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수레

2008.01.16 02:59

현성 Views:8843

비유하자면 소에 수레를 끄는 멍에를 채웠는데
수레가 가지 않는다고
수레를 때려야 할까요? 소를 때려야 할까요?

원문은 :
譬牛駕車 車若不行 打車卽是 打牛卽是
비우가거 차약불행 타거즉시 타우즉시 이다.

이 말씀은 남악(南岳) 회양(懷讓) 선사의 어록으로
선사는 서기 677-744, 중국 당나라 때 선사로 6조 혜능대사의 이대(二大) 제자이고 마조(馬祖)선사의 은사로 중국 선(禪)의 주류(主流)이다.

질문인즉 마차가 가지 않을 때, 마차를 때려야 할 것인가? 소를 때려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사람의 몸을 수레에 비유하고 마음을 소에 비유한 질문이다.

몸을 움직이기 싫어할 때, 몸을 때려야 할 것인가? 마음을 다스려야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기도 하고, 외모가 단정하지 못할 때 외모를 단정히 하라고 할 것인가? 마음을 단정히 하라고 할 것인가? 라는 질문도 된다. 참선하는 자세가 바르지 못할 때, 몸의 자세를 바르게 하라고 할 것인가? 마음의 자세를 바르게 하라고 해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도 된다. 궁극적으로는 마음이지만 우리들의 감각적인 의식으로는 몸, 외모, 자세 등을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문제를 직관(直觀)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도 된다.

그러나 우리의 감각적인 의식으로는 몸으로 하는 중노동을 시켜서 마음을 다스리도록 하기도 하고, 외출을 못하게 몸을 일정한 장소에 감금하여서 마음을 다스리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강제적인 수단은 좋은 방법은 아니나 말로 타일러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할 때 최종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남악회양선사께서 제자들에게 참선이 잘 안된다고 선방 분위기를 탓할 것인가? 마음 집중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탓할 것인가? 라는 비유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잘못을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하고 그른 것을 탓하면 필경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말씀이기도 하다.

그리고 수레를 망상에 비유하고 소를 본처(本處), 본래의 자리에 비유할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어디에서 왔느냐에 따라 분별하기도 하고, 직업에 따라 분별하기도 하며, 얼굴빛이 어떤 색깔(인종)이냐에 따라 사람을 분별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별심은 모두 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남쪽에서 왔건, 북쪽에서 왔건 그 사람의 본심을 보고 판단할 일이지, 어디에서 왔느냐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흔히 직업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기도 하고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하지만, 참된 것은 그 사람의 본심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흑인보다 백인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종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진정한 것은 사람의 인격이고, 그 인격은 곧 마음이라는 뜻이다.

남악선사께서는 참선을 지도하시는 선사이시니, 이 시가 의미하는 바는 망상을 피우지 말라는 뜻도 되는데, 우리는 흔히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수가 있다. 자신의 신분이 불확실할 때 마음의 안정을 가지지 못하고 불안한 나머지 여러 가지 생각에 골몰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에 잠기는 것도 불안한 나머지 일어나는 당연한 일이라고 위안할 수도 있지만 실은 이러한 불안한 생각으로 많은 것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해롭다. 아무 것에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지 말고, 그 날 그 순간, 해야 할 일에만 일념으로 정진해야 한다. 그리하면 어떠한 일도 스스로 해결되어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결국 그 불안한 마음에 구속되어서 어떤 일을 하든지 안정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본질이 아닌 일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수행자를 견책하는 말씀도 된다. 본질이 아닌 일에는 아무리 많은 생각을 해도 결국 도를 깨치는 데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다.
다시 한 번 남악회양선사의 시를 읊어보겠습니다.

비유하자면 소에 수레를 끄는 멍에를 채웠는데
수레가 가지 않는다고
수레를 때려야 하는가? 소를 때려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