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計萬思量 紅爐一點雪
천계만사량하고 홍로일점설이로다 나무아미타불
泥牛水上行 大地虛空裂
니우수상행하고 대지허공열이로다 나무아미타불

천 가지 꾀나 만 가지 생각과 헤아림이
붉게 타고 있는 화로 위에 한 점의 눈송이 같으니,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위를 걸어가고,
대지와 허공이 파열(破裂)되다.

이 시는 청허(淸虛) 휴정(休靜) 서산(西山)대사(1520-1604)의 서산집에 있는 선사의 선심(禪心)에서 선행(禪行)을 표현한 그의 게송이다. 이는 그의 오도송(悟道頌)인 듯하다.

천계만사량(千計萬思量), 즉 ‘천 가지 꾀나 만 가지 생각과 헤아림’이란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세속적인 삶에 젖어 명예, 재산, 애욕, 오만, 게으름, 식욕, 질투 등 여러 가지 욕망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오는 온갖 계략이나 사량이다. 또한 이들이 성취되지 못한 불만에서 일어나는 화냄과 화냄에서 일어나는 계략이나 사량도 있다. 그리고 남에게 해로운 일은 아니지만 세상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계략과 사량도 많이 있는 것이 중생심(衆生心)의 한 모습이다.
선가(禪家)에서 이러한 경지를 세속적으로 만사를 잘못 보고 있다는 의미에서 ‘산이 물이 되고 물이 산이 된다.’고도 하고,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고도 표현한다.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는 표현은 돈이나 명예, 애욕 등이 좋다고 하여 갖은 계략을 꾸미고 사량(思量)하여 권모술수로 추구하다가 오히려 감옥살이를 받는 경우가 ‘색은 공과 다르지 않다’는 경우이고, 문제가 어려워서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것이 오히려 크게 성공하는 케이스가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는 경우이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명예, 재산, 애욕 등을 바라보고 일념으로 가다보니 엉뚱하게 생각지도 못한 다른 물건을 만날 수도 있는 경우가 ‘산이 물’이 되는 경우이고, 또 욕심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가운데 그 자체가 큰 재산이 되어 뜻밖에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가 ‘물이 산’이 되는 경우이다.
이 설명은 모두 세속적인 입장에서 보고 하는 말이다.  

‘천 가지 꾀나 만 가지 헤아림’이란 총명한 사람이나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이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생심의 한 모습이다.
이러한 사람에게 ‘색은 공과 다르지 않다’ 혹은 ‘산이 물이 된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알라고 하는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