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의 대중들

2008.08.26 22:46

현성 Views:8757

<32> 황매산의 대중들


육조 혜능 대사(638~713)는 중국 황매현 황매산에서 천명의 제자를 가르치던 오조(五祖) 홍인(弘忍)대사의 문하에서 행자생활을 하고 있던 중, 당시 강사(講師)이던 신수(神秀)스님(606-706)을 제치고, 홍인대사의 인가를 받아 그의 의발(衣鉢)를 전수받아 그날 밤 삼경 (11-1시)에 황매산을 떠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수스님 측 수자들이 의발을 뺏기 위해 그를 뒤쫓아 갔다.

신수측 수자들의 쫓김을 받고 있었던 혜능 대사가 그 때 남기신 도강(渡江)송, 즉 강을 건너면서 남긴 게송이 있다.


의발을 막 전수받고 감개무량하여 길을 떠나,

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는 길에 달은 삼경(三更)이었다.

만약 도(道)란 본래 한 물건도 없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황매산 대중들은 빼앗으려 하는가.


원문은 :

衣鉢傳慷慨行 渡江南去月三更 若道本來無一物 何事黃梅衆手爭

의발전강개행 도강남거월삼경 약도본래무일물 하사황매중수쟁 이다.


위 게송의 핵심은 도(道)란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데 있다.

도(道)란 원래 구(求)하는 자의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함이 없는 사람에게 있는 법이다. 이 말씀은 무슨 말씀일까요? 구함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는가? 구하는 사람은 하나를 구하고 나면 또 다른 것을 구하고, 그것을 구하고 나면, 더 크고 더 좋은 것을 계속하여 구하는데 그 구하는 것들이 모두 그의 욕망이나 집착에서 만들어진 허상(虛像)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허상이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한, 도를 이룰 수 없으니, 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허상을 지워야 하고, 허상을 지우기 위해서는 허망한 것들에 대한 집착이나 욕망을 버려야 하고, 이들을 버리기 위해서는 이들을 구하는 마음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씀이다.


구하는 마음이 없을 때, 마음에는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텅 빈 공허한 세계, 그 공허한 세계 속에서 나와 남을 분별하지 않는 하나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경지를 본래 한 물건도 없다고 했다. 분별하려야 분별할 것이 없는데 도를 구하는 사람이 어찌 의발에 집착하여 의발을 뺏으려하느냐? 고 묻는 것이다.

본래 아무 것도 없는 무일물(無一物)인데, 무엇 때문에 선사들이 무일물(無一物)의 경지를 추구하는가?


구하는 마음이 있을 때는 그 구하는 마음이 집착심을 일으켜 사람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을 여의게 되기에, 때 묻은 마음에 비치는 대로 보고 느끼고 행하게 되어 과오(過誤)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과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체 집착이나 구하는 마음을 여의는 수행을 하여 마음속에 일체 번뇌가 사라져 무일물(無一物)이 되게 되면, 너와 내가 하나 되어 무아(無我), 즉 ‘나는 없다’, ‘무념(無念)’ 즉 생각이 없다는 경지에 들게 되는데, 이 경지에서는 아무런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낌으로서 바른 판단력을 구사할 수 있고, 또 필요한 방편의 문이 열리게 되어 필요한 일들을 순조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슨 일에나 특히 연구를 필요로 하는 학생이나 그런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필요한 교훈이다.

번잡한 마음을 가지고는 연구에 집중할 수 없다.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말씀하시는 도(道)의 경지에 들도록 한편으로 노력하면서 연구에 몰두하면 반드시 생각 밖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강송을 다시 한 번 외워 보겠다.


의발을 막 전수받고 감개무량하여 길을 떠나,

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는 길에 달은 삼경(三更)이었다.

만약 도(道)란 본래 한 물건도 없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황매산 대중들은 빼앗으려 하는가.


衣鉢傳慷慨行 渡江南去月三更 若道本來無一物 何事黃梅衆手爭

의발전강개행 도강남거월삼경 약도본래무일물 하사황매중수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