찾아 노력하다보면 발전해가는 단계에 맞는 수단이 자연스럽게 개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훌륭한 사업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사람도 주어진 조건을 방편으로 하여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공부해가는 과정에 맞는 방편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되는 것이니 “방편이 없는 가운데 참된 방편이 있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닦아 증득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가운데 참되게 닦아 증득함이 있다.” 고 하신 말씀은 증득하고자 하는 목표에 집착이 있게 되면 그 집착이 수행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는 말씀이다. 현재 이 시간 충실하게 정해 놓은 방법에 의해 일념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증득한다는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일념은 도망쳐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득한다는 생각 없이 다만 일념으로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 마음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사념(思念)들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때 마음이 움직이는 대상들이 모두 소멸되어 텅 비어진 무념(無念)상태에 들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일체 사념(思念)의 테두리, 즉 정체성(identity), 한국 사람이라는 테두리, 남자라는 테두리, 출신 학교에 대한 테두리, 종교 및 사상의 테두리 등은 물론 성격 및 바라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테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자기를 구속하던 일체 사념(思念)과 이기적인 마음이 충족될 때 일어나는 감정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자유로운 마음은 바람이나 물이 상대의 모양이나 색깔에 구애받음이 없이 그들과 하나가 되듯이 무엇과도 하나가 되는 성질을 갖게 된다.

이렇게 자유로운 마음은 구애받음이 전혀 없는 마음이니 항상 고요하면서도 평화롭고, 기쁨과 감사로 충만하게 된다.

이러한 경지에 오르는 것을 ‘깨달음을 증득했다’고 하는데 깨달음에 증득하겠다는 욕심을 내게 되면 그 욕심이 오히려 장애가 되니 일단 뜻을 세웠으면 그 뜻에 집착하지 말고, 오직 일념으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사념(思念)과 감정을 제거하고 집중력을 길러 마음의 어두움을 밝히는 일에 일념으로 매진하라는 말씀이다.

이것이, “닦아 증득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가운데 참되게 닦아 증득함이 있다.”고 하신 말씀의 뜻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한 번 게송을 읊어보겠다.

방편이 없는 가운데 참다운 방편이 있고,

닦아 증득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가운데 참되게 닦아 증득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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