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人情)

2007.09.19 12:35

현성 Views:8734

불법을 설함에 인정(人情)에 치우쳐 왜곡(歪曲)되게 설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중국 송(宋)나라 때 대혜(大慧) 종고(宗杲) 선사(1089~1163)께서 그의 저서 서장(書狀)에서 설하셨다. 그 내용은 :

차라리 이 몸으로 모든 지옥 중생들의 고통을 대신 받을지언정

끝내 이 입으로 인정(人情) 때문에 불법(佛法)을 왜곡되게 설하여 어떠한 사람의 눈도 멀게 하지 말아야 할지니라. 라고 하셨다.

은사(恩師)의 정(情)에, 부모의 정에, 형제의 정에, 자녀의 정에, 혹은 도반의 정에 끌려 불법을 왜곡하지도 말고, 싫어하는 사람이나, 미워하는 사람이나, 사상(思想)이나 종교적인 견해가 다르다고 하여 편견(偏見)으로 불법을 왜곡되게 설하지도 말라. 혹시 잘못 설해서 듣는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애꾸눈이 되어 진리를 바로보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그를 제도하였다고 하기보다 오히려 더 심한 고통에 빠지게 한 것이니 차라리 지옥 중생들의 고통을 대신 받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하셨다.




대혜선사의 서장(書狀) 원문은 :

영이차신(寧以此身) 대일체중생(代一切衆生) 수지옥고(受地獄苦)

종부이차구(終不以此口) 장불법이위인정(將佛法以爲人情) 할일체인안(瞎一切人眼)




계율을 지키는 문제에서 정에 치우쳐 잘 봐준다든지, 경전을 해석함에 있어 분명하지 않는데 정으로 너그럽게 봐 준다든지, 수행을 함에 잘못하고 있는데 용기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잘한다고 칭찬을 해 준다든지 하는 것은 스승이 제자에 대한 정으로 제자를 바르게 지도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스승이 계율, 경전, 수행 등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제자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정(情)에 의한 그릇됨은 아니지만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된다.

현실적으로 경전이나 경전 해설서들을 접할 때 석가모니 부처님의 근본사상과 일치되지 않는 느낌을 주는 경우들도 있는데 부처님의 법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불법을 가르치는 스승의 바른 자세라고 생각된다.

사랑하는 자녀들의 비위를 맞추다보면 자녀들이 오히려 삐뚤게 나가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들이 부모의 정에 끌려 어리석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정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되었다는 말씀이다. 엄해야 할 때 엄한 것이 비상이 아니라 꿀이 된다는 말씀이기도 하다.

부부지간에서도 남편이나 부인이 불규칙한 외출을 자주 한다든지,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질 때, 사랑한다고, 믿는다고 마음 놓고 있다보면 뜻밖에 일도 일어날 수 있으니, 이러한 사랑과 믿음은 꿀이 아니라 오히려 비상이 될 수 도 있으니 스스로가 엄하게 다스려야 할 때는 엄하게 다스리는 것이 비상이 아니라 꿀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사람이 돈이나 명예를 너무 좋아하다보면 이에 끌려 이성을 잃고 패가망신하는 수도 있다. 정이란 이성을 갖출 때 행복의 보금자리이지만 이성을 잃을 때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불법을 설하여 제자를 교육함에 있어 칭찬해야 할 때 나무라거나, 나무래야 할 때 칭찬하거나 하는 등 약과 독, 꿀과 비상이 서로 뒤바뀌지 않게 약과 꿀을 아주 정확하게 바르게 이용해야 불법의 제자들이나 가정의 자녀들이 바른 길로 가게 된다는 말씀이다.        




정(情)이란 제목으로 시 한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정(情)을 위해서는 목숨도 바칠 수 있기에

정이란 목숨보다 귀한 것.

그러나 정에도 불순이 있기에

눈물로 바다를 이루게 되니 애석하도다.

순정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물들이는 날 언제나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