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율타의 믿음

2008.08.26 22:59

현성 Views:8796

<42> 아나율타의 믿음


옛날 아나율타 비구가 부처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정진하여 두 눈을 잃었으나,

대천세계를 마치 손바닥에 있는 과일을 보듯이 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을 ‘신(信)’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昔有阿那律陀  因被佛訶  七日不睡  失去雙目

석유아나율타  인피불가  칠일불수  실거쌍목

大千世界  如觀掌果  亦不出者一箇信字

대천세계  여관장과  역불출자일개신자


- 선요


부처님 당시 아나율타라는 수행자가 있었는데 그는 평소에 게을러 일하기를 싫어하고 밤이나 낮이나 잠자기를 좋아했다. 틈만 있으면 잠자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께서 오셨는데도 알지 못하고 잠을 자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웬일인가고 물었더니 그는 게을러 수행하기를 싫어하고 잠만 잔다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 그를 불러 앉게 하시고,


애석하고 애석하다.

어찌하여 잠만 자는가?

소라나 조개들은 한번 잠이 들면

일천년을 자기 때문에

부처님의 이름을 듣지 못한다네.

라고 하시며, 아나율타를 잠자기 좋아하는 소라나 조개에 비유하셨다.


아나율타는 사람으로 태어난 자기가 소라나 조개에 비유된 것이 몹시 부끄러워 깊은 참회를 하고 반드시 용맹정진하여 깊은 깨달음을 얻으리라고 결심하고 잠을 자지 않고 일념으로 정진하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7일이 되는 때에 눈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여 시각장애자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그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정진에서 물러설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고 일념으로 매진한 결과 천안통(天眼通)을 얻게 되었다.

그는 맹인이 되었으니 눈으로 보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천안통으로 손바닥에 있는 과일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씀이다.

고통의 극한에 임하여도 믿음을 잃지 않고 일념으로 정진하면 반드시 그 원을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을 신(信)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씀이다.

일체 의심을 끊고 오로지 믿음 하나로 정진하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는 말씀이다.

이는 모든 사람의 본성(本性)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하여 모든 것을 다 알고, 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우리들이 게을러 그를 믿지 못해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우왕좌왕하게 되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귀중한 이 생명을 받았으니 부처님의 이 말씀을 믿고 오로지 일념으로 정진하면 반드시 아나율타와 같이 천안통(天眼通)을 성취하게 되어 불행한 중생들을 위해 선한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다.


아나율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게으름을 피운 자신을 지극히 부끄럽게 생각하여 반드시 열심히 수행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큰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원을 세우게 된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자기가 잘못하는 일에 대해 변명하기를 좋아하고 남의 탓이라고 미루는 경향을 우리는 자주 경험한다. 남의 탓이라고 돌리는 사람은 그 일에 대한 변명은 될 수 있겠지만 자기 자신에게 득 될 일보다 성격이 묘하게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참회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세우게 되는 것이니 좋은 업을 더 많이 짓게 되고 성격이 보다 더 유순해지고 포용력이 있어 친화력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하나의 성격인데, 그 성격을 본인이 보통으로 생각하는 한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어떠한 성격에 대해서도 본인이 부끄럽게 생각하면 반드시 고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모름지기 자기의 성격을 항상 살펴 자기의 성격으로 인해 이웃에게 불안한 심정을 갖게 하는지 혹은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러한 성품을 가진 것을 인식하게 되면 즉시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알면 좀 더 좋은 사람으로 향상될 수 있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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