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부처가 되라

2007.09.27 18:19

현성 Views:8425

부처가 되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하여 부처가 된 후에 일어날 일들에 집착하다 보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수행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중국 송(宋)나라 때 대혜(大慧) 종고(宗杲) 선사(1089~1163)께서 그의 저서 서장(書狀)에서 이러한  수행자들에게 한 글을 남기셨는데 그 내용은 :

단지작불(但知作佛) 막수불불해어(莫愁佛不解語)이다. 번역하면,

다만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 행하고자 할지언정
부처가 된 후에 말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라. 고 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들은 언젠가 죽는다. 이 사후세계를 생각하다보면 현세의 삶에 충실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가셨다고 한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위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들을 찾아 혼신을 다 바치게 된다. 모든 것을 다 바친 성도들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하나님의 세계에 태어난다고 믿는다.
불교 신자들은 내생에 어떠한 세계에 태어날 것인가를 알고자 하면 금생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보라고 했다. 금생에 살고 있는 대로 내생에 살게 될 것이니 내생에 어떠한 세계에 태어날 것인가를 염려하지 말고 금생에 바르게 원하는 삶을 열심히 살라고 했다.  대혜 종고선사는 부처가 되고 난 다음에 법문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말고 부처가 되는 법을 알아 그대로 행하여 부처부터 먼저 되도록 하라고 하셨다.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보면 삶이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이 쌓여 한 사람의 일생이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면 오늘의 삶의 과정에 충실하지 못하기 쉽다. 하루 일을 충실하게 하지 못하면 그 하루를 메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의 삶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고치지 아니하고 다음 과정이 잘되리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하루라는 삶의 과정의 의미가 이러하기에 미래에 집착해 살지도 말고, 과거에 매여서 살지도 아니하고 현재를 착실히 그리고 충실히 목표를 향해 살아가면 반드시 그리고 자연스럽게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목적지에서 할 일은 그 때 순리대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당연히 현재에 살고 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은 모두 이 순간밖에 할 수 없다. 이 순간에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쌓여 미래의 나를 결정하기에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낼 수 없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회상하는 것은 현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로하기 위함이요, 미래에 해야 할 일을 걱정하는 것은 미래를 향해 가는 나의 현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바로 놓이게 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그 이상 과거사나 미래사에 집착하는 것은 머리를 피로하게 만들고 뇌의 피로는 결국 육체적 건강을 해쳐 원하던 길은 요원하게 되기 쉽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벌고 난 다음에 편안히 살고자 현재의 삶을 지나치게 검소하게 살아가는 나머지 몸과 마음고생이 심한 사람도 있고, 부지런히 돈벌어 부모에게 효도하겠다고 하면서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를 찾아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으며, 어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면 사회를 위해 보시(布施)하겠다고 하면서 현재는 보시(布施)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생활이 안정되면 절이나 교회에 열심히 다니겠다고 하면서 현재는 절에도 교회도 다니지 않는 분들도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죽음을 향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바르게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순간에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쌓여 자신의 성격이 구성되고, 이렇게 쌓여진 행업을 가지고 내생(來生)에 가서, 그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다음 생을 살게 된다고 불교에서 가르친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 순간에 바르고 착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러한 선업을 쌓아, 이생과 내생에 복을 받는 법이요, 이 순간에 인색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인색한 업을 지어 복 받음이 인색해지고, 이 순간에 남을 해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런 악업이 쌓여 종국에는 그 악업의 과보를 받게 된다. 자연의 이치가 이러하니 부질없는 생각들을 쉬게 하고 이 순간순간에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고 착하게 하고 충실히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대혜선사의 말씀을 다시 응용하면,
다만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 행하고자 할지언정
부처가 된 후에 말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라. 고 했다.