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

2009.02.14 23:12

현성 Views:13688

어느 곳에도 마음 두지 말라

어느 것에도 깊은 마음 두지 말라

세상에는 영원한 것 없네.

진실한 것도 없나니

마음을 둘 곳에 두어야지

마음 두지 않을 곳에 마음 두면

끝내 고통 받나니

아름다움에도 두려움에도

마음 두지 말라.

오직 너 스스로의 참마음에

마음을 두어라.


가난하다고 항상 가난한 법도 없고, 돈이 있다고 항상 있으라는 법도 없다. 지금 예쁘다고 항상 예쁜 법도 없고, 추하다고 항상 추하다는 법도 없다. 지금 건강하다고 항상 건강하다는 법도 없고, 지금 약하다고 항상 약하다는 법도 없다. 지금 사랑한다고 항상 사랑한다는 법도 없고, 미워한다고 항상 미워하는 법도 없으며, 지금 필요한 물건이라고 항상 필요한 물건이라고 할 수도 없고, 지금 필요하지 않다고 항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일체는 수시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분명할 수 없고 또 고정될 수 없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지도 않고 고정한 것이 아니므로 택하고 버리는 것도 분명할 수 없고 고정된 것이 아니다. 세상사가 모두 이러함으로 어느 것이나 어느 곳에도 좋다고 마음을 두거나 싫다고 마음을 두는 것은 이치를 모르는 어리석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어떤 것이 아름답다고 마음을 두거나 두렵다고 마음을 두는 것도 일체가 변한다는 이치를 모르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이다.

특히 자기 자신만은 믿을 수 있다고 자기를 믿고 의지하는 것도 자기의 몸과 마음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어리석은 짓이니 결국은 고통의 굴로 들어가게 된다는 말씀이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자기만은 믿을 수 있다고 믿지 못할 남에게 주지 않고 자기가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자기도 믿지 못할 사람이 되고 만다는 말씀이다.

건강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가진 것도 모두 믿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믿고 살수 있단 말인가? ‘오직 너 스스로의 참마음에 마음을 두라’고 했다.


참마음은 일체 생각이 끊어진 무념(無念)에서 얻어지는 마음이고, 일체 ‘나’라는 생각이나 ‘내 것’이라는 생각이 없어진 무아(無我)의 경지에서 솟아나는 마음이다. 무념이나 무아를 조금도 있는 것이 아니라 하여 공(空)이라고도 하는데, 참다운 공이 되면 묘한 것이 있다고 하여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표현한다. 이 때 묘한 존재가 곧 ‘참마음’이다. 이 ‘참마음’은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라 항상 넉넉한 마음으로 매사를 접함으로 구하는 바 없이도 매사를 이루어내고 더욱이 죽음이 없는 마음이라 죽음에 대한 근심이나 두려움이 없어 고요하면서도 광명이 있다고 하여 적광(寂光)이라고도 표현한다. 그리고 이를 부처라고 부르기도 하고, 반야심경에서는 이를 마하반야바라밀이라고 한다.


큰 문제는 어떻게 무념(無念)이나 무아(無我) 혹은 무심(無心)을 이루느냐에 있다. 항상 욕심을 내지 말고, 남을 돕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망상이 사라지게 되어 무념을 얻게 되고, 남을 돕다보면 필경에 남을 돕는 것이 바로 자기를 돕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때 남은 있고 자기는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니 무아(無我)를 성취하였다고 한다. 무아를 이루면 남에게서 무엇을 구하겠다는 마음도,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고, 남을 의식해 할 일 안 할 일을 분별하는 마음도 일어나지 않으며, 연기하는 법계 안에서 어떠한 것에도 해(害)가 되는 일을 하게 되지 않고 그들에게 유익한 일을 많이많이 하게 되는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을 불교에서 극락을 성취한 마음이라 한다.


위 게송을 다시한번 읊어보겠다.   


어느 곳에도 마음 두지 말라

어느 것에도 깊은 마음 두지 말라

세상에는 영원한 것 없네.

진실한 것도 없나니

마음을 둘 곳에 두어야지

마음 두지 않을 곳에 마음 두면

끝내 고통 받나니

아름다움에도 두려움에도

마음 두지 말라.

오직 너 스스로의 참마음에

마음을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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