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그 안에 있다

2008.09.18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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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孤高)하고도 또한 위없이 높고,
넓고 또 넓어서 그 끝이 없으니,
하늘과 땅이 그 안에 있고
일월(日月)이 그 속에 있다.

孤高更無上  廣博無邊表  乾坤在其內  日月處其中
고고경무상  광박무변표  건곤재기내  일월처기중

- 금강경 오가해

모든 사람들에게는 한 물건이 있으니 그 물건은 홀로 가장 높아 위없이 높은 것이라 이 세상에 어떠한 것도 그 한 물건에 비할 수 없고, 
넓고 넓어서 그 끝이 없으니, 하늘과 땅이 그 한 물건 안에 있고, 해와 달이 그 한 물건 속에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의식은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 높고, 깊고 넓은 것이다. 어떠한 절대적인 신의 영역에 절대 미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의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명구이다. 하늘과 땅이 그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도, 해와 달이 그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수행을 통해서 자기가 아는 세상일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순수하고 청정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마음은 높아지고 넓어져 마침내는 이 명구에서 말씀하시는 바와 같이 된다. 우리가 무엇에 집착하고 그 집착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 집착하는 대상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맹인(盲人)이 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 삿된 믿음, 거짓말, 도둑질, 약물 복용자 등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망상에 집착한 나머지 망상이 현실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을 깨끗이 씻어내면 씻어낼수록 마음이 높아지고 넓어지는 현상을 스스로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게 되면 이 게송에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홀로 가장 높고 위없이 높은 마음이 되어 누구도 견줄 수 없는 마음이 되고 하늘과 땅을 모두 덮을 수 있는 크고 넓은 마음이 되어, 해와 달이 그 안에서 노닐게 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우주와 하나가 되어 삼라만상이 모두 그 안에서 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는 말씀이다.
우리들 생명(生命)의 무한성(無限性)과 만능성(萬能性)을 설하는 게송이다. 우리들의 생명이 무한하고 만능한 것임을 알아서 항상 청정하게 할 것이며 허물이 있게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 우리들에게 당부하신 말씀이 “자등명(自燈明)과 법등명(法燈明)”이다. 자기 스스로 참 마음의 등불을 항상 밝혀서 밝게 할 것이며,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의 등불을 항상 밝히라는 말씀이다. 즉 일체 마음의 허물이 없게 함으로서 진아(眞我)인 ‘참 나’를 얻고, 그 ‘참 나’의 무한성(無限性)과 만능성(萬能性)이 저절로 발휘될 수 있게 하라는 가르침이다.
결코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고 처음과 끝이 다른 사람들을 의지하거나 따르게 되면 하나 밖에 없는 가장 귀중한 자기 생명인 마음에 허물을 짓게 되어 옳은 것을 옳은 것이라고 볼 수 없게 되니, 하는 일 마다 사리에 맞지 않게 되어서 생명의 무한성과 만능성을 가리고 구속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그가 보고 듣는 세상이 한 없이 좁아지게 되지만 그 반대로 “자등명(自燈明)과 법등명(法燈明)”을 하게 되면 우리들의 생명인 마음은 한 없이 넓어지고 그 안에 있는 일체 존재들과 원융하게 하나가 되어 그 안에 있게 된다는 말씀이다. 이러한 마음을 묘사하기를,
   
고고(孤高)하고도 또한 위없이 높고,
넓고 넓어서 그 끝이 없으니,
하늘과 땅이 그 안에 있고
일월(日月)이 그 속에 있다. 고 했다.

이 게송은 일체 번뇌망상이 사라진 청정한 마음에서 전개되는 현상이니,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을 간단없이 지닐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고 예측하기 어렵고 말과 행동이 다르거나 처음과 끝이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따르다가는 마음에 허물을 짓게 되어 높고 넓은 마음이 점차 낮고 좁은 마음으로 변해 고통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니
항상 마음을 고고(孤高)하고도 또한 위없이 높고,
넓고 넓어서 그 끝이 없으니,
하늘과 땅이 그 안에 있고
일월(日月)이 그 속에 있게 하라는 당부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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