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비울 뿐

2007.09.19 12:35

현성 Views:9181

중국 당나라 때 방거사(?~808)라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은 마조도일의 제자로서 성은 방(龐)씨이고 이름은 온(蘊)이며 자는 도현(道玄)이다. 당나라 양양 사람으로 아버지는 형양에서 태수의 벼슬을 하였는데 잠시 성남에서 살 때 수행할 암자를 자택 서쪽에다 세웠는데, 그 장소가 지금의 오공암(悟空庵)이다. 후에 암자 아래에 있는 옛집을 희사하여 지금의 능인사(能仁寺)가 되었다. 당나라 정 원년에 모든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거사의 가족, 처와 일남일녀는 그 때부터 대나무 그릇을 만들어 시중에 팔아 생활하면서 마조선사의 지도를 받아 온 가족이 수행에 열중하여 가족이 모두 스스로 열반에 드는 장면이 전해온다고 한다.




이러한 생활을 한 방거사의 한 편의 시가 :

‘다만 온갖 가진 것들을 비우기를 원하라.

온갖 없는 것 속에 실상(實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다.




원문으로는 :

단원공제소유(但願空諸所有) 절물실제소무(切勿實諸所無)이다.




비우는 수행이라 하는 것은 과거세에서부터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은 각자의 의식에 저장되어 있어 이들은 현재 ‘나’라고 하는 성격을 구성하게 되는 본질을 이루고 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은 많은 개념들에 집착한 편견, 아견 등에 묶여 있는데, 이러한 성격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무조건 일체 과거사를 탐색해서 있는 대로 비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물론 방거사는 자기 가족이 가진 모든 재산까지도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처와 일남일녀는 그 때부터 대나무 그릇을 만들어 시중에 팔아 생활하면서 마조선사의 지도를 받아 온 가족이 수행에 열중하여 온 가족이 성불하여 열반에 들었다고 한다.

불타사에서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수행법을 「사수관(死隨觀)」이라고 부른다. 지금 이 순간 죽어있는 나의 시신을 바라보면서 나의 모든 것, 재물, 아상, 편견, 고집 등을 완전히 포기하는 수행을 한다. 자기 성격상의 잘못을 찾아 소멸시킴에 따라 친화력이 생기고 좀 더 수용적이고 부드러운 인간미가 살아나게 되며 자비행을 즐기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비웠지만 그 속에는 본래 마음, 실상이 없다고 하지 말라고 하여 대 긍정을 하고 있다. 법이 이와 같으므로 ‘없는 것을 탓하지 말라’는 말이 된다.

‘없는 것을 탓하지 말라’는 말씀은 사람이 재물이 없으면 불안(不安)해지고 많은 공상(空想)이 일어나는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공상은 자기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게 되므로 이러한 생각들이 쌓이는 것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재산이 없으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점점 깊어지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방 거사네 가족처럼 재물이 없는 가운데 실상이 있다는 법에 의지하면 재물이 없는 세계에서 살아 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재물뿐만 아니라 모든 지식, 관념, 사상 등도 비우면 못살 것 같지만 그들이 없는 가운데 실상(實相)이 없는 것이 아니니 실상을 체험하게 되고 실상을 체험함으로서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말씀이 된다.

없는 것을 없는 그대로 받아들여 실상에 의지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을 탓’하여 불안에 빠지고, 불안은 다시 공상(空想)에 빠지게 하므로 불안에서 일어나는 공상은 마음을 복잡하게 할 뿐 아무런 이익이 없는 마음의 장난이다. 사실이 이러하므로 ‘없는 것을 탓하려 하지 말라’고 했다. ‘없는 것을 탓’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고 불안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공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없는 가운데에는 실상(實相)이 있으므로 이 실상의 작용으로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들의 마음을 아무 것도 없는 순수한 본래의 마음자리에 놓음으로서 불교를 믿는 신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성불의 길로 들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방거사의 시를 다시 한 번 낭독 하겠습니다 :

‘다만 온갖 가진 것들을 비우기를 원하라.

온갖 없는 것 속에 실상(實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