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자(出家者) (1/2)

2007.09.19 12:31

현성 Views:8680

중국 당나라 때 위앙종(潙仰宗)의 초조였던 위산영우(潙山靈祐) (771-853) 선사께서 그의 제자들을 경책할 뜻으로 지으신 경책문이 있습니다. 이 경책문은 대단히 유명하여 한국 강원에서도 출가하신 초심 스님들이 반드시 외우게 하고 있습니다.

이 경책문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




출가자(出家者)

발족초방(發足超方)하고 심형이속(心形異俗)하였으니 소융성종(紹隆聖種)할 것이며 진마군(震魔軍)하고 용보사은(用報四恩)하며 발제삼유(拔濟三有)하라.




즉, 출가자(出家者)여 :

큰 뜻을 세워 발심하고 동서남북 사방 세속의 물결에서 훤출이 벗어나 모든 것을 초월하는 발을 내디뎠으니

마음과 모습을 세속과 다르게 하고, 성인(聖人)의 종자를 이어받아 융성(隆盛)하게 할 것이며,

수행의 힘으로 마군(魔軍)을 제압하여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네 가지 은혜에 보답하고 삼계 중생을 고통에서 건져 구제해야 하느니라.


이 구절이 출가자의 본분을 가장 간략하고 바르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큰 뜻을 세워 발심하였다는 뜻은 마군(魔軍)을 항복 받고, 네 가지 은혜에 보답하며 삼계 중생을 고통에서 건져내 구제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그 원을 결행하기 위해 출가의 뜻을 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원대한 원력을 세워 발심하였으니, 동서남북 사방의 세속적인 흐름을 초월하는 발을 내디딘다고 했습니다. 동서남북 사방의 세속적인 흐름이란 부모와의 애정, 부부지간의 애정, 자녀와의 애정, 혼외정사 등 애정으로 인하여 밀어 닥치는 무서운 파도의 물결, 재물과 명예욕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갈수록 심해지는 파도의 물결, 끊일 줄 모르고 밀어 닥치는 게으름과 식욕의 물결, 끊일 줄 모르는 망상(妄想)의 물결을 초월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디뎌 출가하였으니 마음자세와 모습이 세속사람들과 무엇인가 달라야 할 것이 아닌가?

세속사람들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 첫째 성인의 종자를 이어받아 융성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성인(聖人)이라 함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한 사리불, 목건련, 수보리, 달마대사, 중국에 많은 성인들, 그리고 한국 원효대사, 보조국사, 서산대사 등 수 많은 조사(祖師)들의 맥(脈)을 이음에 손색이 없어야 하며 자부심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뜻을 받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 되는 일을 널리 행해서 불교가 융성(隆盛)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불교가 융성하게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마군(魔軍)을 항복받아야 합니다. 마군이라 함은 마장(魔障)이라고도 하는데 앞에서 말씀드린 애정(愛情)으로 인하여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는 것, 재물이나 명예욕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장애, 식욕이나 게으름에서 오는 인생의 장애, 허망한 생각에서 오는 근심 걱정 등 수 없이 많은 내 마음 속의 마장 들을 수행해서 얻어진 지진, 벼락, 천둥 등과 같은 강력하고 가없는 마음의 위력으로 떨쳐내고 본래 고요한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고요함이 이루어 졌을 때 불가(佛家)에서는 그를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이를 곧 부처님이 되었다 혹은 되어간다는 말씀도 됩니다.

둘째로 마군을 항복받아 성인이 되었으면 네 가지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네 가지 은혜란 부모의 은혜, 스승의 은혜, 자연의 은혜, 시주자의 은혜입니다. 은혜에 보답한다는 말은 빚을 갚는다는 말을 좋게 표현한 말이니 은혜에 보답하지 않으면 빚을 갚지 않은 과보가 내생에까지도 이어지게 되어 결국 갚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자발적으로 은혜에 보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