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譬喩)

2008.09.18 04:54

현성 Views:8819

 달이 중간 봉우리(中峰)에 숨어버리면 부채를 들어서 비유하고
바람이 허공에서 쉬고 있으면 나무를 흔들어서 느끼게 한다.

月隱中峰  擧扇喩之  風息太虛  動樹訓之
월은중봉  거선유지  풍식태허  동수훈지

- 금강경 오가해

사람뿐만이 아니라 일체 중생에게 본심(本心)이라고 부르는 그 무엇이 참되고 여여하게 존재한다고 하여 진여(眞如)라고 하고, 금강경 오가해에서는 금강반야라고 하며, 반야심경에서는 반야바라밀이라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부른다. 앞 게송에서는 “한 물건”이라고 했다.
이 ‘한 물건’은 본심(本心)이면서도 보려야 볼 수도 없고 느끼려야 느낄 수도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고요한 가운데서 문득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이 있으니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완전히 끝나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는 단견(短見)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천주교에서는 천주님,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셨다고 하니 죽은 후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이라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그 무엇도 없겠지만, 무엇인가가 있으니 천주님이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다고 한 것으로 이해된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무엇인가가’ 다음 생으로 윤회하는 것이 진리라고 믿는다.
이 ‘무엇인가’를 불교에서는 우리들의 본심(本心)이라고 부르는데 잠이 깊이 들었을 때도 우리를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는 그 ‘무엇’이다. 만일 그 ‘무엇’이 이 몸을 떠난다면 무엇이 숨을 쉬게 하고 심장을 박동하게 할까? 아플 때나 고민스러울 때도 그것을 알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이 없다면 무엇이 아픈 것을 알게 하고 무엇이 고민스러워 할까? 이와 같이 이 몸이 죽어도 우리를 떠나는 법이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진리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그 자체를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비유로써 설명한다는 말씀이다.

마치 달이 높은 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달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이치를 마치 부채를 들어 보이고난 다음에 그 부채를 등 뒤에 숨겼다고 해서 부채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유해 설명하고, 또 허공에서 바람이 쉬고 있다고 해서 바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나무를 흔들어서 바람을 느끼게 한다.’라는 것을 비유로 설명했다.
흔히 피곤하면 피곤함을 알려주는 그 무엇이 있고, 꼬집으면 아프다고 알려주는 무엇이 있으며, 아침이 되면 잠을 깨우고 일어나게 하는 무엇이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형상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없다고 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리고 그 무엇의 능력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금강반야, 반야바라밀 혹은 여의주(如意珠), 여의보주(如意寶珠)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순수한 본래 마음의 작용은 위대한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현재 향유하는 모든 종교, 철학, 문화, 체육, 과학, 기술 등 일체 분야에서 그 무엇인가의 창조적인 능력에 의지해 매일 새로운 발전상을 우리는 경험한다. 이 모든 발전이 인간의 금강반야, 반야바라밀 혹은 여의주(如意珠) 등의 본성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본심(本心)은 태양(太陽)에 비유된다. 태양은 만물을 소생시키고, 자라게 하고 없어지게 하는 근본이 되는 열기(熱氣)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기는 모습이 없어 볼 수 없는 것과 같이 본심(本心)은 생명력의 근원이면서 기운(氣運)을 일으키고 움직이는 본원이면서도 그 모습이 없으므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태양은 아침에 동쪽에서 떠 정오에는 중천에 있고 저녁에 서쪽으로 지고 나면 보이지 않다가 새벽에 또 다시 동녘을 밝힌다. 우리는 이것을 보고 해가 우리가 사는 이 땅을 하루를 주기로 돌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은 태양은 자기 자리를 조금도 떠난 적이 없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죽는다고 하지만 일체 중생의 본심(本心)도 몸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죽어서 그 몸이 없어지지만 본심은 조금도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는 이치를 태양에 비유해 설명하는 것이다. 마치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중천에 떴다가 서쪽으로 지면 해가 없는 밤이 되지만 실은 태양은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는 것과 같이 우리의 본심도 그와 같이 몸을 받았다고 해서 태어난 적도 없고, 몸이 죽었다고 해서 죽은 적이 없으니 조금도 움직인 적이 없는 것을 위의 비유로서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게송을 다시 반복하면
달이 중봉(中峰)에 숨으면 부채를 들어서 비유하고
바람이 허공에서 쉬고 있으면 나무를 흔들어서 알려준다. 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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