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다

2008.08.26 22:47

현성 Views:9163

<33> 형상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다


금강경 제5품 게송에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라고 하는 유명한 사구게(四句偈)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무릇 모양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허망(虛妄)하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으면

곧 여래를 보리라. 이다.


모든 모양은 허망하다고 하고, 모양에서 모양 아닌 것을 볼 수 있어야 여래를 볼 수 있다고 하는 말씀은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늘 말씀하시는 바를 이해하고 느끼고 실감한 사람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게송이다.


우리가 사물(事物)을 볼 때 그에 대한 느낌이 있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대로 내가 보고 느꼈다고 생각한다. 확실하게 내가 보고 만져보았기에 사물이 있는 대로 내가 보고 만져보고 그 사물을 있는 그대로 내가 확인했다고 생각하는데, 부처님께서는 이것은 착각(錯覺)이라고 지적하시는 말씀이다. 어떻게 하여 이것이 나의 착각이 될까요?


내가 보는 것은 나의 눈, 귀, 코, 혀, 몸의 감각 기관을 통해서 보이는데, 이 감각기관은 사람마다의 성격, 습관, 직업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사물은 하나이지만 보는 사람의 성격, 습관, 직업이 다름에 따라 그 사물을 다르게 보게 되니, 그들은 사물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습성에 따라 사물을 본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사물이 있는 모습 그대로 보았다면 그 사물에 대한 느낌도 또한 모두 똑같아야 할 것이지만 그 느낌이 모두 다 다른 것이 사실이다. 즉 사물은 사람들의 업(業)에 따라 보이는 바가 다르니 업연(業緣)을 가진 사람들이 보는 모든 사물의 모습은 진실(眞實)이 아니니 다 허망하다, 거짓이다, 실제가 아니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즉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업을 소멸해야만 비로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보여 진다는 말씀이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으면”이란 무슨 뜻인가요? 사물이 실제 존재하는 실상을 보려면,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봐야 하는데, 그렇게 보려면 일체 주관, 편견, 아집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씀이다. 주관, 편견, 아집을 소멸한 경지가 바로 무아(無我)의 경지이고, 이 무아(無我)는 모든 연(緣)이 끊어지고 구(求)하는 바가 없는 적멸(寂滅)한 경지이니 객관적인 모든 모습에서 모습 아닌  실제(實際)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변화를 일으키지만 모든 사물의 실제(實際)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물의 실제는 반야심경에서 ‘생하는 것도 없고 멸하는 것도 없으며, 더러워지는 것도 아니고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며,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고 했다. 일체 사물에는 변화무쌍한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실제가 있는 법이니 이 변하지 않는 실제가 곧 여래, 모든 사물의 본질이라는 말씀이다.


우리 부처님의 법을 믿는 불자들은 내 눈에 보이는 것으로 실제를 삼지 않기 위해 바라는 마음, 구하는 마음들을 잠재우는 수련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바라는 마음, 구하는 마음은 사물을 있는 대로 바로 보지 못하게 하여, 유혹의 사슬에 묶일 수 있는 마음이다. 이렇게 한 번 묶여지면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는 모름지기 구하는 마음 없이 모든 것을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하는 습관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우리들이 하는 일에서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하고 바로 행하는 마음이, 나를 참답게 위하는 법이고, 일체 중생을 참답게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금강경 제5품 사구게를 다시 읊어보면,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


즉, 우리말로 번역하면,

무릇 모양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허망(虛妄)하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으면

곧 여래를 보리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